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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Feb 08. 2023

이 곳은, 50년대 런던의 풍경이냐.

 죽을 때까지 안 바뀔 거라 생각했던 성향도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변하는 현상이 신기할 따름이다. 올빼미형이어서 밤에 온갖 영감(?)이 떠올라 설레었던 내가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 마음도 같이 깜깜해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날이 완전히 저물고 나면 집 앞에 나가기조차, 그렇다고 집 안에 있는 것도 싫어지는(어쩌라고.) 이 기이한 무기력증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신 이른 아침의 풍경을 마주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새소리와 약간의 아침 안개, 아침 공기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향긋한 냄새에 현실감은 없어지고 기분은 붕 뜬 상태가 된다. 멀리서 바쁘게 움직이는 출근 차량마저 몽환적(?)으로 느껴지는 그 순간이 나에게는 언제부터인가 하루 중 최고의 순간이 되었다. (역시, 남들 출근할 때 집에 있는 만족감을 따라올 행복이 없다.) 아침이 좋아져 버린 성향과는 다르게, 여전히 아침잠이 많다는 게 함정이지만.      


  오늘 아침 일곱 시 반쯤이었을까, 이불에게 한번을 질척거리지조차 않고 가뿐하게 일어 나서  블라인드를 올렸는데, 온통 하얗기만 한 바깥 풍경에 깜짝 놀랐다. 바깥은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모를 하얀 기체로 온통 꽉 차 있었다. 아주 꼬마였을 적, 하얀 약을 사정없이 내뿜던 소독차 뒤를 쫓아갔을 때도 이보다는 앞이 잘 보였던 것 같다. 밖이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내가 마치 집과 함께 구름 속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름 몽환적이었네) 재빠르게 날씨를 찾아보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기준치를 심각하게 초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 여기가 50년대 런던도 아니고 이럴 땐 정말 중국이 통째로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멀쩡한 정신으로 일어난 몇 안 되는 아침이었는데, 미세먼지가 도와주질 않네. 종일 공기청정기만 신나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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