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느리게, 크고 작게
모든 동그라미가 전부 다르듯

드림아트랩 4.0 아티스트 강사 인터뷰: 이현주,이정효 (ABC LAB)

이현주 / 현대무용가

움직임을 기반으로 공연과 교육을 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문화재단의 티칭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움직임과 드로잉의 접점을 찾아 의미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움직임 아이디어를 얻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정효 / 미디어 아티스트

모두의연구소 인터랙티브 아트랩 운영자이며, 인터랙티브 아트 전시(서교예술실험센터/마포아트센터)와 디자이너를 위한 코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규칙성을 이용해 제네레이티브하게 만들어내는 코드 아트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달라서 오히려 시원한


강지웅(이하 '강'): 두 분, 아티스트로서 하시는 작업이랑 이번 사업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셨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이정효(이하 '효'): 저는 '크리에이티브 코딩'이라고, 코딩을 통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영상 같은 거나 인터랙티브 한 웹사이트나 게임을 만드는 작업을 주로 하고요. 이번 사업에서는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영상을 구현하는 과정을 맡았어요.

이현주(이하 '주'): 저는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무용과 안무를 하면서 가르치는 일도 하고요. 이번 사업에서는 무브먼트 파트를 맡았어요.


강: 이 사업은 올해 다른 사업과 달리 몸을 움직이는 비중이 큰 게 흥미로웠어요. 특히 기술과 신체적인 움직임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기술에 대해 어떤 관심을 두고 계실지요.

주: 저는 평소에 무용이나 안무를 할 때 기술을 활용하지 않았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서 내 움직임이랑 무언가가 같이 결합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효: 저도 같은 생각인데 조금 보태면 평면적인 작업을 입체적으로 펴는 작업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악과 인터랙티브 영상이 움직임이랑 결합했을 때 일종의 공간이 형성되면서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강: 두 분이 각각 움직임과 인터랙티브를 담당하셨잖아요. 이번 작업을 통해서 평소 사용하시는 도구나 방법이 다르므로 오히려 시원하셨던 순간이 있었을 것 같아요.

주: 저는 그런 순간들이 좀 많이 있었던 것 같은 게 움직임이 추상적이잖아요. 그런데 시각적인 효과가 더해지니까 설명하기 더 수월하고 이야기를 더 잘 푸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효: 저는 작업할 때 소스에 대해 생각을 하거든요. 센서로 인풋을 받아들이는데 그 인풋에 대한 상상력이 한정적이에요. 그런데 움직임은 굉장히 복합적인 소스거든요. 그 자체가 어떤 결과물일 수 있는 복합적인 데이터인 거예요. 현주 선생님의 움직임도 저는 그게 연기에 해당한다고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동작을 하시면서 빨라졌다 느려졌다 속도를 조절하시기도 하는데, 이게 호흡으로 느껴지면서 이 자체가 근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런 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강: 이현주 선생님께선 평소에 하시는 작업이 기술과 거리가 멀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참여하시게 된 건가요?

주: 제가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마침 프로젝트를 하신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기술에 관해 잘 모르긴 하지만 제가 그동안 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이자 실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번 경험해보면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 예전보다 덜 두렵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요.

강: 해 보니 어떠셨어요?

주: 아직 더 해 보긴 해야 할 것 같아요. 생각보다 어렵긴 어려웠어요. 생각하는 대로 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코드를 짜는 과정을 거쳐야 해서 소통이 중요하다고도 느꼈어요.


강: 안 그래도 그 질문을 드리려고 했는데요. 서로 사용하시는 용어가 다른 걸 어떻게 조율해 가셨을지 궁금해요.

효: 초기 기획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저는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구체화한 장면들을 구상했지만, 이현주 선생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작과 안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스토리텔링으로 만드셨어요. 저는 그걸 보면서 '이게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 이해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움직임을 소스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동작의 크기나 빠르기가 일정 수준 변화가 잘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잘해 주셔서 작업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주: 저는 프로그램 언어를 잘 몰라서 동작을 보여드리면서 설명해 드렸는데 이정효 선생님이 레퍼런스를 풍부하게 보여주시면서 제 의도를 꼼꼼하게 확인해가시면서 잘 구현해주셨어요.


