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현재를
기민하게 감지하는 안테나를

드림아트랩 4.0 아티스트 강사 인터뷰: 김은솔 (사비나미술관)

by 아르떼 시민교육팀

김은솔 / 미디어 아티스트

상명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미디제작 전공을 마쳤다. 작가로서 미디어아트와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게임, 사진, 미디어, 메이커, 융복합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기획자, 강사로 참가했다.



정답이 없다는 정답


강지웅(이하 '강'): 이번 사업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으셨는지요?

김은솔(이하 '김'):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에 관한 작업을 아이들과 함께 했어요.


강: 아이들과 하신 작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어요?

김: 아이들의 요즘 관심사를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해서 이야기를 같이 나누기도 하고, 드로잉도 한 다음 제가 짜둔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이미지나 키워드를 트위터로 불러와서 연관된 트윗들을 함께 보는 작업을 했고, 작업 내용을 영상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강: 아이들은 어떤 키워드들을 내놓던가요?

김: 수업하던 당시에 태풍이 크게 와서 태풍이나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요. '공부', '게임', '아이돌' 같이 평소 아이들의 관심사에 관한 것들이 많이 나왔어요.


강: 제가 어릴 때만 생각해도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그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지 않거든요. 막연하지만 두렵기보다는 기대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지금 아이들에게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전망하고 준비하는 것이 꼭 필요할까 싶어요. 어른들의 걱정이 더 앞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김: 그런 두려움이 진짜 없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 기술에 관해 어른들이 갖는 걱정이 중요한 문제라면 어른들이 기술을 배우고 경험하는 기회도 많아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40~50대를 대상으로 한 수업을 진행했던 적이 있는데, 어른들과 아이들의 모습이 비교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아이들은 기술을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접한다면 어른들은 정말 배우는 것처럼 접하시더라고요. 아이들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도 내고 열심히 참여하셨는데, 기본적으로 기술에 접근하는 태도랄까 분위기에는 그런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강: 그래서 아이들과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시기가 더 어려우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걱정이 돼야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텐데 그 반대니까요.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 관심을 환기시키실지 궁금해요.

김: 저는 동시대의 관점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을 연결해서 이야기를 하는 편이에요. 미래에 관한 내용을 담은 CF를 예로 들기도 하고 사물인터넷이나 AI 같은 기술들을 생활에서 활용하고 있는 예를 들어줘요.


강: 제품에 반영된 기술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면 수업에서 다루는 기술로도 흥미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막상 기술을 다루는 것을 어려워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경우는 어떻게 하시나요?

김: 아이들이 기술을 익히는 부담을 줄이고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를 해두는 편이에요. 그런데 기술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이 서포트를 해줄 수 있는데 정작 표현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여기는 잘하고 못하고가 없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이야기해주는데, 오히려 자유롭게 하라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친구도 있어요.


강: 정답이 없다는 정답을 설명하기가 참 힘이 든 것 같아요.

김: 반대로 아이들에게 배우게 되는 경험을 할 때도 많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표현을 하거나 미처 보지 못한 지점을 본다던가. 그래서 아이들에게 재료나 도구를 이렇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아이들로 하여금 뭐를 해보고 싶다는 동기와 가능성을 조금만 자극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꼭 이 자리일 필요는 없지, 다른 자리들이 있다면


강: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미디어아트를 시작하게 되신 건지요?

김: 제가 사진을 전공했는데 사진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기였어요. 패션디자인이나 미술이론을 비롯해 사진 말고도 관심분야가 많아서 다른 학과 수업을 여럿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디어아트로 넘어가게 되었어요. 나중에 이론적인 공부를 하면서 사진을 비롯해 관심을 두었던 여러 가지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어요.


강: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최근에 어떤 작업을 하셨는지요.

김: 제 고향이 포항인데 명절에 고향에 머무는 동안 지진을 겪었어요. 명절이 지나고 서울로 돌아와서 만난 분들과 지진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당시에 제가 느꼈던 공포가 잘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재난에 대한 경험의 차이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평소 하는 작업과 다른 매체와 감각으로 전달해보고 싶어서 서울과 포항의 10년 정도의 지진 데이터를 모아서 비주얼화하고 사운드로 전환하는 작업을 했어요.


강: 선생님의 경험이나 작업 모두 경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거나 넘어가면서 범위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으신다는 느낌은 들어요. 수업에서 아이들이 그런 경험을 하기는 아무래도 어렵겠죠?

