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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떼 시민교육팀 Feb 09. 2023

멈춘 동작에서 삶의 자취를 발견할 때

참여 예술(교육)가 인터뷰 ② : 권정은


권정은 / HCDD (힐링커뮤니티댄스디렉터)

가장 자기다운 춤으로 존재의 기쁨을 되찾고 창조성을 깨우며 삶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몸 인문학, 힐링커뮤니티댄스(HCD)를 안내하고 기획하는 크리에이터. 초등교육현장에서 정교사로 15년간 재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HCD를 기반으로 하는 통합표현예술치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 보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춤의학교 소속으로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삶의 기술이 되는 예술과 교육을 지향하는 마을학교를 꿈꾼다.

     



강지웅(이하 ‘강’): 이번 프로젝트를 시어머님 하고 시어머님 동네 이웃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신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평소 사이가 막역하신 걸까, 아니면 이 기회에 거리를 좀 줄여보시려는 걸까 궁금했어요.

권정은(이하 ‘권’): 제가 복이 많은가 봐요. 시어머님은 제가 만난 어른 중에서도 아주 지혜롭고 좋으신 분이세요. 제가 춤을 배우느라 주말마다 서울을 8년 넘게 오가며 남편과 아이가 시댁에 자주 밥 얻어먹으러 가도 저에게 늘 잘 챙겨 먹고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 하시고 나무라신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고향인 영주에서 남편과 만나 결혼하고 계속 살았고 시댁도 가까이 계셔서 평소에도 자주 찾아뵙고 시부모님께서 저희를 많이 돌봐주시고 편안하게 대해주셨어요. 
 

강: 이번에 선생님께서 시어머님과 교육을 진행해 보기로 하신 데에는 선생님께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보여주고 싶으셨던 마음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권: 네 맞아요. 제가 처음 힐링커뮤니티댄스를 시작한 지 8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어머님께서 제가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모르셨어요. 무언가를 배우러 서울을 자주 다녀온다는 것 정도만 알고 계셨거든요. 더군다나 2021년에는 힐링커뮤니티댄스에 전념하려고 교사를 퇴직하면서도 왜 퇴직하는지 솔직하게 말씀드리지를 못했어요. 감사하게도 자세히 묻지 않으시고 믿고 격려해 주셨지만 늘 마음 한켠에는 언젠가 제가 하는 일을 당당하게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보조강사로 도와주신 제 동료 선생님이 69세로 저희 어머님과 비슷한 연배셨는데, 그래서인지 두 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시더라고요. 동료 선생님께서 어머님께 제가 서울을 자주 다니면서 배우는 걸 어떻게 잘 지지해 주셨냐고 여쭈셨어요. 어머님께서는 “나는 우리 아기를 믿으니까” 이렇게 딱 한 마디 하셨거든요. 저희 어머님 정말 멋지시죠! 저도 어머님 도움받으면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함과 죄송함도 말씀드릴 수 있었고 무엇보다 힐링커뮤니티댄스를 어머님께 소개해 드릴 수 있어서 제게 아주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강: 그런 만큼 수업이 열리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 같아요. 시어머님 이웃분들은 어떻게 모이셨을지 궁금해요.

권: 저희 어머님께서 동네 부녀회장을 오래 하셨어요. 수업을 시작하기로 한 날짜를 며칠 앞두고 장소랑 인원도 확인할 겸 어머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이제 전화를 하신다면서 “한 11명 안 올라”하셨어요. 시작 이틀 전에 전화하셨는데 놀랍게도 15분 가까이 모이시더라고요. 농한기라 그렇기도 했겠지만 어머님과 동네 분들이 긴 시간 동안 관계를 맺어온 삶이 있으셨던 거죠.


: 어머님께서 모집하는 역할을 해 주신 셈인데 어떻게 초대하셨을지 궁금해요. 일단 모여보라고 하셨을 것 같진 않아요.

권: 그렇죠. 우리 며느리가 뭘 좀 배웠는데 우리한테 가르쳐 준다고, 춤인데 건강에도 좋고 재미도 있단다 하고 간단하게만 설명해 주셨대요. 그런데도 많이 와주셨으니 어머님 백이 컸던 것 같아요.     


강: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저는 좀 재미있었거든요. 부담 없이 관심을 가지도록 돕는 적절한 표현 같아서요. 선생님께서 고르셨을까, 어머님께서 떠올리신 걸까 궁금해요.

권: 제가 말씀드렸어요. 어머님께 제 수업을 소개할 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건강에도 좋고 힐링커뮤니티댄스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이 힐링도 되고 여럿이 하는 거라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같이 한 분들이랑 관계도 좋아진다”라고 핵심만 말씀드렸어요. 
 

