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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EFACT Dec 19. 2018

공간 디자인? 이름이 중요합니다

건축에서 가구까지 하나의 흐름을 유지하는 디자인에 관하여 


아주 추웠던 지난 겨울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겨울은 더 추울 것 같다고 여기저기서 시끄러워 벌써부터 힘들어 죽겠는데, 지난 겨울의 이야기를 쓰려고 하니 정신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그냥 대충 사진만 올릴까 시간도 지났는데 일단 써 봅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름이 중요합니다", 입니다.

시작은 갑자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부터였습니다.


바로 이 분


요즘 굉장히 핫한 건축가 윤재민 소장님이십니다. 제주도에 GD 까페도 하셨고 부산을 연고로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많이 하시는데 서울에 일이 너무 많아서 일주일에 3~4일은 서울에 계신 바쁘신 분이죠. 작년 4월말쯤인가? GD 까페 내부 디자인 설계가 가능하겠는지 윤소장님으로부터 의뢰가 왔었는데 그 땐 한창 너무 바빠 도저히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시기였기도 했고 무슨 미친 바람이 허파에 들어갔는지 의뢰를 거절했었죠. 무려 GD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하.. 왜 그랬죠. 

그땐 아쉽게 함께 작업을 하지 못했고요. 이번 임무는 윤소장님이 설계하신 건축물에, 건축주가 직접 가구 브랜드와 스튜디오를 만드려고 하는데, 첫번째 쇼룸을 디자인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네, 윤소장님이 꽂아주셨어요.   건축주가 다른 디자인 팀을 컨택했었으나, 건축물과 너무 따로 노는 듯한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어 윤소장님께 요청을 했고 그래서 긴급히 투입 되었습니다.


디멘션 랩이라는 브랜드인데, 랩이 붙으니까 연구하는 곳이라는 뉘앙스도 있고, 브랜드를 전개하려는 친구들의 성향과도 잘 맞는 듯 싶고. 꼭 가구 브랜드가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에 붙여도 잘 어울릴 것 같고. 뭘 해도 되는 이름 같은거 있잖아요. 이래서 이름이 중요한 겁니다. 네이밍도 브랜드의 중요한 요소니까요.



예를 들면 여긴 동네에 있는 곳인데,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습니다만 일단 이름만 봐도 분짜가 굉장히 유명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분짜가 유명할 것 같고, 들어가면 분짜부터 시켜야할 것 같고, 좋은 싫든 분짜 정도는 한 그릇 먹어 볼 것 같아요. 이래서 이름이 중요한 겁니다. 물론 방문 계획은 없습니다만..


디멘션 랩의 세 남자
컬러 조합은 얼추 비슷하네요? x나 좋아보이는 것도 그렇고


건축주와 2명의 후배들이 뭉쳤습니다. 처음 만나자마자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실험적인 시도를 해 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자랑을 하더군요. 뭐가 그리 실험적인지는 당시까진 그닥 와닿지 않았고 그냥 좀 이상한 애들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만나자마자 술 마시자 그러고 술 마시다가 지금 계약하자 그러고 계약하자마자 배틀 그라운드 하러 가자 그러고 나가다가 허둥대더니 술집 앞에서 자빠졌을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때 도망쳤어야 되는데... 만나자마자 술마시면서 계약하다니 굉장히 좋은 계약이었다. 계약을 하고, 술을 한잔 하자마자 자 이제 편하게 하라고 하더군요. 당황스러웠지만 평정심을 찾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응”


가구에 대한 꿈을 안고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헝그리 정신으로 버티는 청춘 같은 건 아니고 그냥 좀 이상한 애들
지나가다가 남의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자기네 집이라고 막 우기더라고요.



저는 이 때 직감했습니다.


