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기왕 망한 거
새로운 지구를 상상해볼까

드림아트랩 4.0 아티스트 강사 인터뷰 : 임도원(토탈미술관)

by 아르떼 시민교육팀

임도원 / 미디어 아티스트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베이징에 위치한 Can Foundation 레지던시에 선정되어 참여하였다. 3D 프린터 개발자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저서로 ‘라이노 예제로 배우는 크리에이티브 3D 프린팅&모델링’ (미진사)가 있다. 중앙대학교, 과학기술대학교, 중소기업청, 미래부- 생산성 본부, 팹랩서울 등에서 3D프린팅 관련 특강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뜻밖의 상황이 펼쳐준 새로운 기회


강지웅(이하 강’): 어떤 계기로 올해 토탈미술관 사업에 참여하시게 되셨나요?

임도원(이하 ‘임’): 제가 예전에 토탈미술관에서 작가들을 대상으로 3D프린팅 워크숍을 진행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언급한 내용이 올해 기획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는지 올해 사업을 준비하시면서 초대해주셨어요.


강: 올해 사업의 핵심적인 주제는 어떻게 설정하신 건가요?

임: 벙커를 소재로 한 미술관의 기획이 무척 흥미롭더라고요. 그래서 지난해의 설정을 이어가면서 거기에 로보틱스나 공유경제에 관한 내용으로 제가 설정을 부연했어요. ‘지구가 멸망한 상태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뭐든지 만들 수 있는 3D프린팅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타개해 나간다’는 상황을 설정하고, 미션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수업을 준비했어요.


강: ‘코로나19’로 인해 수업 계획을 많이 변경하셔야 했을 텐데 어떠셨나요?

임: 제가 초등학생과 유아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교육 프로그램을 2년 정도 골몰해서 준비했던 적이 있어요. 카톡이나 문자메시지처럼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미디어를 순차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방식인데요. 최초 사업계획 당시 이 프로그램 사용을 약간 포함했었는데, 비대면 수업의 필요성이 갑자기 커지면서 더 많이 적용하게 되었어요.


강: 불가피한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도 갑자기 전환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셨을 텐데요.

임: 비대면 교육은 주로 온라인 화상회의 도구를 이용하거나 만들어진 영상을 시청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실험이나 실습 같이 대면이 전제된 수업이 이 상황에서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거로 생각해요. 저희는 이 상황을 스마트한 장비를 좀 더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드는 계기로 삼을 수 없을까 생각했고, 교사 없이 아이들이 앱과 키트를 활용해 직접 실습을 진행하는 수업을 구상했어요.


강: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었을지 궁금한데요.

임: 스마트폰과 키트를 비롯해 그날 수업에 필요한 재료들이 미리 준비된 빈 교실에 아이들이 들어와서 스마트폰의 앱을 실행시키면 그날의 미션과 해야 할 행동을 안내받아요. 제시된 미션을 달성하면 다음 미션이 주어지고, 동영상을 비롯한 정보들이 상황에 맞춰 제공되어요. 아이들이 설정에 조금 더 잘 몰입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달하는 존재를 ‘선생님’ 대신 ‘누군가’라고 했어요.


강: 아이들이 스마트 미디어나 상호작용에 익숙해서 어렵지 않게 참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는 어땠나요?

임: 교실에서는 선생님의 리드를 따르는 것이 익숙한데 스마트폰과 재료들이 덩그러니 놓여있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려워하더군요.


강: 그런 조건에서 아이들이 처음으로 앱을 열어보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지 궁금한데요. 그냥 내버려 두신 건가요?

임: 아이들이 모인 교실의 상황을 기록하면서 모니터링도 할 겸 아이들 교실에 카메라와 스피커를 설치했고, 강사들은 다른 교실에 모여서 수업상황을 지켜보면서 중간중간 마이크로 안전에 관한 환기를 포함해 수업에 필요한 사항을 전달하면서 목소리로만 개입했어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직접 도움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서 아이들이 요청할 경우 시간제한을 두고 도와주는 ‘조력자’라는 역할을 두었어요. 그렇게 3회 차 정도를 운영하니 아이들이 서서히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인식하면서 이야기에 몰입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미션을 수행하면서 아이들끼리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로도 잘 이어졌고, 함께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모이면서 몰입도도 높아졌어요.


