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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떼 시민교육팀 Feb 14. 2023

스며들까? A에게

예술(교육)가들의 관찰 기록에서 찾은 바람

<엄마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한 예술(교육)가들에게 사업에 지원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들)을 'A'로 두고, 그에 대한 관찰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 함께 하는 상황인 문화예술교육, 이 예술(교육)가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함께 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어디를 향하고 어떻게 스며들 것인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핵심적인 내용으로 압축하였습니다.




A는...


한국에 사는 결혼이주여성입니다. 그의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다름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골마을에서 농사꾼의 아내로 수십 년을 살면서 차근차근 풍요로운 가정을 일구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농사일을 처음 배웠지만 성실한 노력으로 금세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은퇴 후에는 봉사활동, 창작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열정적인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평균적인 출근 시간 전부터 일을 시작하느라 평균적인 퇴근 시간 전에 일을 마칩니다. 업무를 마친 후에는 공부도 하고 악기나 서예 같은 예술활동도 합니다.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데 관심도 많고 의지도 많지만 시간이나 내용 면에서 배우거나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먹고사니즘이 언제나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이젠 먹고 살 걱정도 없고 부양할 가족도 없어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해 일을 놓기 힘듭니다. 문화, 예술, 교육에 관심이 없진 않지만 어떻게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선뜻 들지는 않습니다.


따뜻하고 현명하며 남을 배려하는 K장녀의 표본 같은 분이세요. 주변 사람을 늘 배려하고 생각하느라 정작 자기를 잘 챙기지 못해서 아파도 티가 날 때까지 표현을 안 하시는 분이죠.


의식주 해결을 위해 돈을 벌면서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고 있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즐길 여유도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여러 모임과 새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예술적 경험과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 아쉬워 합니다.


치유 생존자입니다. 자신을 충분히 돌볼 수 있는 여유는 부족했습니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온 삶의 길목에서 문화예술을 만나지 못해왔습니다.


열심히 운영해오던 사업을 코로나19때문에 정리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 한편으로 기다려왔던 여유시간이 막상 찾아왔지만 어색함을 느꼈습니다. 놀고 싶어도 어떻게 놀아야할지 모르겠는 자신의 인생이 너무 일로만 채워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당신의 어린 시절에는 그러지 못했지만 아이들만큼은 어려서부터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게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함께 갔던 전시나 공연장에서 자기도 모르게 스며든 느낌이 있었습니다. 예술을 온전히 향유하는 아이들이 부러우면서 용기가 조금 더 필요할 뿐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왔습니다.


최근 평생 다닌 직장에서 퇴직했습니다. 자신과 같이 은퇴한 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마가 처음인 엄마입니다. 육아와 집안일로 자기보다 다른 누군가를 위한 삶이 중심에 있습니다. 그나마 길지 않은 짧은 휴식 시간에는 지쳐서 그저 멍하게 있기 일쑤입니다. 자기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잊은 것만 같습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오로지 현실만 살아갑니다. 힘들다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자기가 힘든 것도 모릅니다. 고단하고 긴장으로 점철된 일상을 사는 그에게 문화예술은 일단 시간을 빼야 해서 부담스럽습니다.


문화예술 활동에 관심이 많지만 새벽에 파트타임 일을 하고 병원에 계신 아버지도 돌봐야해서 제대로 경험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침없이 내리쬐는 볕을 내내 견디는 일상을 사느라 생존 말고 다른 무엇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러느라 원래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빛깔이 바뀌었지만, 바뀐 빛깔로 건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볕을 너무 쬐어 색이 변한 식물에 볕과 바람을 적당히 쬐어주면 본래 색깔을 찾듯,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부드럽고 다정한 볕을 통해 빛깔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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