우리의 클라이언트 디멘션 랩 박형준 대표 (같은 사람 맞습니다)


첫번째로 전개되는 제품들의 디자인은 요즘 굉장히 핫한 가구 디자이너인 문승지 디자이너가 맡았다고 하죠. 저희 웹사이트 공간 사진에서 승지가 디자인한 제품들을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하나 정도만 소개하자면 제가 좋아하는 시그니처 의자에요.


feat. 강실장님

살짝 기대어서 핸드폰을 보거나 책 읽기에도 딱 좋고요. (러브하우스 톤으로)



읽던 책을 저렇게 올려두기도 좋습니다. 
박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모든 책이 의자 하나에 다 올라가네요.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의기투합했습니다.
윤재민, 문승지, 아티펙트.


이래서 이름이 중요합니다.

네, 이름은 중요합니다.
현장으로 돌아가서, 사용승인이 갓 떨어진 상태였긴 합니다만...



아무것도 없는 도화지라고 보기엔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요. 가구 쇼룸으로서의 기능을 당연히 만족시켜야 하지만 동시에 건축가의 의도를 해치지 않고 건물의 조화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가령 새시, 도어와 같이 기능적으로 작동하되, 브랜드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크게 연관이 없어보이는 부분을 그냥 두어야 할지, 아니면 모두 대체해야 할지, 혹은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봐야 할지. 사소해 보이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고민거리들이 있죠.  


건축물 전면


처음에 쓱싹쓱싹 그렸던 초기 스케치는 말이죠.


완성된 지금과는 일견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지만 디테일한 요소의 고려와 검토 이전이므로 생각보다는 큰 차이가 있어요. 먼저, 디멘션 랩 쇼룸으로 접근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큰 시각적 흐름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도로에 면해 있어, 지나가면서 내부를 볼 수도 있고 또 측면에 있는 입구를 통해 90도를 꺾어 들어오면서 내부를 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건축물이 가진 흐름을 해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쇼룸이라는 이유로, 그저 장식을 위한 장식을 하거나 불필요한 마감을 전혀 더 하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면.

요즘 거리를 돌아다녀보면 빨리 피로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많은 신축 건물, 거기에 들어선 많은 샵들, 저마다 나예요, 나혼자만 쇼룸이에요! 절 봐주세요! 라고 외치는 느낌이 싫습니다. 고객 뿐만 아니라 고객의 고객을 위한 고려, 나아가서는 그 지역을 공유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를 함께 해야 할텐데, 나 혼자만 예뻐야지, 튀어야지, 하는 의도에서 나온 디자인에 대한 반감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그게 정말 고객을 위한 디자인인지도 우려스럽고요.

이건 말이야 그냥 살리고, 저건 다 뜯어버리고, 얘는 새로 하자,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을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어요. 하나의 컨셉트나 방향 위에서 깊은 생각과 검토가 필요한 결정들이 순식간에 별다른 고민과 고려 없이 이루어지는 것을 너무 많이 봐 왔고,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 요 모양 요 꼴의 도시가 된 거겠죠. 맞아요. 요 모양 요 꼴이 되다보니 야 그냥 우리만이라도 그냥 예쁜 거, 보기 좋은 거 하자, 이렇게 되는 거고요. 

파사드 안쪽에 설치한 프레임 박스는 내부가 거울로 되어 있고, 프레임은 기존 1층의 천장부 건축 마감과 같은 금속으로 되어 있어요. 거울은 굳이 거슬러 올라가자면 그리스 신화 이야기 때부터 차원의 분리를 표현하는 메타포로 많이 사용되어 닳고 닳아 이제는 아주 너덜너덜해진 흔한 클리셰이긴 한데요, 거대한 거울 프레임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간의 사용성이 변한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또한 기존 건축이 가지고 있는 미감과 흐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 프레임 박스는 차원을 통과하는 포탈 같은 개념인거죠. 포탈을 통해 건너편을 볼 수 있고, 그곳은 시각적으로는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다른 차원이 되는 것처럼요. 