새로움을 향해 익숙함에서 출발하기


강: 코로나 19 때문에 수업 방식을 변경하시면서 움직임을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효: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많이 달라졌어요. '키넥트'라는 센서를 활용하는 것이 주요한 계획이었는 데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학생들이 표현할 수 있는 동작이 불가피하게 한정되었고, 인터랙티브를 경험할 기회도 축소되어서 그걸 대체할 방법을 찾는 것도 좀 수고스러운 일이었어요.


강: 선생님께서는 아무래도 장비에 관한 염려가 크셨을 것 같고, 이현주 선생님께서는 움직임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걱정하셨을 것 같아요.

주: 동작에 관한 설명이 담긴 무브먼트 카드를 만들었어요. 동사, 감정, 질감 같은 것들을 통해 동작에 필요한 요소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했는데, 직접 만나서 수업을 하는 것 못지않게 학생들이 잘 따라주었지만 아무래도 만났다면 제가 직접 보여주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건 좀 아쉬웠어요.


강: 학생들이 이 수업에서 인터랙티브와 관련해서 어떤 걸 배웠는지 궁금해요.

효: 여러 가지 동작을 인풋으로 입력하는 걸 했어요. 마이크와 웹캠을 주로 활용했고요. 다른 선생님과 피지컬 컴퓨팅이나 아두이노를 활용해 입력한 인풋으로 만든 소스를 활용하는 작업들도 해봤어요.


강: 요즘 청소년은 스마트폰을 일찌감치 써서 인터랙티브를 그리 생소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수업은 그게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이해해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 같은데 원리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니 어려워할 수도 있었겠단 생각은 들어요. 이 부분을 넘어가실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는 없으셨나요?

효: 배우게 될 내용에 관련된 콘텐츠들을 많이 보여줬어요. 배우게 될 툴을 활용한 아티스트의 작품이라든지,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니까 온라인으로 각자 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소개하기도 하고, 웹캠을 사용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학생들과 같이 해 보기도 했어요.

주: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접근하기도 했어요. 가령 '빛 센서'를 다룰 때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빛이나 어두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진행하기도 했어요.


강: 그런 접근을 해봐야겠다고 착안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효: 이런 접근이 저에겐 좀 어색하긴 했는데 왜냐하면 저는 뭘 만들어야 할지가 명확한 상태에서 튜토리얼 형태의 수업을 많이 하고 봤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이야기를 모아가면서 학생들이 수업에서 의미를 찾도록 하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저도 재미있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저도 몸을 더 쓰게 됐던 것 같아요.


창의성을 창의성이라 부르기 위한 조건


강: 이정효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미디어아트 작업을 하시게 된 건가요?

효: 저는 여러 분야에 얇게 관심이 많았어요. 원래 전공은 공예과여서 도자기를 열심히 잘 만드는 학생이었고 시각디자인 쪽도 관심이 많아서 복수전공을 했어요.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관심을 받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편인데요. 시각디자인 학과에 코딩 수업이 있었어요. 당시에 출판이나 영상 같은 분야의 디자인은 너무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충분히 많았는데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을 직업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홈페이지 제작이 코딩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코딩 수업에 코딩으로 영상물이나 아트를 제작하는 소위 '아트 코딩'이라고 부르는 과정이 있었어요. 처음엔 이게 막연히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여기 집단(강의실)에서 나만 잘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람들이 저를 주목하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걸 졸업 전시회를 할 때까지 되게 열심히 했어요. 조금 더 노력할수록 인정을 받으니까 더 심화하게 되었고 그다음부터 직업적인 면을 포함해서 주변에서 기회가 많이 생기기도 했어요.


강: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절로 신나게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있으셨던 셈이네요.

효: 주목받기에 적합한 걸 찾은 거죠.


강: 드림아트랩 사업의 취지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 더 강조될 것으로 보여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예술에 반영되는 인간적인 면이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티스트 당사자로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해요.

