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클라베에 등장하는 거북이는, 바티칸 시국에 자연적인 강이나 호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북이는 콘클라베의 구조와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은유로도 읽힐 수 있다.
콘클라베(Conclave)는 전통적으로 시스티나 성당에서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상태로 진행되며, 흰 연기와 검은 연기를 통해 결과가 외부에 전달된다. 이 폐쇄성과 고요함, 느림의 구조는 거북이가 상징하는 여러 이미지와 겹쳐진다.
거북이는 외부의 자극을 차단하고 껍질 안으로 숨어드는 존재로, 콘클라베의 외부 격리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 고도의 집중 속에서 이루어지는 신중한 결정 과정은 거북이의 은둔적 특성과 겹쳐진다. 또한 거북이는 오래된 전통과 느림, 보수성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수백 년간 형식과 절차를 고수해온 콘클라베의 전통은 이러한 거북이의 상징성과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동시에 거북이는 은유적 반어로도 기능한다. 동화 속 ‘토끼와 거북이’처럼 느림의 상징이자, 변화에 대한 더딘 움직임을 대변하는 존재로도 볼 수 있다. 영화에서의 등장은, 교황 선출이라는 절차가 변화보다는 구조의 지속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거나, 그 속도의 느림에 대한 풍자로도 해석될 수 있다.
결국 거북이는 콘클라베라는 구조가 갖는 폐쇄성, 신중함, 변화의 느림을 은유하는 상징적 장치로 기능하며, 이 고요하고 무거운 의식 속에 담긴 인간적, 제도적 긴장감을 반추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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