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예술 전문가 인터뷰 - 이강일
이강일 / 아티스트
기타로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음악을 시작했다. 이후 음악 테크놀로지를 공부하였고 꾸준히 기술 매체를 경유하면서 오디오 비주얼, 무용 및 설치작업의 음악 등을 만들어왔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그림 그리기가 취미이고, 언젠가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별일 없이 두 마리 고양이들과 오랫동안 일상을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강지웅(이하 ‘강’): 음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인상적이었어요. 현실적인 고민과 뜻밖의 발견이라는 우연이 적절하게 어우러졌던 것 같아요.
이강일(이하 ‘이’): 청소년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하면서 밴드 활동도 했어요. 음악이 좋지만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취직을 하기로 했어요. 기자가 되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잘 안 됐어요. 그때 친한 친구가 한예종에 음악 테크놀로지 전공이 있다고 소개해줘서 열심히 준비해서 입학하게 됐어요. 그런데 거기서 배우는 것들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처음 배운 프로그래밍도 재미있었고, 거기서 연결되며 파생되는 기술적인 것들에도 흥미를 느꼈어요. 당시 문지문화원 사이의 사운트아트랩 스터디에도 열심히 참여했어요. 당시 국내에서는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하던 때여서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는데,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게 됐어요.
강: 음악에 대한 진로가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밴드 활동을 하셨으면 실용음악과 진학을 선택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음악 테크놀로지 전공을 선택하신 다른 이유가 있으셨나요?
이: 기대를 배반하는 답일 수도 있는데 입학시험을 치르기 전에 한예종에 몇 번 찾아갔는데 캠퍼스 분위기가 되게 좋았어요. 뭔가 학구적이면서도 잘 모르겠지만 이게 예술적인 분위기인가 싶은 느낌의 아우라에 마음이 끌렸던 것 같아요. 실용음악을 전공해야겠다는 생각은 당시에 해 보지 못했어요. 진학하기 전보다는 진학하고 난 후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케이스랄까요. 전공 때문에 소리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전 노래를 좋아하긴 하거든요. 저의 관심과 전공이 딱 직선으로 이어지진 않은 것 같아요.
강: 진학하신 다음에 프로그래밍이나 도구들을 처음 익히시는 게 어렵진 않으셨나요?
이: 물론 어려웠는데 재밌었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쯤 집에 컴퓨터가 생기면서 어셈블리 언어로 뭔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호기심을 가졌던 적이 있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조금 배웠던 적이 있는데 대학원에 가서 다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 거죠. 개인적으로는 재미를 느끼면서도 이걸로 성공까지는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겠다 하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어요.
강: 재미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기함일 수도 있고, 뭔가를 달성한 성취감일 수도 있고요. 어떤 재미였나요?
이: 아마 조금씩 섞여 있었겠죠. 제가 나름대로 프로그래밍하지만 제가 한 것보다 훨씬 멋진 작업을 보면서 이렇게 할 수도 있네, 배우기도 하고, 하다 보면 조금씩 늘기도 하니 거기서 느끼는 성취감도 있고요.
강: 하다 보니 늘었다는 말씀에서 늘었다는 것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궁금해진 건데, 뭔가 구현하고 싶은 걸 이미지로 떠올렸을 때 그걸 구현할 방법이나 경로들을 더 잘 모색할 수 있게 되는 걸로 느껴지는 걸까요? 무언가를 완성한 결과물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것과 결과를 향해 가닥을 잡아가는 과정의 즐거움 중에서 드림아트랩에 더 맞는 재미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선생님이 작업을 계속하게 만드는 재미는 어떤 성격일지 궁금해요.
이: 내가 뭔가를 하는데 계속 안 되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드니 교육 차원에서는 조금씩 성취를 경험하게 해주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을 테니 적절한 선을 찾는 게 과제이긴 하겠지만요.
강: 예전의 다른 인터뷰에서 아티스트가 특정한 기술을 전부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방법론을 아는 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이: 프로그래밍 언어에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언어마다 있는 기본적인 맥락을 이해하면 다른 언어를 배우기가 더 쉬워지거든요. 방법론은 그런 맥락에서 사용한 표현이고요. 저도 작업을 위해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이걸로 어떤 상품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2년 정도 제주도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게임을 만들어서 팔아야겠다고 마음먹고 게임을 만든 적도 있었어요. 그렇게 예술 안에서 하는 작업을 바깥으로 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이건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강: 밖으로 빼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세요?
이: 그런 작업이 때로는 예술 활동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평소에 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게임을 만들 때도 게임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파급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매료됐던 것 같아요.