건강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잖아요. 어머님 동네 분들과 수업을 하면서 이분들이 지으시는 호탕한 웃음 뒤로 고된 삶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회차를 반복하며 어머님들이 오랜 시간 농사일로 가정을 일구고 자식들을 길러내며 고생하신 세월이 몸의 통증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할 때는 무척 안타까웠어요.   


강: 통증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 주시면 좋겠어요.

권: 힐링커뮤니티댄스 중에 즉흥적으로 원하는 정지동작을 더하고 빼고 서로 반응하면서 구름이 흘러가듯이 계속 동작을 이어가는 무브먼트가 있는데요. 비교적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인데도 생각보다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살펴보니 동작을 바꾸실 때 다리와 무릎이 아프고 정지 동작을 유지하려니까 허리나 어깨가 아프신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시간부터는 더 편하게 하실 수 있게 의자에 앉아서 진행하거나 몸을 이완하는 동작을 더 많이 반영했어요.


그리고 몸에 가벼운 진동을 주면서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털기춤도 있는데, 그걸 하면서 뭘 털고 싶으신지 여쭈어보았어요. 다른 집단에 가면 걱정, 욕심, 뱃살, 생각 등 털고 싶은 것이 다양하게 나오는 편인데 이번 어머님들은 무릎, 허리, 다리, 어깨 등 대부분 몸의 통증을 이야기하셨어요. 정말 이분들께 통증을 덜어내는 것이 가장 큰 욕구라는 것을 느꼈고 즐겁게 춤을 추면서 마음껏 웃으시고 근막 사이, 관절 사이를 이완하실 수 있는 무브먼트를 반복해서 정성껏  안내했어요. 어머님들 한분 한분이 친정엄마 같고 아픔이 조금이라도 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더라고요.     


강: 통증이 시어머님과 동네 이웃분들 삶의 과정을 살짝 엿보는 매개가 된 것 같아 흥미로웠어요. 다른 이야기도 있었을 것 같아요.

권:  ‘똬리’를 소품으로 활용하는 안무작 ‘Mother’s Present’(안무, 최보결)을 배워보는 마지막 시간이었어요. 어머님과 이웃분들한테는 이게 소품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실제로 사용하셨던 도구였던 거예요. 그래서 이걸 보시자마자 엄청 반기셨어요. 많은 분들과 공연을 해보았지만 똬리에 대해 이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본 건 저도 처음이었고요. 똬리를 젊은 시절에 물동이를 이는 데도 쓰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논과 밭에 참을 나를 때 똬리에 너무 많이 얹어서 무거워서 내려놓지도 못했다거나 물을 앞뒤로 많이 흘려서 엄마가 그다음에는 물이는 것을 안 시켰다든지... 똬리에 대한 구체적인 추억이나 삶의 경험들이 이분들께 있었던 거죠. 소녀 시절, 젊을 때로 돌아가 이야기꽃을 피우시며 금세 얼굴에 생기가 돌고 활짝 웃으시더라고요.


그렇게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는 ‘똬리’를 머리에 이고 천천히 걷고 마주 보고 눈 맞추며 서로에게 인사하고 손, 뺨, 어깨 등 서로 따뜻한 터치를 나누는 작품이 그분들에게 더 특별하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순수하고 즐겁기도 하고 고단하기도 했던 삶의 순간들이 예술로 표현되고 승화되는 경험, 일상의 몸짓들이 아름다운 작품이 되는 경험을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같이 손잡고 눈 맞추며 춤추었던 파트너에게 “자세히 보니 자네가 정말 예쁘네!”라고 하신 김정자 어머님, 한동네에 숙모와 조카로 살고 있는 두 분이 커플이 되었을 때 손을 잡은 느낌에서 “생전 이렇게 손잡아 볼 일이 없었는데 숙모 손이 우리 엄마 같으네요!”하셨던 이창희 어머님, 이름을 써서 가슴에 붙여 드릴 때마다 참 좋아하셨던 양옥자 어머님, 서 있기가 힘드셔서 4회를 모두 의자에 앉아서 참여하시면서 매일매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던 원수자 어머님이 생각이 나요. 무엇보다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어깨를 들썩이고 손 살짝만 드는 별거 아닌 즉흥 움직임에도 신나게 함박웃음을 지으시던 어머님들의 웃음소리고요.    


강: 교사 생활을 하시다가 커리어를 전환하셨잖아요. 아까 서울을 자주 다녀오셨다고 했는데 준비하시는 과정도 쉽지 않으셨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권: 2014년에 교사연수에서 처음 ‘커뮤니티댄스’라는 것을 경험했고 너무 느낌이 좋아서 인터넷으로 ‘커뮤니티댄스’를 검색하다가 최보결 선생님을 알게 되었어요. 선생님과 처음 전화 통화를 하는데 다짜고짜 자신의 춤 철학을 길게 말씀해 주셨어요. 모두 기억나지는 않지만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제 가슴에 꽂히고 ‘그래 이거야!’ 하는 느낌이었어요. 당시에 저는 출산 후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엄마로서도, 교사로서도 자존감도 낮았던 시기였어요. 건강도 안 좋고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했는데 그때 경험한 춤이 너무 좋았어요. 춤을 추고 나면 좋은 변화가 몸으로 바로 나타나니까 남편도 제가 서울을 오가면서 춤을 배우는 걸 지원해주었어요.