강: 아이들이 3D프린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술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어쨌든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3D프린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어떻게 해결하셨을지 궁금해요.

임: 아이들이 점을 몇 개 찍으면 입체 도트를 생성하는 방식의 모델링 툴을 만들어서 활용했어요. 아이들에게 실제로 작동하는 물건을 꼭 만들 필요는 없고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을 보여주는 정도에서 3D프린터를 활용해 보자는 정도의 범위로 진행했어요. 복잡한 모델링은 보물 찾기처럼 메모리카드를 찾아서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세모, 네모, 동그라미를 활용해 간단하게 그림을 그리고 이해할 수 있게 했어요. 이런 과정들을 전체 스토리 안에서 아이들이 행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강: 3D프린터로 만질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이름을 붙이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아직 3D프린터가 대중적인 도구는 아니어서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럴 때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과정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임: 제일 중요한 건 상황 설정이죠. “모든 인류가 없어졌고 너희들만 살아남았어. 이 지구에서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금술처럼 원하는 모든 걸 만들 수 있는 3D프린터를 활용할 수 있으니 너희가 원하는 새로운 지구를 마음껏 상상해봐.”라는 질문이 이 수업을 기술교육이 아닌 예술교육으로 만든다고 생각해요. 이런 설정 안에서 증강현실, 가상현실, 3D프린팅 같은 기술은 다 붓인 거예요. ‘지구가 멸망했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답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에게 답을 구하고, 아이들이 해내는 것을 지켜보고 참아주는 과정이 예술적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강: ‘지구가 멸망했다’는 말에 아이들 반응은 어땠었나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쿨하게 받아들였을 것 같기도 해요.

임: 네, 맞습니다. 천진난만하게 어떤 게임의 얘기라고 생각을 하죠. 아이들의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에 굽히지 않고 자기의 재미를 찾아서 갈 수 있는 것도 아이들의 힘인 것 같아요. 어른들은 생각할 게 너무 많아지잖아요.


아이들은 강하다, 어른들이 믿는다면 더욱


강: 아이들이 선생님 없이 알아서 수업하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그런 아이들을 강사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도 인상적이에요. 강사분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임: 안절부절못했죠. 일반적으로 익숙한 워크숍은 강사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저희도 아이들이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며 노심초사 지켜보면서도 “앱을 잘 보세요”, “조심하세요” 하는 정도만 마이크로 말하는 정도였으니까요. 3회 차까지 ‘이쯤에서 도와주러 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는데, 그 후로는 아이들이 빠르게 익숙해지면서 그런 생각도 줄었어요.


강: 강사분들이 안절부절못하시는 동안 자연스럽게 수업의 결과물에 대한 고민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임: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어하셨지만 제가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보자고 했어요. 초반에는 저희가 전부 가서 다 도와줘야 할 것 같았지만, 점점 아이들이 적응하면서 자기 역할과 영역을 알아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서 프로그램을 만든 입장에서 되게 뿌듯했어요.


강: 이번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3D프린터를 활용해서 물건을 만들어가며 섬을 탈출하라는 큰 설정만 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도록 하셨잖아요. 단계별로 미션을 주셨지만, 그 외의 규칙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궁금해요. 가령 각자 물건을 만들어서 서로 물물 교환하더라도 물건의 값어치가 정해져야 하는데, 그건 아이들이 어떤 세계관을 설계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요.

임: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크고 작은 미션을 서로 협력해서 해결하는 것에 방점을 두다 보니 규칙을 구체화하는 것보다는 다 함께 서로 도우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강: 아이들의 참여가 잘 이루어진 데에는 프로그램의 어떤 장치가 잘 작동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임: 아이들이 앱이나 스마트 미디어에 익숙하다는 것을 교육에서 잘 활용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먼저 해결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아이들은 프로그램에서 만든 설정에 그냥 들어왔거든요. 게임을 통해 스토리를 풀어가는데 익숙한 아이들이 스스로 놀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배울 수 있거나 배워야 하는 것들을 살짝 숨겨 놓은 거죠. 그게 특별한 장치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강: 저는 아이들이 3D프린터로 뭘 만들어야겠다고 떠올렸을지가 너무 궁금하고 기대되더라고요. 어떤 친구는 호미 같은 걸 떠올리고, 어떤 친구는 무기 같은 걸 떠올렸을 텐데, 그런 저마다의 상상력들이 어떤 면에서 창의성인 거잖아요. 그런데 한편으론 너무 자유로운 것 아닌가하는 반문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해요.