강: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싶다거나 기존의 방식과 다른 방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으셨던 걸까요?
이: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의 본질은 다르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예술의 형식이든 게임의 형식이든 또 다른 형식이든, 더 많이 볼 수 있는 더 잘 전달될 수 있는 형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어요. 평소 작업하는 장에서 벗어나 보자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고요.
강: 무언가를 실행할 때 그걸 하고 싶다고 관심을 갖는 것과 그걸 실현하는 방법과 수단이 필요하잖아요. 선생님은 어느 쪽에 영향을 더 많이 받으세요?
이: 굉장히 미묘한 질문이네요. 뭔가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저를 끌어당기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게 항상 앞서는 건 아니거든요. 반대로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먼저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 두 가지가 서로 밀고 당기는 것 같아요.
강: 혼자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운데요. 확장 또는 연결과 협력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만, 또 혼자서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 게임을 만들 때 이야기도 있어야 하지만 그걸 게임으로 구현도 해야 하고, 시각적으로 연출을 하는 것도 필요하잖아요. 다른 요소도 더 있지만, 이 세 가지 작업량만 해도 혼자 감당하기에 부담스럽더라고요. 막연하긴 하지만 그때 다른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즈음 다른 분의 협업 제안을 받게 됐고, 수어 동작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해서 뜻을 해석하는 솔루션에 대한 리서치 작업에 같이 참여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협업하면서 같이 일을 할 때 할 수 있는 바가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강: 협업의 장점으로 작업의 고단함을 함께 견딜 수 있다는 걸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작업을 시작하시던 당시에는 레퍼런스가 부족하던 시기라 지금과 비교하면 막막함도 크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동료의 중요성을 청소년에게도 전달해 주면 좋을 텐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이: 특정한 목적을 두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문지문화원 사이의 사운드아트랩에서 함께 스터디한 분들에게서 동료의 소중함을 느꼈는데 그때 스터디 못지 않게 뒤풀이도 중요했거든요. 우리가 스터디를 위해 모이지만 다음 주에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주는 기본적인 안도감이 있었는데, 그게 쌓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예술을 하든 다른 걸 하든 같이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뚜렷한 목적을 위해서만 만난다면 그 목적이 잘 안 풀리거나 모임이 와해되면서 의미가 퇴색될 수 있을 테니까요.
강: 요즘은 과거보다 레퍼런스도 많아지고 작업하실 때 사용하실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졌잖아요. 그런 환경의 변화가 어떤 차이로 느껴지실지 궁금해요.
이: 지금은 작업을 잘해야 하는, 뭔가 잘 마무리된 어떤 걸 보여줘야 하는 시기가 되었지요. 비유하자면 예전에는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하고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는 거로도 의미가 있는 시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반대로 말하면 요즘에는 새로운 게 많지 않다고 할 수 있거든요. 새로운 건 많지 않지만 잘 정리하고 정돈하는 작업을 기대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특히 융복합 분야는 산업과도 연결될 수 있잖아요. 완성도가 높은 제품이 아니어도 정리되고 정돈된 지점과 상품화를 할 수 있는 지점이 맞물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대가 있는 것 같아요.
강: 레퍼런스가 풍부해지고 기능을 갖춘 키트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없는 것을 만들어내며 느끼는 희열이 사라졌다는 진단에 무척 공감했었는데요. 작업하면서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받는다면 그 희열을 추구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좀 무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 저는 실험하고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방식이 많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험적인 시도가 없으면 무언가를 잘 만드는 것도 애초에 없었을 거거든요. 그리고 잘 만드는 것이 지속되려면 당연히 실험의 풀이 넓어야 하는 것 같아요.
강: 만드는 입장에서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 변화가 있는 것처럼 감상하는 입장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기술을 활용한 작업을 볼 때 기술이 사용된 합리적인 이유가 부합할 때 인정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들었었는데요. 그게 꼭 실용적인 필요는 없겠지만 작품을 보는 기준에 그런 관점이 있다면 실험적인 시도는 어떻게 발견될 수 있을까 궁금해서요.
이: 실험적인 시도에 대해 조금 더 관용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만약에 제가 a를 표현하려고 b를 썼는데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 선택이 의도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텐데, 예술적 가치를 (엄밀히) 따지는 것보다 포용적인 해석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강: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찾는 것보다 시도 자체에 대해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인식이나 정서가 더 중요하다는 걸 수 있겠네요.