죄송합니다 요즘 마블에 심취해 있다보니


미러 디멘션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면 차원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색감이나 마감, 톤앤 매너의 변화 없이 단순히 미러 효과와 그에서 파생된 컬레이도스코프 효과만으로 표현해 강력한 임팩트를 주고 있죠. 물론 닥터 스트레인지의 웃긴 손동작이 주는 임팩트가 더 크긴 했지만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좋은 영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건물 앞에서 보면 그저 차분해 보이지만 프레임 박스로 가까이 다가오면 가구가 프레임 박스 안에서 반사되면서 만들어내는 컬러와 볼륨감이 거대해집니다. 컬러의 밴드가 차원의 경계를 만들어주죠. 그리고 프레임 박스를 너머 쇼룸 내부를 바라볼때, 전체적으로는 주거 공간인 윗층과 같은 건축적 미감을 공유하지만 쇼룸이라는 상업적 목적을 가진 1층을 이질감 없이 같은 흐름으로 받아들이게 되겠죠. 그래서 가구도 공중부양 시키고 막.

여기까지 착안은 좋았는데



문제는 저 정비율의 프레임 박스와 기존 건축 새시 프레임 비율이 너무 안 어울린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새로 만든 저 비싼 새시를 무작정 교체할 수도 없고요. 


윤소장님 투입

즐겁게 협업한 프로젝트였는데 특히 클라이언트+건축가를 포함한 3자 미팅을 많이 했네요. 기존 새시가 건축물 구조의 흐름을 따라 조성된 것이기에 그에 맞는 비율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를 거쳤고 윤소장님의 훌륭한 조언이 있었습니다. 조언과 원포인트 레슨에 심심한 감사를 드리는 바 입니다. 


상부에서부터 이어져오는 입면의 흐름을 충분히 고려해서


프레임 박스는 마치 자연스럽게 내부에 존재해 있던 것처럼, 서랍이 열리듯 파사드 새시를 지나 위치하게 돼요. 유리 사이즈만 생각한다면 의아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 빅픽처 조화롭게 납득할만한 구성을 해 보았습니다. 적절한 비율과 구성을 위해 매우 공을 들였고, 아이디어는 윤재민 소장님의 원포인트 어드바이스에서 나왔습니다.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건축 시공사가 친절하게도 사이니지용 전기를 쓰라고 선 작업까지 해 놓은 모양입니다만 면의 텍스쳐를 어떤 방해나 간섭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외부 입면상에 어떤 사이니지도 부착하고 싶지 않았고, 유리 파사드쪽의 외부 조명을 있는 그대로 활용해서 깔끔하게 사이니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면 원래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완성 샷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면 이런 느낌. 리셉션과 그 입면은 마감에 있어 1층의 유일한 변주입니다. 고객을 맞이하는 곳이니 같은 물성을 유지한 채 과하게 않게 아주 약간만 격식을 갖춘 느낌. 톤 다운된 테라조는 포인트로 사용했다기 보다는 바탕지로 사용한 것 같은 느낌이죠. 금속 커튼월은 새시의 프레임과 점검구를 효과적으로 가려주는 동시에 디자인 포인트로 자리해요. 프레임과 점검구와 도어를 가려야 해서 항상 저 자리에 있어야만 한다는 단점이 있다 카더라. 



지하로 내려오면 보다 더 본격적인 느낌의 쇼룸인데요. 디멘션 랩의 로고 D의 형태를 따와서 조금 더 유려한 형태를 가지게 됩니다. 어디까지나 1층에 비해 상대적인 형태일 뿐, 가급적 그 외의 불필요한 곡선을 절제하고자 노력했어요. 



기존 로고의 웨이트와 자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조율이 필요합니다.
아치의 모티브는 원래의 브랜드 로고였던 셈이죠.


