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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이후 한국 콘텐츠 시장의 착시를 바로 잡다]

by 김도형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높아 보이지만, 그 실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를 구매하는 주체는 사실상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 한정된다. 특히 디즈니는 이미 북미 중심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한국 콘텐츠를 굳이 확보할 이유가 적다. 이로 인해 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 의존도가 높아졌고, 제작사들의 협상력은 오히려 낮아졌다. 내수 시장이 넷플릭스로 인해 붕괴된 상황에서도 글로벌 OTT들은 한국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사들이지 않는, 모순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넷플릭스는 내부적으로 시청자를 세분화해 2분 이상 시청한 이용자를 ‘초기 이용자’, 70% 이상 시청한 이용자를 ‘시청자’, 90% 이상 시청한 이용자를 ‘완료자’로 정의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TOP 10과 같은 제한적인 지표뿐이라, 정확한 내부 데이터를 알 수 없고 외부에 보이는 인기 순위만으로 흥행을 판단하는 착시에 빠지기 쉽다.


넷플릭스에 대한 의존이 높아질수록 협상력은 더 낮아지고, 시장 주도권은 넷플릭스에 집중된다. 이를 극복하려면 한국 콘텐츠가 ‘탈아시아화’되어 더 보편적인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가장 심각한 위기에 놓인 것은 드라마 산업이다. 전통적으로 영화는 고위험·고수익, 드라마는 저위험·저수익으로 평가되었지만, 넷플릭스 등장 이후 드라마가 고위험·저수익 구조로 바뀌었다. 영화 제작사는 흥행 실패 시 손실을 배급사가 부담하지만, 드라마 제작사는 제작을 전담하면서 손실까지 직접 책임지는 구조다. 여기에 방송사들은 제작비의 70~80%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제작사가 해외 판권과 PPL로 메워야 하는 방식으로 바뀌며, 드라마 제작 환경은 ‘어음 시장’처럼 불안정해졌다.


드라마의 판매 구조가 다양해진 것도 한몫한다. 과거에는 방송사에만 납품하던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방송사 납품, 방송사와 넷플릭스 동시 방영, 넷플릭스 오리지널 판매, 방송사와 여러 OTT에 라이선스 판매 등 선택지가 늘어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지만, IP는 넷플릭스가 가져가고 제작사는 미래 수익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구조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방송사는 국내 방영권만, OTT는 해외 판권만 가져가는 하이브리드 방식도 등장했다.


결과적으로 영화 제작사는 좋은 기획만 있다면 재무적 리스크가 적고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드라마 제작사는 불확실한 편성 속에서 제작비를 떠안고, 성공하더라도 수익이 제한적인 구조다. 결국 영화는 저위험·고수익, 드라마는 고위험·저수익 사업으로 재편됐다.

결론적으로 넷플릭스 이후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듯 보였지만, 실제 구매자는 극히 제한적이었고 제작사들의 협상력은 오히려 낮아졌다. 드라마 산업은 높은 제작비와 불확실한 수익 구조로 인해 영화보다 더 위험한 사업이 되었고, 이제는 안정적이면서도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과 글로벌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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