이: 그렇죠. 그냥 이런 걸 할 수 있지, 하고 지지하고 격려하는. 교육기관에서 이런 포용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강: 특히 기술과 도구를 다루는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경험을 불완전하게 겪게 되면 원래 할 수 있는 데도 실패의 기억 때문에 거리를 두게 될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은데요. 선생님께서는 실패의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망해보는 경험’이 불완전한 경험이 되지 않는 방법은 뭘까요?
이: 실패한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실패한 것이 실패가 아니라고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할 텐데 공식처럼 표준화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공부할 때는 그런 두려움은 별로 없었거든요. 매번 새로운 걸 하고 싶었고 그래서 당연히 실패했는데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무언가를 시도하고 실패하는 게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배경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강: 선생님은 작업하실 때 언제 재밌으세요?
이: 뭔가 조금씩 눈에 보여갈 때가 재밌죠. 구상하고 나서 이제 실제로 만들어 갈 때, 실험하면서 만들어 갈 때가 재밌습니다. 그걸 보여줄 때도 재미있지만, 만들 때가 좀 더 재밌는 거 같아요.
강: ‘허용되지 않은 방법이나 비일상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쓸모없어 보이는 것의 아름다움을 찾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방법도 방법이지만,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란 뭘까 궁금했어요. 경계를 말씀하시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확장을 만들어가시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예술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꼭 선일까, 예술계에 있다고 해서 예술적이지 않은 것을 쓸모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예술도 일상과 삶에 함께 있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모순이지만, 그런 생각에서 ‘어때, 예술적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아?’ 하는 느낌을 작업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강: 그런 고민을 언제부터 하셨어요. 선생님의 어떤 경험들이 모인 결과인가요, 아니면 평소 느끼시던 문제의식인가요?
이: 아마도 조금씩 쌓여왔던 것 같아요. 주류의 정서에 반하는 기질도 조금 있는 것 같고요. 프로그래밍을 통해 만드는 걸 보면 작은 조각들을 합치게 되거든요. 그 조각들을 결집하면 어떤 완성된 제품이 되지만, 그 작은 조각들 하나하나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거든요. 오픈 소스 생태계라고, 필요해서 손수 만든 것들을 쓰고 싶으면 쓰라고 공유하는 장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문화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예술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강: 선생님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아름다움 자체에 대한, 아름다움이 세상에 놓여있는 위치 같은 것이 더 관심사인 것 같아요.
이: 맞는 비유인 것 같습니다.
강: 사회적인 흐름을 계속 살피시면서 작업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놓일지 좌표에 대해 고민하실 것 같아요. 단순히 작업만 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더 쓰는 일이잖아요. 어떤 면에서는 고통스러운 일일 것 같아요. 세상이 대개 아름답지 않잖아요(웃음).
이: 뭔가 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누구나 다들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꼭 예술일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해요.
강: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거나 사회적인 주제를 반영한 작품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어떤 사회 현장에서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하셨던 게 그런 맥락이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메시지나 의도를 담은 작업을 하신다면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 예술작업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재미있어하는 일이니까요. 일차적으로는 그런 의미가 있을 수 있겠죠. 작업을 통해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거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은 의미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강: 왠지 그런 질문을 해보셨을 것 같아요. 예술가는 누구인가, 내지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이어야 할까 같은.
이: 어려운 질문인데요. 그냥 제가 어떤 예술가가 되어야 할까 생각해보면 일단 뭔가를 발표해서 보여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용기가 있어야겠죠. 말해주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말을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리고 나한테 중요한 것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들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고요. 그리고 예술가라면 예술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필요하다면 예술을 버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 사회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기술이 더 강조되긴 할 것 같아요. 예술가로서 기술이 강조되는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점차 기술이 강조되는 변화를 함께 겪어오셨기 때문에 앞으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도 궁금해요.
이: 예전보다 비해 기술에 접근하고 사용하는 게 점점 더 쉬어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예전에는 하나를 하더라도 10만큼의 노력을 들여야 했기 때문에 10을 했구나 봐줬다면 지금은 하나를 하는 데 1만큼 노력하기 때문에 10만큼을 해야 10을 했다고 보게 된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유를 알지 못하고 기술을 쓰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많이 해야 하니까 하나하나 다 알 수는 없는 거죠. 그런 면에서 창작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변화가 좋아요. 더 많은 걸 할 수 있잖아요. 예전에는 혼자서 조그만 것밖에 만들 수 없었는데 여러 사람과 함께 더 훌륭한 걸 만들 수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제가 받는 부담도 있겠죠. 그런 점에서 양면이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