 
춤의 학교를 다니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무대에서 공연하고 기획서를 쓰거나 워크숍 영상을 만들고 젊은 안무가를 위한 페스티벌에서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유럽으로 댄스노마드를 떠나 오스트리아 임펄스탄츠 워크숍에 참여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세계무용박람회에서 춤의 학교를 알리기도 했지요. 이런 과정들 하나 하나가 낯설고 쉽진 않은 도전이기도 했지만 멋진 모험이고 행복한 실험이었어요. 제가 이렇게 예술가로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요. 모두 즉흥춤, 나다운 춤을 깊이 만나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들이 선물해준 용기와 삶에 대한 신뢰 덕분이예요. 힐링커뮤니티댄스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서 누구나 자기 안에 예술성과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고, 애쓰지 않고 즐겁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어요.


강: 교사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잘 알려져서 학교에 계실 때에는 어떤 일을 하시는지 설명하실 필요가 별로 없었을 것 같아요. 물론 알려진 게 전부가 아니겠지만요. 그에 비해 지금 하시는 작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면 효율적일까 고민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예술(교육)가가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가까운 사람에게 설명하는 건 그래도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선생님은 어떠셨나요?

권: 힐링커뮤니티댄스라는 분야가 아직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예요. 실제로 이 용어가 정립되기까지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고요. 여기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춤과 제가 경험하는 춤이 다른 점도 있어서 쉽진 않아요. 그러니 가까운 분들에게도 설명하는 것이 더 어려웠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번 저 자신과 힐링커뮤니티댄스에 대해 깊이 사유할 수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춤이 필요할까? 어떤 단어로 다가가야 할까? 나는 무엇 때문에 춤을 추지? 나는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걸 원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항상 반복해서 묻게 되는데, 그런 내 안의 생각들과 저의 작업을 밖으로 소개하고 연결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강: 커리어를 전환하시기 전까지 오랜 시간 준비하시고 또 그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고민도 하고 해석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선생님께 힐링커뮤니티댄스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권: 제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저를 포함해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누구나 상처와 결핍이 있을 텐데, 춤을 출 때면 너무 신기하게 그런 상처와 결핍을 잊고 충만해지거든요. 오히려 우리가 겪은 상처들, 삶의 경험들이 자원이 되어 독특한 저마다의 춤으로 꽃피우는 것을 무수히 목격하고 감동하고는 해요. 초기에는 사람들이 제 춤을 보고 ‘아름답다, 멋지다’는 말을 하면, 그냥 듣기 좋은 말씀 해주시는 거라고 곡해했어요. 그런데 저도 다른 분이 한 걸음 내디딘 단순한 동작을 보고 울음이 터진 적이 있거든요. 구부정하고 수줍고 뻣뻣한 몸들이지만 자신에게 몰입해서 진실하게 춤출 때, 그런 춤을 깊이 보며 공감하고 감동하는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는 만큼 제가 치유되어 갔어요. 인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몰라요. 경쟁하는 사회 속에서 자라 열등감과 어설픈 우월감이 공존하고 늘 무의식적으로 나와 타인을 재단하고 평가해 왔던 저 자신이 누군가의 대단치 않은 몸짓에 진심으로 감동하고 나와 타인을 판단과 평가 없이 바라볼 수 있고,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겐 참 큰 안도감과 행복,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었지요. 


힐링커뮤니티댄스를 배우고 안내하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인문학을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에요. 철학, 심리, 뇌과학, 심지어 양자 물리학을 살펴보기도 하고, 춤이 발전해 온 역사적 과정이나 사회 흐름도 공부해요. 그런 방대함이 어렵게 느껴지면서도 흥미 있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 재미있어요.


강: 발걸음만 봐도 눈물이 나오는 순간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지네요.