아치 구조의 경우 단순히 데코레이션 벽 느낌을 주는 것을 피하고 싶었는데 조직감, 구조감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단순히 장식을 위한 아치도 조금만 있으면 너덜너덜해질 것 같은 클리셰죠? 디멘션 랩은 가구 브랜드이고, 가구 또한 작은 건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구조가 중요하니까 조직감, 구조감이 더해지길 바랐습니다. 게다가 넓진 않기 때문에 솔리드한 아치 벽이 세워진다면 답답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치가 조성되는 부분은 사진으로 보여지듯 실제로 그리 넓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연구와 고민이 필요했던 곳이에요. 아치는 시스루 형태로 매쉬 구조로 열린 환경을 만들어 주고, 뒤에 있는 막힌 벽에 개방감을 주고자 폴리카보네이트와 조명을 활용해서 외부의 분위기가 내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굉장히 탁 트인 느낌을 주고 있어요. 천장이 높아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하 1층이지만 생각보다 쾌적함을 느낄 수 있어요. 조명으로 인한 벽돌의 질감이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가장 중요했던 아치의 디테일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풀어주신 이병철 소장님. 굉장히 꼼꼼하신 분이십니다. 벽에 도면을 붙였는데, 수평이 맞지 않아 레이저를 띄워야 하나 고민 중인 모습이시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주시는...


음주가무 중에도 기타치는 액션을 하시며 흥을 돋구어 주십니다. 역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주시는...2
그리고 음주가무가 끝난 뒤 계산을 할 시점이 다가오자 사라지셨어요.
역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주시는...3



매쉬의 조밀도가 굉장히 중요해서 샘플을 가지고 많은 실험을 해서 적정선을 찾을 수 있었어요. 두겹으로 레이어드 된 매시를 일정 간격으로 다시 두겹으로 배치해서 원하는 느낌을 낼 수 있었습니다. 많은 노하우를 가지신 이소장님께서 좋은 솔루션을 제시해 주신 덕분입니다.



지하는 아치 구조의 존재가 전시 공간과 공용 공간을 나누어주고, 가구를 놓는 것만으로 모든 마무리가 되는 형태에요. 그리고 무채색 톤을 유지, 모든 컬러는 가구 및 전시 제품들로 채워지게 되어 있습니다. 이 건축물이 지어지는 것에서 가구가 놓이기까지 큰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시작이며 끝입니다. 가구 디스플레이와 조명 효과만으로 이 공간은 다양한 용도로 다능하게 변할 수 있고, 또 구조의 존재감이 크지만 결코 가구가 가진 색깔을 지워버리거나 상쇄시키지 않아요.


원하는 느낌을 만들기 위한 수많은 시도. special thanks to 이병철 소장님.


개념적으로 생각했던 시스루 형태의 아치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진행상황이 만족스러운 박대표님과 현장에 응원하러 오신 윤소장님


뒤에 나오겠지만 이때는 조명을 강매당하기 전이라 표정이 좋아보입니다.


자칫하면 아예 자투리 공간이 되어버릴 것 같은 이 느낌


프라이빗한 상담&샘플 전시 공간입니다. 공간을 괜히 틔워서 살리려고 했다간 옆에 있는 아치 구조 뒤편 공간까지 함께 답답해 보일 수가 있으니까, 때론 과감한 결단과 정리가 필요합니다. 



구조도 들어서고 공간도 분리되었지만 좁아서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아요. 우측 프라이빗 공간의 구조는 전적으로 개방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형태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어요. 더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도록 말이죠.


기존의 방법을 조금 벗어나 시도해 본 전시 형태 되겠습니다. 같은 의자라도 레벨에 따라 스케일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벽면을 따라 이어지는 리듬감이 재미있습니다. 꼭 의자가 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주는 방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요. 상업 쇼룸이 아닌 미술 전시에서 영감을 받아 시도해 본 방법이에요. 백라이트 때문에 일견 가구의 질감이 전면에서 잘 느껴지지 않을 것 같지만 염두에 두고 조명 설계를 해서 굉장히 은은하게 가구와 패브릭의 질감을 느낄 수 있어요. 