임: 오히려 그 반대의 우려를 듣긴 했어요. 미션을 중심으로 수업을 하면 오히려 아이들을 제한하는 것 아닌가 하고요. 미션을 주긴 하지만 그걸 수행하는 방법은 아이들에게 맡기는 건데.

강: 게임에 비유하자면 미션과 퀘스트의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퀘스트는 할 일의 방법까지 제한하는 거라면 미션은 목표만 제시하되 그걸 달성하는 방법은 자유에 맡기는 거죠. 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분위기가 잘 설정되면 재미와 몰입으로 이어지면서 미션이 제시되고 수행하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대화처럼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미션을 더 잘 수행하려고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발휘할 수도 있고요.

임: 저희 수업이 3시간씩 진행을 하는데 아이들마다 그날의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과 속도가 달라요. 그래서 어떤 친구는 한 시간 만에 끝내고 다른 일을 하기도 하죠. 다른 친구를 도우러 가는 경우도 있고, 혼자서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도 하고, 저희가 준비한 내용에 없는 새로운 걸 연습해보기도 해요. 그렇게 저희가 예측하지 못한 일들도 많이 일어나더라고요.


강: 아이들과 간접적으로 소통했기 때문에 더 인상 깊으셨던 순간이 있었을 것 같아요.

임: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돕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팀 전체가 이동해서 돕기도 하고, 옆에서 지켜보면서 넌지시 던지는 한두 마디로 도와주기도 하고요. 도움이 필요한 팀이 찾아와서 수업을 듣는 것처럼 배우기도 하고요. 아이들은 저희가 서로 돕기를 기대한 것 이상으로 스스로 협력하고 서로 도울 줄 알고 있었어요. 그걸 보고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믿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감을 느끼도록 격려해주고 자기들의 표현을 잘 들어주는 어른이 아닐까 반성하게 됐어요. 경쟁 대신 협력을 당부한 메시지를 저희의 기대보다 더 잘 수행하는 것이 언뜻언뜻 보일 때 감동적이던데요.


누군가를 이해시키는 작업


강: 선생님은 어떤 계기로 3D 프린터를 접하셨나요?

임: 제 전공은 조소인데요. 작업할수록 작품이 늘어나는데 보관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개념적으로 작품을 남겨두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물들에 대한 사용설명서’라는 주제로 작업했어요. 그런데 사용설명서만 그리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설계를 배우게 됐어요. 그러던 중에 기회가 닿아 아예 설계회사에 취업해서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 외장패널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어요. 그러면서 컴퓨터나 기기를 이용한 작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요. 2011년쯤 산업용 3D 프린터를 처음 보았는데 앞으로는 개인용 3D프린터가 보급될 거라는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이 3D프린터를 만능의 물건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우려가 되었어요. 실제로 써보면 그렇지는 않거든요. 그러면 제가 3D프린터를 다룰 수 있으니까 사용하는 방법을 작가들에게 알려주자고 생각해서 작가들이 만들고 쓸 수 있는 3D프린터를 직접 설계하면서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강: 설계를 배우시면서 이전에 조소를 하셨을 때와 다른 점이 많아서 힘들진 않으셨나요? 공통점을 발견하시는 즐거움도 있으셨겠지만 달라서 어려우셨던 지점을 어떻게 넘어가셨을지 궁금해요.