권: 둘씩 짝을 지어서 한 사람은 춤을 추고 다른 사람은 관찰하기를 번갈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작업을 많이 해요. 어느 날 제 파트너가 춤을 추다 가만히 멈추어서 천천히 공간을 둘러보는데 그녀를 바라보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신기한 경험이라 그 후에도 왜 눈물이 났을까 한참 곰곰이 사색했었죠. 제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얻은 결론은 깊이 연결될 때 감각이 확장된다는 것이었어요. 깊이 보는 행위가 그녀와 나를 연결했고 그녀가 공간을 둘러보며 공간과 연결되었을 때 저 또한 그녀를 통해 공간까지 감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넓은 바다와 마주할 때, 산의 정상에서 펼쳐진 구름 들을 볼 때, 떠오르는 햇살이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일 때, 작은 이슬방울에서 빛의 영롱함을 온전히 느낄 때, 커피 향이 몸속 깊이 퍼질 때 우리는 감동하고 이완하고 열리고 확장되는 것과 같이요. 춤을 출 때도 제 존재가 내적으로나 타인, 또는 외적 공간으로 무한하게 연결되고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데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강: 이번 프로젝트가 선생님께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요.

권: 일단 어머님께서 제가 하는 춤을 경험해 보셨잖아요. 저희 어머님은 정말 깊이 경청해 주시고 또 가장 잘 배우셨어요. “배운 건 바로 해 봐야지” 하시며 무릎이 안 좋은데 아침에 밥 얹어놓고 기다리는 시간에 의자 잡고 털기춤을 해 보니까 뻣뻣하던 무릎이 한결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동네 분들에게 매일매일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실행력도 놀라우시고 회차가 반복될수록 더 몰입하시면서 몸이 기분 좋아지는 느낌, 다리가 땅에 뿌리 내리는 듯 그라운딩 되는 느낌 등을 표현하실 때 감탄했어요. 그동안 자세히 설명해 드리기 어려웠던 힐링커뮤니티댄스를 가까운 가족인 어머님께서 체험해 보시고 좋아해 주시니 정말 기뻤어요.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어머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이랑 또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릴 수 있었어요. 제가 힐링커뮤니티댄스를 배우는 과정에서 어머님도 아마 걱정을 많이 하셨을 거예요. 주말에 저 없이 어린 딸아이를 돌보는 남편을 볼 때나 제가 교직을 그만두었다고 했을 때도 서운하거나 안타까운 마음도 있으셨을 거고요. 그런데도 어머님께서는 한 번도 저를 나무라지 않으시고 잘 챙겨 먹고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 해 주셨지요.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었던 죄송함과 감사함을 입 밖에 꺼내어 말씀드리고 춤에 관한 대화도 나눌 수 있어서 가슴이 시원하고 감사함과 자신감도 더 커진 것 같아요.


강: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교사 생활을 하시다가 문화예술교육을 하시는 거잖아요. 문화예술 작업을 하다가 교육을 하는 경우와 경로가 다르다는 점에서 선생님께서 발견하시는 바가 있을 것 같아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교육에서 많이 제기되는 아쉬움 중에 하나는 창작자들에게 교육자가 되기를 요구한다는 것 같아요. 창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힘든 요구일 수 있지만, 또 교육 현장에서 보면 또 필요한 것이기도 해서 둘 사이에 접점을 찾는 것이 과제인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교육 현장과 창작자의 입장을 모두 다 이해하시는 셈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겪고 계신지 어떤 의견이신지 궁금했어요.

권: 저는 학교에서 지낸 시간들이 있으니까 교육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형식에 맞추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아요. 오히려 지금은 창작자로서 한계나 부족함을 스스로 많이 느끼고 있어요. 예술가로서 제가 아직 더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예술가로서의 역량을 잘 쌓으면서 교사로서 제가 가진 경험들과 잘 결합해야겠다고도 생각해요.

강: 선생님 말씀 들으면서 양쪽의 관점을 다 이해하시니까 해 주실 역할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작자들에게는 교육 현장의 사정을 설명해 주시고, 교육 현장에는 창작자들의 사정을 설명해 주실 수 있잖아요. 그렇게 현장에서 소통을 매개해 주시면서 접점을 찾는 걸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기대를 해보게 돼요.

권: 교직 생활에 대해서는 퇴직하고 나서 새롭게 깨닫게 된 지점이 있어요. 최근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몇 가지 진행해 오면서 춤을 통해 학교를 방문하거나 학생들을 만날 때 교사로서 학교 안에서 보낸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르치는 걸 좋아했구나, 아이들하고 함께 했던 시간들을 내가 많이 좋아했고 행복했었구나.’ 새삼스레 지난 시간들의 소중함이 문득문득 밀려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하는 작업이 예술이면서 교육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선생님스럽다는 말이 별로 반갑지 않았는데 지금은 가르친다는 게 내가 정말 잘할 수 있고 나를 아주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변화해 온 시간들이 나한테 참 소중했다고요. 다만 이 전에 학교 안에서는 학생들과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조금 더 자유롭게 선택하고 선택한 것을 더 몰입해서 공부하고 싶지만 그러기가 어려웠었지요. 이제 저는 춤을 매개로 제가 만나는 사람들과 조금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몰입하며 삶을 향한 배움을 실험하고 있어요. 예술과 교육이 춤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춤을 통해 사람들과 행복하게 성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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