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아트랩 4.0 아티스트 강사 인터뷰 : 김준수, 안준우(연수문화재단)
김준수 / 미디어 아티스트
미디어아트 & 조형설치 작가. VR 혹은 AR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물성을 가진 오브제가 현실 속에서 가상현실과 유사하게 작용하는 듯한 체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업을 주로 한다. 2018년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작가로 선정되어 출품한 작품이 베를린 필름페스티벌 패션필름 부문에 최종후보로 선정되었고, 2019년 한국콘텐츠 진흥원 창의인재 동반 사업에 선정되었다.
안준우 / 로봇 엔지니어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 대학원 연구원. 학부 로봇 동아리에서 로봇과 관련된 작품을 출품하다가 예술과 로봇의 결합을 체험하게 되었다. 이후 전시에 참여하게 되면서 미디어 아티스트와의 협업 작업을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 아이들에게 로봇공학과 코딩을 가르치며 2017, 2019년에 아트센터 나비 창의인재 동반사업에 선정되는 등 다수의 작업을 하고 있다.
강지웅(이하 ‘강’): 로봇공학자와 미디어 아티스트가 함께 수업을 진행하신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수업을 진행하시면서 어떤 관점과 의견의 차이가 있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하셨을지 같은 것들이 궁금했어요.
김준수(이하 ‘김’): 저희가 원래 알던 사이고 여러 번 같이 작업해본 적이 있어서 이번에 큰 의견의 차이는 없었고요.
안준우(이하 ‘안’): 김준수 선생님 작업을 제가 처음 도와줄 때 인상적이었던 것이 서로의 표현방식이 다르다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초음파 센서를 써서 모터를 움직이려고 할 때 저는 ‘거리가 얼마일 때 어떤 속도로 몇도 도는지’라고 표현하는데, 김준수 선생님은 ‘가까이 있으면 빨리, 멀리 있으면 느리게’라고 표현하셨어요. 그런 차이에 대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서로 염두에 두고 진행했습니다.
강: 두 분 말씀을 들으니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작업할 때 용어나 표현방식의 차이를 줄여가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 서로 소통하면서 정확한 의미를 찾아가야 할 것 같아요. 가령 기술자와 예술가가 거리나 범위에 대해 소통한다면 예술가는 최대한 생각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기술자는 그것을 대략적인 수치로 구현한 다음 의도와 맞는지 확인하면서 정확한 수치로 좁혀가는 거죠.
강: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그렇게 소통하신 적이 있으셨나요?
김: 수업을 연구 개발하는 과정에서 로봇의 외피를 꾸미는 물성에 관해 정하는 단계에서 수업에 더 적합한 재료를 찾는 과정이 있었어요. 수업의 취지에 맞으면서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찾기 위해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안: 로봇이 동작하면서 이루어지는 움직임을 견딜 수 있으면서 블록과도 잘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같은 사항들을 필수 요건으로 정했는데, 그걸 다 충족시키면서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여러 재료를 두고 직접 테스트해보고 절충해가면서 정하게 되었어요.
강: 이 과정 자체를 학생들이 함께 했으면 로봇의 움직임에 대해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코로나19 때문에 처음 설계하셨던 내용과 다르게 수업을 진행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안: 비대면 수업을 해야 했던 시기에는 아이들이 3D펜 사용법을 익히는 과정이었는데, 다행히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었어요.
김: 처음엔 비대면으로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는데, 3D펜은 커리큘럼이 있으면 충분히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어서요.
안: 온라인 수업이 아이들에게 수업내용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직접 화면공유를 하면서 중요한 부분은 확대해서 보여주면 효과적으로 강조할 수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더 효율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김: 클로즈업 카메라를 여러 대 활용해서 중요한 부분을 아이들에게 여러 각도로 강조하기도 했어요. 교실에서 수업하면 위치에 따라 잘 안 보이기도 하고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 만나서 수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긴 하겠지만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죠.
강: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 관해 학습자들의 경험이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교육자들의 경험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교육하는 입장에서도 일종의 헛헛함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잖아요.
안: 아무래도 만나지 못하니 아이들과 친해지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아요. 카메라나 마이크 같은 장비 사용이 서투른 게 영향을 주는 상황도 있었어요. 대면 수업에서는 그냥 얼굴 보고 말하면 되는데요. 또 온라인 수업하면서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대면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을 만났는데 약간 어색하더라고요. 금세 친해지긴 했지만, 어색함이 느껴진 순간이 인상적이었어요.
강: 아이들도 막상 만나니 어색해하는 반응을 보였나요?
김: 그걸 물어볼 걸 그랬네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안: 한 친구가 실물이 더 낫다고 이야기해줘서 기억하고 있어요.
강: 코로나19가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일 텐데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질 때가 있어요.
김: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감정을 선으로 표현하면서 감정을 범주화 해보라고 했더니 생각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대면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서로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즐겁고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발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강: ‘로봇’을 다루는 이 수업의 주제도 흥미로웠어요. 저에게는 아직 로봇이 영화에서 본 것 같이 거리가 먼 이미지로 남아 있는데 아이들은 어땠나요?
안: 마인드스톰을 활용했는데요. 코딩을 복잡하게 하지 않아도 움직임을 설계해서 실제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어요. 움직이지 않는 레고에 익숙했는데 그게 쉽게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에 아이들의 얼굴에 느낌표가 만들어지는 것 같았어요.
강: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마인드스톰을 정하신 것 같네요.
안: 맞습니다.
강: 로봇을 선택하신 이유는 ‘미래도시’라는 주제와도 연관이 있어서겠지요?
