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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by 김도형


콘클라베는 가톨릭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 선거로, 라틴어 ’cum clave, 열쇠로 잠근 방‘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는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의 비밀 회의를 뜻하며, 전통적으로 바티칸 시국 내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린다. 회의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진행되며, 참여한 추기경들은 모든 외부 연락 수단을 차단한 채 고도의 집중 속에서 새 교황을 선출한다. 투표 결과는 성당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며, 검은 연기는 부결, 흰 연기는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신성하고 상징적인 절차로 이루어지는 선거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종교적 권위와 인간의 욕망이 교차하는 그 현장은, 때로는 신의 뜻보다 인간의 전략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심문과 고해성사는 모두 ‘진실을 끌어내기 위한 과정’이지만, 그 방향과 목적은 다르다. 심문은 권위가 진실을 요구하는 행위고, 고해성사는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죄를 드러내는 행위다. 콘클라베가 신의 선택을 대리하는 순간이라면, 과연 이 선거는 고해의 진실에 가까운가, 심문의 기획에 가까운가.


후보자가 지워지고, 다시 쓰이는 이 선거는 정결함을 외관으로 내세우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설득과 줄다리기는 그 ‘정결’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다. 가장 신성해야 할 자리에서 오히려 인간의 욕망과 야망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종교 조직이 선거 전략에 몰두하고, 전통과 격식이 실질적 영향력을 잃어버린 채 형식으로만 유지될 때, 진정한 신앙은 제도 외부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시스티나 성당은 신의 공간이라기보다, 예술이 만들어낸 숭고함 그 자체로 더 깊이 기억된다. 우리가 감동하는 대상은 신이기보다는, 그 신을 표현해낸 예술의 힘이며, 어쩌면 신앙의 본질보다 더 강렬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과 상징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경험일지도 모른다.


#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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