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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Winner's Curse]

경매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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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을 구매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갤러리, 아트페어, 그리고 경매. 갤러리나 아트페어는 정가 판매나 협의를 통한 구매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경매는 경쟁 구도 속에서 가격이 실시간으로 형성되는 구조다. 이 경우 현장의 분위기나 흐름에 따라 가격이 예측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런 경쟁 상황에서 주의해야 할 개념이 바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다. 이는 경매나 인수합병과 같은 경쟁적 환경에서 낙찰자가 상대를 이기기 위해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즉,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결과적으로는 손실을 떠안게 되는 아이러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입찰자가 많아지고 경합이 길어질수록 현장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우며, 흥분된 상태에서는 작품의 본래 가치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경매의 긴장감과 흥미는 바로 이 ‘경합’에서 비롯되지만, 그 흐름에 무작정 따라가다 보면 예산을 초과하거나, 이후 후회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매에 참여하기 전 명확한 상한선을 설정하고, 예산 범위 내에서만 응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주의할 점은 낙찰가가 구매의 ‘최종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매 수수료(Buyer’s Premium)가 보통 낙찰가의 약 20% 내외로 추가 부과되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포함한 금액을 미리 계산해두고 응찰에 나서야 한다.


결국 승자의 저주는 단순히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가치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나아가 시장 내에서의 구매 전략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경매는 긴장감과 기회가 공존하는 공간이지만, 그만큼 냉정한 판단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무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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