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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떼 시민교육팀 Dec 20. 2021

주고받은 편지

드림아트랩 4.0에서 이루어진 어떤 말걸음과 응답

에디터 주: 드림아트랩 4.0은 기술과 예술교육의 결합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사업입니다. 각 기관이 설정한 주제를 두고 숙고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수퍼비전이 이루어집니다. 수퍼바이저는 기관의 연구 진행상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예술교육의 결합이라는 연구에 나서게 한 호기심을 간직하도록 돕습니다. 2021년 드림아트랩 4.0에서 이루어진 수퍼비전 중에 수퍼바이저가 기관에 보낸 편지와 해당 기관이 보낸 답장을 공개합니다. 기술과 예술교육의 결합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성찰과 탐구가 이루어지는지, 그 고민과 실행의 흐름은 어떠한지 살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수퍼바이저 김탕의 편지


LOE에게 보냅니다.  


우선, 아기를 관찰한다는 발상에 박수를! 진짜 아기를 청소년 사이에 두고 관찰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고 해도 좋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다만 기획 회의에서 이런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이 아티스트가 예술교육 학습자를 만날 때 긍정의 영향을 충분히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예술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관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예술교육만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일이나, 기술로 구현되는 뉴미디어,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반응하는가에 따라 결정하게 되는 일종의 대안 시스템인 우리 사회의 복지정책 역시 관찰의 결과입니다. 무대예술은 사람들의 몸을 관찰하거나 소리에 집중하고, 시각예술은 공간에 대한 침전으로부터 오곤 합니다.     


그런데 예술과 기술을 동시에 접속하려는 기획모임에서 ‘관찰’이 화두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봅니다. 어떻게 기술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것인가... 라고들 말하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어떻게 인간은 더 편하게 살 것인가’ 또는 ‘어떻게 생산수단을 독점할 것인가’에 해당하겠지요.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긴 하지만 부정하긴 힘듭니다. 이런 인간의 역사에서 예술은 항상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앞을 보고 달려가는 현대사회의 발전 속도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합니다. 그것이 예술의 존재 이유는 아닐지라도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것에 동의하게 됩니다.     


LOE는 랩의 기능에 충실하게 작업하는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연구와 실행, 시행착오와 수과정 등의 순환적 기능을 말합니다. 청소년이 창작 의지를 가지고 무엇인가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드러나는 순간 아티스트가 결합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더구나 청소년들이 특정한 기술이 필요할 때가 오고, 장치를 고안해야 하고,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대응하겠다 라는 태도는 드림아트랩에서 지향하는 가치에 가깝다고 봅니다.

     

드림아트랩을 운영하는 팀이 무엇을 하게 될 것인지 정해놓고, 재료를 결정하고, 잘 조립하고 조작한다고 해서 기술과 예술창작의 원리를 알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비루하더라도 자신의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기술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워크숍으로 구성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해 보입니다. 그것이 자율성을 만들어갈 것이며, 이후에도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고, 만들고 싶고, 창작의지를 구현하고 싶다는 욕구를 만나게 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LOE는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보다는 아티스트가 잘 준비하여 학습자인 청소년의 요구에 맞는 공동학습을 해가면서 성장할 것이라고 봅니다.     


드림아트랩은 도구와 매체로 청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 기획자와 참여 아티스트가 반복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자신(아티스트)이 가장 자신있는 도구를 추천하고, 자신의 손에 익어 자유롭게 사용가능한 매체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나, 도구의 쓰임 간에 충동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가능성에 초점을 두지 못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를 고안하거나 실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움에 집중하지 못하고, 완성된 작품에 집중하는 것은 정작 청소년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참여한 아티스트나 기획자의 학습에만 도움이 됩니다. 모순이죠. 청소년들에게 쿨하고 매력적인 도구나 매체를 보여주는 것도 감각의 경험영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는 중요하지만, 랩에서 활동하면서 작업자인 아티스트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경험을 만든다는 것이 LOE가 해석한 드림아트랩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이 과정이 무료하고 답답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워크숍을 주관하는 아티스트에게 거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아는 척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는 것을 모두 알려준다는 것은 청소년에게 ‘알아가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을 빼앗을 수 있다는 점을 늘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때로는 미리 예견해서 해주는 것 보다, 그 과정을 충분히 잘 경험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LOE 최인설 대표의 답장


to. 김탕 선생님     


_여정의 시작


빅데이터, 메타버스, 인공지능... 무슨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명확한 2021년. 그리고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가 여전한 2021년 5월. 예술과 기술은 교육이라는 현장에서는 어떻게 해석되고 만나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저희의 여정은 시작되었습니다.      


5월부터 시작되어 여름 내내 잡고 있었던 질문. 각자가 이미 해봤고, 하고 있는 기술|예술교육. "우리의 교육 모습은 어떤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알려줘야 하는데 안 알려주는 것은 없는가?" 의문을 수없이 반복하며, 각자의 수업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의도치 않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서로가 어떻게 예술가, 작업자, 교육자가 되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공통된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몰입의 액션과 그 몰입이 이뤄지는 작업실이었습니다. 랩을 하는 술래에겐 노트가, 드로잉을 하는 정원에겐 아이패드가, 조형을 하는 정주에겐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아이맥과 문래동 공장들이 몰입을 하는 작업공간이었습니다. 이런 장면은 주변의 예술가, 기술자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희의 2021년 드림아트랩은 특정한 매체나 스킬을 알려주고, 배우는 것보다, '몰입 행동'과 몰입 행동을 하는 공간 '작업실'이라는 것에 온전히 포커싱을 맞추는 과감한(?) 도전을 하게 됩니다.     


