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4. "배우 캐스팅은 운빨?"

단편영화 감독이 이야기 하는 배우 캐스팅 기준

by 아티

영화를 만들면서 여러 과정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정을 하나 뽑자면 단연 ‘배우 캐스팅’이다. 물론 글을 쓰는 과정도 즐겁다. 하지만 배우 캐스팅은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의 느낌이다. 특히 연출의 입장에서, 내가 만들어 낸 캐릭터와 글을 이미지로 실체화시키는 과정의 첫걸음이기 때문에 더 즐겁다고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배우를 캐스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대학교에 있는 연기 전공 친구들을 캐스팅하는 방법이다. 특히 우리 학교는 연극과와 함께 협업해 진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들면 바로 캐스팅할 때도 많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 법한 ‘필름메이커스’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배우를 구하는 모집 글을 올리고 프로필을 받아 캐스팅하는 방법이 있다. 모집 글을 올리면 꽤 많은 배우들에게 메일이 온다. 내 단편영화의 배우를 모집했을 때도 200개 이상의 메일이 왔었다.


세 번째로는 SNS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 이미지가 괜찮은 사람들을 캐스팅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내가 영화를 찍을 당시에는 소셜미디어 활용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아서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만약 지금 다시 영화를 찍는다면 시도해 보고 싶다. 요즘은 배우들 역시 직접 채널을 운영하며 자신의 장점을 마케팅하는 시대이니, 괜찮은 연기자가 있다면 바로 DM을 보내 미팅을 제안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캐스팅 할 때 주로 두 번째 방법을 많이 사용했다. 받은 메일들 중에서 1차로 절반 정도를 추린다. 이때 연출부 친구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추리는 기준은 우선 내 영화의 캐릭터와 맞는 나잇대와 성별이어야 하고(캐릭터 소개를 함께 올려도 상관없이 무작정 보내는 배우들이 많다), 전체적인 이미지가 캐릭터와 어울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 작업은 온전히 연출부원 친구들에게 맡겼다. 그렇게 하면 어느 정도 캐릭터에 맞는 이미지의 배우 프로필이 추려진다.


2차부터는 나도 함께 메일을 확인한다. 1차에서 이미지가 맞을 것 같은 배우들을 추려주긴 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 완전히 어긋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배우들을 먼저 배제한 뒤, 함께 보내준 연기 영상을 확인한다. 연기 영상은 내가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연기(예를 들어 드라마 장르라면 눈물 연기가 꼭 필요한 배역)의 영상 한 개와 자유 연기 한 개를 요청했다. 그렇게 영상을 보다 보면 대략 10~20명 정도의 리스트가 추려진다.


나는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를 모두 연출해 본 경험이 있는데, 두 포맷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조금 다르다. 단편영화의 경우 이미지가 조금 맞지 않더라도 대사와 감정 연기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우선으로 뽑게 된다. 반면 뮤직비디오는 연기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배우의 이미지가 노래와 잘 어울리는지가 더 중요해, 연기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낮게 잡는다.


그리고 배우 캐스팅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정성과 인성이었다. 모집 글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프로필을 보내는 배우들도 있는데, 그런 경우 연기를 아주 잘하지 않는 이상 뽑지 않았다. 내 영화와 캐릭터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했고, 그만큼 더 간절한 사람을 선택하고 싶었다. 또 영화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기 때문에, 인성이 괜찮은 배우를 선호했다. 인성은 메일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워 미팅 과정에서 더욱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렇게 몇 번의 과정을 거쳐 추려진 5명 정도의 배우에게 미팅 연락을 한다. 모집 글을 올릴 때는 보통 시나리오를 공개하지 않지만, 미팅 과정에서 직접 시나리오를 전달하고 함께 읽으며 내가 생각했던 캐릭터와 정말 맞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한다. 그중 연기, 이미지, 인성 등 내가 세운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배우를 최종 선정한다.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영화 현장에서 절대 피해야 할 배우의 유형 세 가지가 있다. 바로 노인, 아이, 동물이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내 단편영화에는 늘 노인과 아이가 등장해야만 했다. (다행히 동물은 나오지 않았다.) 아역 배우와 시니어 배우가 함께 있는 촬영장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도 분명 존재했다.


당시에는 배우를 고르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배우 캐스팅이란 영화를 함께 만들어 나갈 파트너를 섭외하는 일이다. 그래서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고, 동시에 내가 가장 즐거워했던 과정이기도 했다. 특히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의지하는 순간들이 꽤 많았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것이 설령 아역 배우일지라도.


그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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