brunch

[평냉 같은 현대예술]

by 김도형

평양냉면은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걸레 빤 물’ 같다고 느껴질 만큼 무미건조하고, 어떤 매력으로 접근해야 할지 이해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그럼에도 그 맛에 빠지면, 슴슴한 풍미와 식당마다 미묘하게 다른 차이를 즐기기 위해 도장 깨기를 하게 된다.


이런 평양냉면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대예술이 겹쳐졌다. 현대예술은 시각적 ‘맛’이 낯설고, 개연성이나 서사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왜 이 작업을 봐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평양냉면처럼 진입 장벽이 있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현대예술에도 평냉처럼 난이도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진미평양냉면처럼 대중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시각 작업도 있으며, 어느 정도 형태를 알아볼 수 있거나 흐름을 따라가기 쉬운 경우가 그 예에 해당한다. 음악으로 치자면, 음정과 리듬이 명확한 곡이 그런 역할을 한다.


나 역시 예술에 대한 개방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도 있다. 반면 예술을 거의 접하지 않았던 이가 우연히 현대예술의 매력에 끌려 다양한 전시를 찾게 되는 일도 생긴다. 예기치 않게 평냉의 맛에 매료된 사람처럼.


나는 슴슴하고 난해한 예술의 결을 느끼기 위해 종종 노력한다. 현대예술도 평양냉면처럼 조금만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 본다면, 그 안에 숨겨진 미묘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익숙한 형태와 언어가 담긴 작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오늘처럼 진미평양냉면이 생각나는 날, 그와 닮은 예술을 함께 경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평양냉면 #현대예술 #낯섦의미학 #시각의미묘함 #예술의입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뮷즈’, 뮤지엄에서 피어난 실용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