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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다큐화될 때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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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비엔날레를 보면, 마치 사회 문제를 반영하고 이슈를 드러내는 작업이 하나의 전형처럼 자리잡아 버린 듯하다. 말 그대로 ‘세상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곧 예술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자리하면서, 전위적이고 극단적인 소재나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는 작품들이 비엔날레 현장에서 비영리적인 태도로 제시된다.


이러한 흐름은 19세기 미술에서 사실주의가 등장했을 때와도 유사하다. 사실주의는 이상화된 미(美)나 영웅적 주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주변과 현실을 드러내려 했다. 당시로서는 시장성도 떨어지고 대중적이지 않았지만, ‘예술이 사회를 직시하고 비판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녔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예술이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을 드러내고,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전달하는 방식으로만 흘러간다면, 과연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는 사실에 근거하여 공통의 기준점을 제시하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전달된다. 반면 예술은 철저히 작가 개인의 시각과 해석에 기반한다.


그렇다면, 점점 날카로워지고 파편화되는 작가 개개인의 주제와 관점이 대중이 기대하는 ‘보편적인 미감’과 전혀 닿지 않는다면, 예술은 대중과 교감하는 장이 아니라, 서로의 가시를 세운 채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는 장으로 변하지는 않을까. 이 점에서 나는, 예술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 닿아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아티스트의 역할은 결국 자신이 느낀 것을 세상에 전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뜻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날카로운 문제의식뿐 아니라, 그것을 공감 가능한 형태로 빚어내려는 태도도 함께 가져야 하지 않을까.


예술이 점점 더 날카롭고 전위적으로만 흘러갈 때, 그것이 대중과의 교감을 단절시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 것인가.


#예술의다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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