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작가에 대한 정보를 찾게 된다. 특히 작품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배경과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지를 알고자 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참고하는 글이 작가 소개글, 즉 바이오그래피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작가 소개글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거나, 작가노트와 혼동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해외에서는 ‘작가노트’라는 개념 자체가 뚜렷하게 쓰이지 않으며, 작가의 생각과 입장을 비평이나 인터뷰 등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작가들에게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외 활동을 염두에 둔 작가라면 이 부분을 명확히 인지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 소개글은 본질적으로 자기소개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입사 지원 시 자기소개서와 함께 CV를 제출하듯이, 작가도 자신의 작업을 소개할 때 글로 된 자기 서사를 전달해야 한다. 작가 소개글에는 작가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현재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지가 드러나야 한다. 여기에 더해, 관객이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받아들이길 원하는지에 대한 관점까지 포함된다면 더욱 좋다. 다시 말해, 작가 소개글은 작업을 하게 된 배경, 작업의 주제와 관심사, 그리고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 등을 포함하는 글이어야 한다. 이 글을 통해 독자나 관람자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세계를 탐구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반면 CV는 작가의 이력을 항목별로 정리한 문서다. 전시 경력, 프로젝트 참여 내역, 수상 이력, 작품이 소장된 곳 등 작가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나열한 것으로, 소개글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렇다면 작가노트는 무엇일까. 작가노트는 말 그대로 작가가 개인적으로 작업 과정 중에 느낀 감정, 생각, 혹은 떠오른 단상들을 정리한 글이다. 작가 소개글이 작가라는 존재 전체를 설명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면, 작가노트는 특정 전시나 작업에만 해당되는 국지적인 내용을 담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인 밀도가 짙고, 때로는 직관적인 언어로 구성되며, 작업에 접근하는 작가의 현재적 태도나 감각이 담긴다. 그래서 전시마다 새로운 작가노트가 필요할 수도 있고, 그때그때 작가가 겪고 있는 내면의 흐름이 녹아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 소개글과 작가노트는 서로 다른 목적과 성격을 가진 글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작가 소개글은 작가가 누구인지에 대한 기본적이고도 전체적인 설명이라면, 작가노트는 하나의 작업이나 전시에 집중한 감각적인 기록이다. 두 글은 모두 중요하지만,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구분되어야 한다. 작가라는 존재가 하나의 창작물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그 창작물만큼이나 그것을 만든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와 배경, 철학이 함께 전달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가 어떤 사유와 환경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리는 일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전달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이 글쓰기의 차이를 작가들이 명확히 이해하고, 각 글의 목적과 구조를 분명히 구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