주: 기계가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측면도 있겠지만 사람이 만드는 작품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 동안 쌓인 경험과 이야기들이 함께 담겨있는 거잖아요. 기술이 그것까지 표현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기술이 인간과 조화를 이루는 건 가능하겠지만 인간을 대체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효: 고민이 되기 시작하는 부분인 것 같은데요.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자동화로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경우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어떤 일을 인간한테 맡길지 기계한테 맡길지 선택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고요. 예술에 관해서는 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예술을 생각하게 되는 단계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제한을 둘 것인가, 아니면 그냥 시각적인 결과물로만 볼 것인가 등에 관한 결정도 필요해질 것 같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미학적인 관점에 대해서도 살펴보게 될 것 같고요.


강: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된 예술이 여전히 낯설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관객의 경험이 많아졌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하면 진전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앞으로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겠죠?

주: 이번 수업에서도 학생들하고 얘기했는데, 앞으로 기술이 더 많이 활용되면서 상대적으로 인간의 감각들이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학생들과 했어요.


강: 흥미로운 이야기인 것 같아요. 혹시 감각의 상실? 소멸? 에 대해 다른 선생님들과도 말씀을 나누신 적은 없으세요?

효: 저도 이번 수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변화가 좀 있었어요. 몸을 쓰는 활동을 같이 해 보면서 내 몸이 어떻게 감각하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됐어요. 제가 속해있는 현대미술에 관한 그룹에서도 그에 관한 논의를 많이 하는 편인데 고민이나 생각을 함께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그룹들이 접점을 만들어가면서 인지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가면 말씀하신 변화에 관한 걱정 같은 것들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강: 이 사업의 또 다른 취지가 창의성에 관한 부분인데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에 창의성이 꼭 필요한 역량으로 꼽히는 게 배경인 것 같아요. 두 분 생각은 어떠세요? 미래에 정말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 창의성일까요?

주: 저는 아이들이 이미 충분히 창의적이라고 생각해요.

효: 저는 관점에 따라 창의성이 다르게 정의될 거로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손을 이렇게 폈던 걸 다른 방식으로 펴는 게 창의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양념의 종류를 바꿔보는 게 창의성일 수도 있고. 가치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래서 창의성을 다양하게 정의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강: 예술은 창의성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주: 여러 가지 시행착오, 그리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걸 경험하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효: 공학에서는 명확하게 답이 정해져 있는데 예술은 질문을 제시했을 때 답이 다양할 수 있어서 그걸 답한 사람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의 생각을 그 표현에서 보게 되고. 그러니까 뻣뻣하게 표현하는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은 예술을 잘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는데, 달리 보면 뻣뻣한 표현을 하는 것이 그 사람의 특징일 수 있는 거죠.


강: 학생들하고는 한 번도 못 만나신 건가요?

주: 수업은 비대면으로 했는데 마지막으로 결과 공유할 때는 만났어요.

강: 온라인으로만 만나다가 직접 얼굴을 봤을 때 묘한 느낌이셨을 것 같아요.

주: 그렇죠. 정효 선생님은 인기 만점이셨고요.

강: 원하시는 바를 이루셨네요(웃음).

주: (웃음)네, 이루셨어요. 학생들이 서로 같이 한 작업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만나서 했으면 진짜 너무너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기도 했어요.


강: 이번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이 어떤 걸 간직했으면 하시나요?

주: 우리가 수업을 통해서 하려고 했던 걸 잘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했고 어떤 것들을 연결했더니 이런 느낌을 받았다 같은 과정에 대해 의미 있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뭘 했는지 뭘 느꼈는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효: 시행착오의 경험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번 수업을 통해서 몸을 움직이면서 시행착오의 경험을 얻었을 거로 생각해요. 의미 있는 표현을 만들기 위해 부분 부분 연결했던 것들, 완전하진 않았지만, 나중에 살을 보태서 다시 재현할 수 있을 정도의 감각을 이번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강: 테크닉을 익히는 것보다는 테크닉을 활용해서 인터랙티브 한 경험을 몸으로, 그리고 여러 가지 유형으로 해 보면서 학생들이 느꼈을 여러 가지 영감에 무게를 두고 싶으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주&효: 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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