안: 네, 그리고 ‘정적인 것에 생동감을 부여해서 동적으로 바꿔 보자’는 것도 있었어요.
강: 로봇에 관한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요. 어른 입장에서는 로봇이 앞으로 더 많이 쓰일 거라고 이성적으로는 생각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잖아요.
안: 아이들에게는 그게 로봇인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한 초등학생 아이는 로봇을 게임 속 캐릭터가 실제로 움직이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더라고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재미있는 캐릭터. 그에 비해 중학생 친구의 경우는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모터 또는 감지하는 센서 이런 개념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강: ‘이건 로봇이야’라고 구분하는 건 오히려 어른들의 관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이들에게는 그게 로봇인지 아닌지 별로 중요하지 않고요.
안: 네, 맞습니다.
강: 아이들이 딱히 어렵게 느끼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지게 하는 접근은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다가가셨나요?
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을 예로 들어서 그것들이 실제로 어떤 구조와 원리로 작동하는지 설명했어요.
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는 놀이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걸 저희들이 도와주면서 필요한 기술이나 정보를 사이사이 알려주니까 아이들이 더 집중하면서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강: 뭘 해야 한다 보다는 뭘 해보자는 식으로 접근하셨다는 뜻이겠네요.
김: 네. 그리고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잘했다 못했다’라는 구분 말고 ‘이런 면이 있네?’하는 식으로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주려고 했어요.
강: 안준우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되신 건가요?
안: 제가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는데 자동차가 조금 더 똑똑해질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로봇 분야를 주목하게 되었어요.
강: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서 한때 로봇이 굉장히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잖아요. 그때 어떤 기분이나 느낌이 드셨을지 궁금해요.
안: 그것 때문에 딱히 새롭게 생각했던 적은 없는 것 같고요. 제가 로봇 관련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이게 필요하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관련 직종에 계신 분들의 권유를 통해서 배우러 온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강: 김준수 선생님께서는 미디어아트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신 건가요?
김: 저는 공대에 진학했다가 1년 차에 자퇴를 했어요. 그리고 입대를 했는데 군대에서 무거운 다리미 손잡이를 좀 실용적으로 바꿨는데 동료들이 되게 좋아했던 적이 있었어요. ‘이런 매력이 있구나’하면서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고, 미디어아트를 하게 된 계기는 랜덤 인터내셔널의 ‘레인룸’이라는 작품인데요. 방 전체에 비가 오는데 사람이 지나가는 자리만 비가 오지 않게 설정된 작품이에요. 그 작품을 보고 미디어아트로 전향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어요.
강: 드림아트랩이 두 분처럼 새로운 분야에 관해 호기심을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실제 아이들을 만나는 과정에서도 이런 부분에 관한 고민이 있으실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 창의 교육을 하면서 갖게 되는 고민인 것 같아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하는 것을 생략하는 건 또 아닌 것 같고요.
강: 한편으로 드림아트랩이 창의성에 관한 교육이기도 하잖아요. 특히 창의성과 관련해서 예술의 역할이 주목을 받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 창의성과 예술의 상관관계가 예술 교육 바깥에서 더 각광을 받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저는 예술이 꼭 삶과 동떨어진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고, 끼적이다시피 한 그림도 예술이면 예술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강: 예술교육이 꼭 창의성을 위해 쓰일 필요가 있냐는 반문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김: 네, 또한 놀이의 하나일 수도 있다.
안: 창의성에 관한 정의가 어려운 것 같은데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중에 예술이 가장 창의성에 근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해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가장 편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강: 도시에 관해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했나요? 어른들이 도시를 편리하게 느끼는 만큼 아이들도 같은 생각이었나요?
안: 도시의 특징에 대해 어른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어요. 도시의 편리함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고, 야경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 것은 좀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게 있었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많이 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과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이나 원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보려고 했어요.
강: 도시의 소중함은 도시를 벗어나야 더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안: 수업 중에 추석이 있어서 이 지역을 벗어났던 친구들은 이 지역과 다른 지역의 차이를 이야기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차이에 관한 관심에서 지금 사는 도시를 좀 더 이해하려는 관심으로 연결된다면 좋겠죠.
김: 도시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했는데 이번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안: 제가 기대하는 부분도 그런 부분이었거든요. 이번 수업을 통해서 배운 로봇이나 센서 같은 개념들을 도시에서 아이들이 생활에 직접 적용해 보면서 다양하고 다르게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김: 저도 일상적인 것을 벗어나 낯설게 바라보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강: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편리한 도구들이 왜 편리한 것인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그게 왜 편리한지 궁금해지는 과정이요.
안: 점점 복잡하고 어려운 디바이스들이 많이 생기잖아요. 아이들이 그런 것들을 어려워하지 않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동문이 움직이는 원리, 센서가 작동하는 원리 같은 것을 이해하고 나면 그걸 발판으로 더 구체적인 것들을 그려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강: 실제로 앞으로 기술이 우리 일상생활에 더 많이 스며들게 되겠죠?
김: 네, 사실 저는 아이들이 전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도 좀 놀랐거든요. 앞으로 예술과 기술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면서 한편으로 기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안: 그 과정을 아이들은 더 잘 발견할 것 같아요. 수업에서 로봇에 대해 파트를 나누어서 설명하는데 한 아이가 로봇을 연결한 선을 보더니 ‘혈관’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인간이랑 로봇을 비교하는 수업도 있는데, 그런 수업을 듣지 않고도 그런 공통점을 발견해내는 관찰력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