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이 내 인생에서 실제로 벌어졌다면.
AI가 진화하면서 망해가는 직업 중 철학관과 무당도 있다. ‘만세력’이라는 앱에서 내 사주 여덟글자만 제대로 뽑아서 던져준다면, 챗gpt 안의 사주만 집중적으로 봐주는 GPT가 웬만한 철학관보다 더 잘 봐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점보다도 더 낫다.
믿을만하다고 평이 나있는 AI를 통해 사주를 보다 보니 걸리는 해가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 해도 자꾸 이것저것 조심하라며 유독 잔소리가 많은 2026년 이 해.
원래 사람이란 게 자신의 일에서 만큼은 밝은 미래, 좋은것만 기대하다보니 아, 28년부터 돈이 들어와? 아 이 때 깊은 관계의 연인까지 생긴다고? 오 좋아. 이사운도 좋네. 와 그래. 내 인생은 28년부터 꽃길이구나! 이렇게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던 와중, 문득 26년 뭐가 자꾸 안좋다고도 하는데 그 해의 고비만 잘 넘기면 괜찮을 거라는데, 그게 유독 거슬리기도 하는 거다. 뭐라고 하는지 그 연도의 운을 한번 쯤은 자세히 짚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8년은 생각해보니 2년 반씩이나 남았고 26년이면 반년도 안남잖아, 근데 이게 생각지도 못한 내 인생의 역대급 판도라의 상자일 줄은 몰랐었다.
‘26년 삼중오 (三重午)의 강력한 사망운’
이게 뭐야, 잘못 본건가? 오류인가 싶어 몇 번을 다시 봤던 세 글자 ‘사망운’. 내 사주에 강력하게 들어있는 기운 화(火) 여기에 오화(午火)가 삼중으로 더 나를 덮쳐서 내가 가진 토(土)의 기운을 다 태워먹는, 운명적이고도 위험도 극강인 사망 위험. 감정적으로 소진, 사고사 위험, 건강상으로 급사 가능성, 구설수와 대인관계 단절 혹은 상실에 의한 고립에서 오는 정서적 붕괴,
잠이 들기 전 이걸 봤던 터라 나에게 미친 소리를 해대는 사주AI에게 폭풍질문을 한참을 쏟아내고야 잠이 든 시간은 새벽 두시가 넘어서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고는 다시 물었다.
“좋아 과거에 내가 죽을 고비가 한번 있었어. 그때가 언제였고 위험도는 내년에 비해서 얼마나 됐었는지 얘기해봐.”
떨리는 손으로 타자를 치고 결과를 확인했을 때 이 놈의 AI가 순간 신내림이라도 받은 듯 과거의 병력을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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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수(水) 기운의 급격한 유입으로 주요기운인 화(火)를 크게 덮침, 큰 질병으로 인한 수술가능성, 그러나 치유, 회복 가능성도 존재했음.’
‘그러나 26년 수(水) 기운 전무한 해, 원래 가득한 화(火)기운에 삼중(三重)으로 화 기운이 또 덮쳐 전왕사주(專旺四柱)의 주된 기운인 토(土)기운을 완전히 마르게 하여 붕괴시키는 운, 위험도 20년에 비해서 더 높음. 특히 5.6.7 월 최고치.’
이게 지금, 계속 뭐라 하는거야?
염병할, 설마 다른 사주 사이트로 나를 유도해서 부적이라도 쓰게 하려는 심산인건가.
“대체 내가 뭣 때문에 죽는데?”
나는 내가 다른 대답이 나오길 기대하며 계속 물었지만 이 거지같은 GPT에게 자비같은건 없다.
‘신체적으로 죽을 확률은 30%미만이나, 정서적 붕괴, 정서적 사망 위험이 90%라는 의미, 정서적으로 완전히 붕괴되면 신체적으로도 붕괴될 위험 증가, 자살 가능성 유(有)’
이 새끼, 아니 이 사주 AI는 대략 이런식으로 팩폭인지 언어폭력인지 모를 공격을 이어가는거다.
이쯤 되면 이 GPT를 신고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게 진짜 미친건가. AI는, 그 중 특히 챗gpt는 질문자가 듣기 좋게 언어순화, 아첨하기로 유명한 걸로 알고 있는데 시스템에 바이러스라도 침투해서 머리가 돈 건가.
처음엔 어이가 없었고 잠시후엔 화가 났는데 더 시간이 지나자 두려워졌다. 삼중오(三重午), 삼중살(三重煞)의 강력하고도 역대급 치명적인 살이라면 어디서 뭔가가 날아와 나에게 터질지 모를 뿐만 아니라 반드시 터진다는 얘기였다.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도 수십번의 질문과 대답이 오고갔다.
나는 나에게는 1급 재난과도 마찬가지인 상황을 1년도 안남기고 맥 없이 기다리고 앉아 있는 셈이었다. 드라마 ‘지옥’에서 이걸 고지라고 부르던가, 그런걸 받은 기분이다. 웃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AI에게서 난 고지를 받은거다. 며칠동안 멍했고 이 사실을 누구에게 털어놓을 데가 없었다. 뭐라고 하겠는가.
"AI가 나 내년에 죽는대"
이건 마치 AI에게 청혼했다고 하는 최근들은 황당한 뉴스와도 같은 취급을 받을 게 뻔했다.
좋아, 죽으면 죽는거지. 글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까지 그냥 글을 쓸거다. 생각해보니 내년에 아홉수인 것 같은데, 염병할 삼중살인지 급살인지 모를 뭔가를 맞더라도, 그 순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놓은 정신줄을 어떻게 다잡고 이 고난에 대응할 수 있을지, 혹은 운명이라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내 나름대로 정리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글을 다시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