임: 제가 설계회사에서 했던 일이 DDP의 외장패널을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DDP의 외장패널이 4만 장 정도 되는데 전부 다 다르게 생겼어요. 그래서 그걸 만들 장비가 필요해서 장비에 대한 아이디어를 스케치해서 기계를 만드는 회사를 찾아갔어요. 장비가 실제 있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보이게 스케치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림으로 준비했거든요. 그 회사 사장님을 뵙고 30분 정도 그림을 보여드리면서 설명해 드렸는데, 처음 20분은 제가 그린 그림을 이해하기 어렵고, 만들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러다 아, 이런 말씀이시군요 하시면서 그림을 그리시는데 선 몇 개를 그으신 다음 수치를 적으시더라고요. 이건 몇 밀리미터, 저건 몇 밀리미터 하시더니 재질은 무얼 쓰고, 여기에 이 정도 크기의 구멍을 두면 몇 킬로그램의 패널이 되어서 구부릴 수도 있을 거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 말씀을 듣고 사람들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하고 아티스트가 세상을 표현하는 방법이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구나, 보는 사람에게 다가갈 수 없는 예술품은 자칫하면 쓸모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상상하고 어떤 거로 감동을 줄 수 있을까에 관한 반성 같은 걸 많이 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협력과 협동에 관한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그래서 대학에서 강의할 때도 학생들에게 개인 작업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역량만으로 온전히 작품을 만드는 시대는 지났고 이젠 여러 사람이 협력해서 더 많은 정보와 수단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서로 설득하고 이해하면서 누군가가 이해할 수 있는 작업을 해보자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번 드림아트랩에서 아이들에게 협력과 협동을 강조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요.


예술의 미래와 지속의 중요성


강: 드림아트랩 사업은 앞으로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더 많이 결합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하고 있잖아요. 아티스트로서 예술에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세요?

임: 모든 사람이 아티스트가 되는 변화랄까요? 지금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노동을 잃어가는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인간에게 노동은 언제나 해야 했던 것이고 또, 노동해야 안정적이라 교육받아왔는데 기술이 효율을 높여서 노동을 없애가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노동이 없어진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지? 아티스트로서 그런 고민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노동이 없을 때 사람은 어디에 에너지를 쏟고 어디에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야 하나, 그걸 어떻게 연습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요.


강: 막연하긴 하지만 노동이 사라졌을 때 예술은 어떤 기능이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임: 예술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의 개념이 지금과 달라질 수도 있겠죠.


강: 그렇다면 앞으로 기술이 예술에 더 많이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어떤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을까요?

임: 예술과 기술의 어원이 같잖아요. 지금까지 분화가 많이 되어 와서 예술과 기술이 서로 다른 것처럼 여겨지지만 지금의 예술도 기술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강: 예술이 창의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림아트랩의 중요한 목표가 ‘창의적 인재 양성’이기도 하잖아요. 사회의 변동 가능성이 굉장히 큰 만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현실이 와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한편으로 아이들에게 너무 빨리 미래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10, 20년 뒤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걱정하기보다는 막연한 낙관과 기대가 더 많았던 것 같거든요.

임: 제가 그동안 해온 경험이나 고민들은 제가 작업을 지속해오면서 여러 계기들을 만나면서 계속 이어져 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강: 가령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임: 가치를 인정받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전용 스튜디오나 교육장에서 장기적으로 운영하면서 교육청이나 지자체와 매칭을 통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운영하는 방법이 있겠죠. 지금은 수업을 할 때마다 교실에 장비를 설치했다가 다시 해체하는데 여기에 드는 에너지도 만만치 않거든요. 안정적인 환경이 마련된다면 만드는 입장에서도 프로그램을 더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겠죠.


강: 만약에 올해 이제 만났던 친구들하고 내년에 다시 만난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으세요?

임: 배를 타고 섬을 탈출했으니까 지구 어딘가에 있는 새로운 땅에 정착해야죠. 그곳에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간다면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을까요?


강: 그런 스토리 안에서는 아이들의 진심이 나올 수도 있겠네요. 기대나 불만 같은 것들도요.

임: 그래서 요즘 농사짓는 거나 전기 만들기 이런 것들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강: 아이들이 직접 만든 배를 띄워서 섬을 탈출하는 것으로 이번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는데 그때 받은 영감이 언제 어떻게 아이들에게 발현될지 모르잖아요. 어떤 면에서는 그게 더 중요한 교육효과일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지점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면 좋겠어요.

임: 정말 지속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강: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걸 간직했으면 하시나요?

임: 망한 이 지구에서 자기들이 얼마나 큰 짐과 사명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되 지금처럼 계속 겁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들답게 겁 없이 도전하고, 겁 없이 도움을 청하면 좋겠어요. 다 같이 지혜를 모아 다 같이 해야만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한 이야기를 기억했으면, 아이들이 함께 모여 힘을 합쳐서 겁내지 않고 다 같이 살아나갈 미래를 만들어 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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