_"관찰"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몰입 행동과 자신만의 작업공간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몰입하고 싶게 하는 참가자 개개인의 프로젝트가 필요했습니다(친구들이 시작과 동시에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발견하고, 교육 기간 내내 몰입하는 장면은... 로또와 같으니까요) 프로젝트를 찾고, 작업을 할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질문을 반복하며 저희가 도출해낸 첫 시작은 "관찰"이었습니다. 그렇게 관찰 방법을 함께 배워보는 시간을 첫 시간에 준비하였습니다.     


관찰 워크숍을 준비하며, 함께 관찰해볼 대상을 고민하였습니다. 관찰을 할 수 있는 수많은 대상들이 있었지만, 자신의 필요를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래서 관찰자의 노력과 상상이 더 필요한 지구인 1년 차 아기를 관찰대상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자신의 필요를 말로는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욕구를 표현하고 있는 아이를 관찰하고 그의 필요/불편을 해석하고, 그에게 필요한 제품을 아이디어로 제안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친구들의 관찰은 어른보다 신선했으며, 우리가 보지 못했던 따뜻한 시선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저희는 여세(?)를 몰아서, 친구들에게 본인의 프로젝트 대상이 될 사람, 사물, 반려동물 등을 깊이 관찰해보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렇게 관찰 미션을 내주고 다시 만난 친구들... 첫 수업 시간과는 다르게 저조한 관찰의 결과를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급한 마음에 2주차, 3주차 역시 관찰의 시간을 늘려 친구들을 만났지만, 친구들이 지루해하고, 다운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빠르게 무엇인가를 하는 프로젝트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관찰이라는 행동(능력)은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는 높은 행동(능력)이었으며, 동기부여도 쉽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예술가, 작업자들에게는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대상을 깊이 관찰하는 능력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닌,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와 고민, 그리고 다양한 학습의 결과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단순히 프로젝트을 설정/실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앞에 필요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관찰부문을 준비한 것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조금 더 관찰 파트를 잘 풀어서 기획했다면 더 깊이 있는 주제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_작업ing: 친구들이 하고 싶은 것 vs 작가의 바램     


관찰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개인별/팀별 프로젝트 주제가 설정되고,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작가들은 친구들의 필요를 조사하여, 매주 매체와 기술을 다루는 미니클래스를 개최하였습니다.      


미니클래스는 Hack Our Life에 참여하는 모든 친구들이 들을 필요는 없었고, 작업을 하다가 자신의 작업에 필요한 기술이거나, 본인이 관심이 있는 주제인 경우 자유롭게 수강하는 구조로 운영되었습니다. 코딩, 도구 사용법, 소리 교실, 드로잉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친구들도 정말 쿨하게 자신이 듣고 싶은 클래스만 들었습니다. 미니클래스의 본래 취지대로 되었지만... 작가 본인의 클래스에 별로 안 들어올 때, 약간 서운 비슷한 감정이...^^;     


친구들의 프로젝트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며, 함께 하는 작가들의 교육자(?)로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굿즈, 옷 등을 만들겠다는 친구들. 작가들의 관점에서는 학교 과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프로젝트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잘 돌려서, “왜 이걸 하고 싶은지?”, “이 프로젝트를 설정한 이유?”들을 물으며, 각 팀의 프로젝트가 과제가 아닌 친구들의 작품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질문을 통해,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었고, 프로젝트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친구들은 철학/스토리를 담기보다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전시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지금도 여전히 친구들에게는 무엇이 되었든 최종결과물을 만드는 게 1순위입니다.     


이럴 때 교육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친구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열심히 몰입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과 몰입의 결과물이 조금 뻔해서(이것 역시 어른 교육자의 착각일 수도..), 교육자의 관여로 친구들의 철학/스토리를 담게 해주기, 이미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몰입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어른의 조언은 몰입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아니다!! 그래도 좋은 것을 보고, 배워야 더 좋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매주 반복하며, 아직 정답을 모르는 저희들은 매주 조심스럽게... 간섭 비스무리한 것을 해보고 있습니다.      


_어떻게 과제가 아닌, 내 작품(제품)이 되게 할 것인가?     


요즘은 프로젝트 결과물들을 전시할 전시회를 준비 중입니다. 지난 3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어떻게 하면 3개월의 결과물이 그저 “드림아트랩 교육을 이수했어! 수업 과제를 했어”가 아닌, 작업자 친구들의 본인 작품(제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전시회&옥션을 마지막 세션으로 준비하였습니다.


하나의 작품(제품)을 교육기간 내에 만드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시회를 통해서 “나는 왜 이 작품을 만들었고, 의도한 바는 이거다”를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해보는 것을 기대합니다. 또한 자신의 작품(제품)에 스스로 가격을 매겨서 판매(될지는 모르겠지만)도 할 수 있게 해볼 예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과제가 아닌 자신의 작업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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