1층과 지하가 어느 정도의 건축의 흐름을 유지하되, 온도차를 가지고 브랜드를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1층과 지하 사이를 오가는 계단은 그와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 보았습니다. 



계단실은 1층과 지하 사이의 공간이긴 하지만요. 이걸 단순히 1층과 지하 사이의 온도차, 즉 트랜지션이 일어나는 공간으로만 생각하진 않았어요.  가구 역시 만들어지는 과정이 있잖아요? 계단 역시 오르거나 내려가는 과정을 매개하고요. 그래서 그 공간에서 가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컨셉추얼하게 표현해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전시나 설치 느낌으로다가.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쎈 느낌이어도 좋을 것 같았어요. 차원의 포탈은 계단에 있었군요. 



반장님, 좌측으로 1칸만요
아니아니, 우측으로 1칸만요


이런 느낌


완성

그리고 의외로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굉장히 큰 공을 들인 부분 중 하나가 조명입니다. 



디멘션 랩의 가구들은 퀄리티가 좋고 가격도 아름다운 크바드라의 텍스타일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질감과 색상을 잘 표현해 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공간이 톤 다운된것은 이에 대한 고려가 당연히 되어있기 때문이고 거기에 더해 컬러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 조명에 아낌없는 투자를 밑어붙입니다.

제품을 비추어 주는 트랙 조명에 연색지수(CRI)가 95 정도 되는 수입 제품을 사용했고요. 이 부분은 우리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고 설득하려 했던 부분입니다. 공간이 완성되기 전까지 박형준 대표는 이 조명을 꼭 써야 합니까, 라는 말을 다섯번 이상은 했던 것 같습니다. 

공간이 완성되고, 가구가 놓여지고,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들어오고 나서야 조명들이 진가를 발휘해서 클라이언트도 대만족하고, 작품을 렌탈 서비스 하러 온 갤러리 관계자들의 문의가 줄을 이었습니다. 지금은 ‘조명 하나는 잘 산 것 같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는 카더라가 있어요. 

기술적으로 얘기하면 길어집니다만, 흔히 사람들이 명품 매장에 갔을 때 흰 벽에 제품 하나 놓여있는데 질감이나 색감이 너무 예쁘고 아우라가 느껴진다는 이야기들을 하잖아요? 요즘엔 고퀄리티의 자재를 이용하는 로컬 디자이너들도 많은데 유독 쇼룸가면 그런 질감과 느낌이 안 난다고. 

사실 그게 조명 차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고, 이 차이는 큽니다. 다만 조명 1개에 많게는 가격이 10배에서 20배까지 비싸다보니 사용하기가 쉽진 않아요. 스펙상 수치가 가격 10배~20배 만큼의 성능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디멘션 랩 같이 프리미엄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서 내 놓는 경우에는 사실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설득했던 것이었어요. 사실 강매 수준으로 윽박질렀다는 후문이 있고 디멘션 랩 측에서 그렇게 말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저의 명예를 걸고 그건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이입ㄴ디ㅏ다.


I also 마진좋아 


비싼 조명 강매당해서 빈정상함. 왔는데 누워서 인사도 안하고..


만약 먹고 마시는 매장이었다면 그렇게 강하게까지 설득하거나 제안할 이유가 없었을 거에요. 이 조명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2019년 3월에 발행된 감매거진 조명 편에 저희 아티펙트의 인터뷰가 실려 있으니 참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조명을 잘 쓰는 스튜디오 ARTEFACT (앞뒤가 똑같은 대리운전 1577 뉘앙스로)



지하의 경우 원래 존재하던 타일 바닥은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1층의 조금 애매한 바닥 마감을 클라이언트가 마음에 걸려했는데, 뭔가를 붙인다거나 새롭게 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고 기존 바닥 마감을 갈아내는 것만으로 골재를 노출시켜 보다 더 신경쓴 듯 정리된 느낌을 주었어요. 위의 사진은 비포와 애프터입니다. 클릭해서 보시면 차이가 느껴져요. 얼룩들은 사라지고 멋스럽게 골재들이 테라조 같은 느낌으로 노출되어 패턴을 만들어 냅니다.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도 마음에 드는 바닥이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건축물에 대한 헌사라고 슬쩍 자랑하며 숟가락을 얹어보고 싶습니다.