김: 사실 정해진 범위는 좀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시간 안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범위가 있기는 한데 어쨌든 간에 똑같은 도구를 주더라도 다 똑같은 걸 만들지는 않잖아요. 이야기나 그걸 접근하는 게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조형적인 미나 아름다움도 중요하겠지만 작업에 어떤 생각들을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친구들이 작업에 대해 발표하거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두는데 그때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제가 예상치 못한 지점으로 접근하는 것들을 발견하면 되게 놀랍기도 해요.


강: 그런 경험 중에 특별히 기억나는 경우가 있으세요?

김: 제가 첫 회에 프로세싱 툴을 써서 오디오 비주얼을 만들었는데, 이미지가 팽창되면서 삐죽삐죽한 여러 도형들이 뭉친 구의 모형이 빠르게 굴러가는 장면이 나왔는데 한 친구가 그걸 보고 '쓰레기'라고 표현했어요. 환경문제나 기후위기 같은 지구의 상황을 연결해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구나 그런 지점에서 놀랐던 것 같아요.


강: 표현을 잘 못하는 것과 별개로 또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쑥스러워하는 아이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 네, 힘들어하는 친구도 있지요. 저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에 작품에 대해 반드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쑥스러울 수도 있고 작품에 이미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서 말로 더 꺼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곤란해하는 아이를 다른 친구들 앞에서 곤혹스럽게 할 필요가 있을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자리가 아니어도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여러 번 주어지면 차차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가 곤란해하는 경우는 제가 작업 과정을 다 알고 있으니 도움을 준다든가 작게 속삭이는 친구가 있으면 제가 다시 말해준다든가 해요.


현재 위치에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안테나


강: 앞으로 예술을 비롯한 삶의 많은 영역에 기술이 더 많이 활용되면서 기술은 더 중요하게 여겨질 것 같아요. 예술에서도 점점 더 쓰임새가 많아질 것 같은데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나 기대를 가지고 계실지 궁금해요.

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기술의 발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미디어아트를 하는 입장에서는 그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그걸 활용해서 새로운 작업을 해볼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지만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아져서 피로감도 큰 것 같아요. 또 모든 기술을 수용할 수도 없고요. 저도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시작할 때 그런 피로감을 크게 느끼기도 했거든요. 미디어아트에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인데 혹시 그 방식이 내용을 가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때때로 들기도 하고요. 저는 그런 고민을 지나면서 최신 기술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그때그때 맞는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강: 그런 고민이 예술교육에도 담겨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 우리가 짚어내야 할 어떤 포인트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어날 변화들에 대해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기술의 가능성이나 문제들이 있는지에 관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아이들과) 같이 바라보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강: 그런 주제들에 관해 아이들과 많이 이야기해봐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김: 가능성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문제점을 짚다 보면 거기서 또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하잖아요. 기후를 비롯해서 평소 자주 생각하지 않는 어젠다들을 수업에서 다루는 것도 해볼 수 있겠죠.


강: 나중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문제가 되는 것들을 각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요.

김: 청소년들이 기후 문제에 관해 실제로 행동을 하기도 하잖아요. 그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에는 대견해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본인들은 어른들에게 칭찬받거나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들도 실질적인 위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 동등한 차원에서 아이들과 만날 수도 있겠죠.


강: 기술을 활용한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감상하는 것도 중요해지겠죠?

김: 제가 유럽을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미술관을 생활처럼 대하는 걸 보고 놀랐던 적이 있어요. 되게 자연스럽고 그 안에서 뭐가 일어나든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가 제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경험한 분위기랑 달랐거든요. 그래서 이런 분위기가 되려면 많이 (예술에) 노출되어야 하고 거기에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교육을 하는 것도 교육이 그런 실천적인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강: 최근의 기술들은 새로운 표현을 가능하게도 하지만 기존에 시간을 들여야 했던 일들을 단축시켜주는 것도 중요한 변화일 것 같아요. 직접 작업을 하시는 입장에서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김: 기술이 인간의 신체와 결합하는 것과 관련해 포스트 휴먼에 관한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기술이 발전하면서 계속해서 예술에 관련된 것들의 정의들도 달라져가리라 생각해요. 작업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면서 선택들을 해나가게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코로나 19가 올 줄 몰랐듯이 미래는 명징하지 않으니,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안테나를 세우고 그때마다의 현상들을 마주하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며 해석과 상상을 발휘하게 될 것 같아요.


강: 아이들의 예술교육에도 그런 부분이 필요할까요? 안테나를 세우는?

김: 현재에 대해 기민하게 생각하는 것도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교육은 여러 가지를 멜팅시킬 수 있는 예술의 힘을 바탕으로 현재를 그리고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위치에서 한 바퀴 돌면서 옆과 뒤 주변을 둘러보면서 현재를 살펴보면 미래도 볼 수 있고 과거도 반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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