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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쿄카 신드롬'이 생긴 이유

by 이라IRA

뉴스 제외하고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유튜브에 워낙 재밌는 것이 그득 그득하니까. 그런데도 유일하게 본방을 챙겨보는 것이 스우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니, 시즌3에서는 세계 각국의 댄서팀들이 모여 겨루는 역대급 글로벌 서바이벌전, ‘월드 오브 스우파’를 안 볼수가 없지 않겠는가.


댄스계의 올림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마 무시한 댄서들과, 춤을 넘어선 예술을 볼 수 있으니 눈이 호강하고 온몸에 엔도르핀과 도파민이 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 회당, 밤 열시부터 세시간을 내리 하는데, 본방을 다 보고 나면 일주일간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 지쳐있던 영혼이 갑갑한 몸으로부터 탈출한 기분. 내가 추지 않았어도 같이 신나게 즐기고 난 느낌, 이 정도의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주는 게 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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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의 정적(?)국가인 일본의 오사카팀이 국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놀랍다. 한국의 ‘범접’ 팀이 아닌 오사카의 ‘오조갱’ 팀에 미쳐서 그 팀을 응원하고 있는 내 모습에, 또 이 나이에 그 팀의 힙합 배틀러, 쿄카라는 댄서를 덕질하고 있는 내 모습이 또 스스로 재미있다, ‘이 나이에, 나만 그런가?’ 했던 생각 때문에 처음엔 당혹스러웠으나, 쿄카를 덕질하면서 만든 유튜브 영상의 시청자 연령층 중, 35-55세가 60%를 넘는다는 사실과, 댓글에 ‘저도 이나이에 쿄카를 덕질하고 있어요!’ 라는 반응까지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현상에 대해 마냥 신기할 따름.


화면 캡처 2025-06-21 123840.jpg


새삼 오조갱 팀의 쿄카에게 우리 나이 대 여성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중성적인 매력과 자유분방하고 쿨한 애티튜드, 세련된 패션감각을 모두 갖추면서 세계적인 댄스 배틀러의 실력자라는 점, 말 그대로 모든 걸 갖춘 완벽한 인물(?)이라라 할지라도, 이게 다라고 하기엔 설명이 부족했다. 96년생의 애기(?)에게 4050이 이렇게 열광한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쿄카는 묘하게도 라떼(?)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90년대 서태지가 국내에 처음으로 힙합을 가져와 모든 사람들에게 쇼크를 줬던 날, 태지 보이즈에 이어 천재 싱어송 라이터 이현도와의 듀오팀, 듀스의 세련된 힙합까지, 소위 X세대에서 그때의 문화충격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이어 2천년대 드렁큰 타이거와 다이나믹 듀오의 등장 이후로 한동안 힙합 열풍에 한참 빠져있었던 그 시절, 쿄카는 그때의 음악, 문화, 패션을 떠올리게 한다. 아울러 그녀는 중 고등학교때의 학창시절과 막 20대를 맞았던 설렘, 막연한 자유로움과 함께 한없는 불안을 마주해야 했던 시절을 주마등처럼 스치게 하는 인물이다.


기계처럼 짜 맞추고 복제품 양산하듯 비슷비슷한 케이팝만을 지겹도록 보다가 느슨한 힙합의 자유분방한 바이브에 몸을 맡기는 쿄카는 우리 세대가 갖고 있던 갈증과 향수를 충족시키기에 더 없는 댄서이다. 게다가, 그녀가 여성이라는 점. 전형적인 여자 아이돌의 이미지와는 완전 다른, 중성적인 매력과 특유의 쿨함이 팬층을 더욱 두텁게 하는데 한 몫 하는듯 하다. 마이크 송이 쿄카만 보면 했던 평, ‘Raw하다! (날 것 그대로의 느낌)’ 꾸미지 않는 내추럴한 애티튜드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든 그 인물을 빛나게 하는 것이다.


정말 얼마만의 덕질인지 모르겠다. 내 나이에도 누군가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오사카 오조갱의 우승을 응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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