오픈 파티도 성황리에 끝냈습니다. JMY Architects x Dimension Lab x ARTEFACT 합동 오픈하우스 파티. 참석해 주셨던 많은 건축가, 디자이너, 기자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중요한 건 저예산(!)으로 건축의 미감과 주요 마감을 유지하면서 클라이언트가 행복해 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이고, 그래서 즐겁게 파티하고 재밌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너무 행복했던지 이 날 스파클링 와인 100병이 동이 났다고 합니다.


다들 이런 분위기
행복한 클라이언트. 오 필승 코리아 같은 느낌.


프로젝트가 끝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디멘션 랩이 사실 가구 브랜드에서 가구+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겸 공간 스튜디오로 전환을 했습니다. 사실 클라이언트인 박형준 대표가 굉장히 눈이 높은 사람이거든요. 삼성동 살고, 건축주고, 건축에 관심 많고 조명과 미술에 대한 안목도 있고. 대충 답 나오죠? 레드 와인 빼고는 다 기준이 아주 높은 사람이었어요. 이런 사람이 브랜드를 하다보니 워낙 눈이 높아서 원목 좋은 거 가져다 쓰고, 그 좋다는 Kvadrat 패브릭 사용하고, 고급 오일로 마감했더니 이게 도저히 가구만으로는 수지타산이 안 나와서 ;;; 망할 것 같아서 방향을 전환한다고 합니다. 오리지널 브랜드 제품과 여러 아티스트의 작업이나 오브제 등을 디멘션 랩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네요. 아 형 망했어, 하더니 바로 방향 전환 잘 하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망한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lean 하게 방향을 변경하고, 또 그에 맞게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이 스타트업의 미덕이니까요. 게다가 사업 방향 전환을 민첩하게 했음에도 결국 공간과 오브제 분야를 다루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디멘션 랩이라는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리니까 괜찮은 거 아니겠어요? 사업이라는 게 다 그렇죠. 처음 계획했던 방향대로 되면 좋겠지만 그게 또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얘기가 딴데로 샜는데. 사실 오늘 하고 싶었던 얘기는 맨 위에 있어요. 
여러분 이래서 이름이 중요한 겁니다. 사업을 할 땐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는 것 다들 명심합시다. 
얘네 삼성가구 이런 걸로 지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요. 
디멘션 랩의 새로운 행보도 응원합니다. 이미 가구 제작 문의 및 촬영 문의가 줄을 잇는다고 얘기해달랍니다


포즈 무엇


마지막으로 좋은 공간이 완성될 수 있도록 끝까지 디자인팀을 믿고 조명을 강매당한 믿어준 박형준 대표와 어렵고 까다로운 요구에도 항상 유쾌한 모습으로 디테일을 풀어주시고 가르침도 내려주시고 노래방에서 그냥 도망가신 이병철 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두 분이 있어 즐거웠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끝난지 반년 다 되어 가는데 한 달에 한두번씩 만나서 술도 마시고 잡담도 하고 재밌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좋은 인연 고마워요.


완성된 공간 사진 보러 가기


- Project Management : 김형진 / ARTEFACT
- Spatial Designer : 강예경 / ARTEFACT
- 시공 : 이병철 / 더플러스파트너스
- 잘 찍은 사진 : 여인우
- 대충 찍은 사진 : 김형진


프로젝트 문의 : contact@artefact.co.kr

인스타그램 : @artefact.kr

웹사이트 : http://artef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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