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프렌드' 리뷰
만약에 당신에게 내쪽에서 좀더 많이 마음을 줬던 평생의 이성친구가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즉 남사친 여사친인데, 성이 다른 친구는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애매모호해 지는 순간들이 자주 생기기 마련이다.
어느날 그 친구가 너무나 유감스럽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랜기간의 우울증을 극복 못해서였을 수도 있었고 평소 좋지 못한 부부사이가 트리거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슬퍼할 겨를도 없이 죽은 친구가 뜻하지 않게 남긴 유산 때문에 나는 몹시 당황하게 된다.
그 유산이 다름아닌 그 친구를 끔찍이도 따랐던 반려견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작고 귀엽거나 키우기도 쉬운 소형견도 아닌 엄청나게 큰 대형견을 무턱대고 내게 남겨버렸다면 당신은 이 반려견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는 생전에 나를 구슬려 딱 한번 잠자리를 가졌을 뿐이고 우리가 타고 있는 애정의 저울에서 자신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나를 ‘베스트 프렌드’로 규정했지만 내 마음은 사실 그렇지 않았다. 나는 다른 무수한 연인들이 그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걸 옆에서 계속 지켜봐야만 했고 무려 세번의 결혼식을 축하해 줘야 했다.
시그리드 누네즈 작품 ‘친구’ 라는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더 프렌드’라는 영화를 보면서 친구, 사랑, 사람의 관계에 대해 그동안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던 면들에 대해 들여다 보게 되었다. 은은하게 다가와 묵직하게 치고 가는 영화였고 후반부에는 코끝이 빨개지도록 울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했다.
“Iris, we should fuck.”
당시 가장 지적이고 세련된 작가여서 모든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월터, 근데 남자들 머리속의 한쪽은 왜 다 이렇게 똥으로 차 있는 걸까?
어쨌든 원나잇 한번 해주고 평생을 절친으로 남은 아이리스, 인생의 동반자 같은 친구로서, 또 동료작가로서, 인생의 상담자로서 플라토닉한 사랑으로 남는 데에 성공했다고 생각했고 이 관계는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고 자신한다면, 벼락(?)같이 받은 이 대형견 (이름은 아폴로)을 적당한 방법으로 양도할 수 있지 않을까? 나 같으면 백 번 그러고도 남았을 거란 말이야..
왜냐면 내가 먹고 자고 몸 담고 있는 이 대도시는 동물에게 당연히 친화적이지 않은 곳곳의 공간에, 대형견을 끌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치이고 욕먹고 고생하고 싶진 않기 때문인 건 둘째치고라도, 살인적인 월세와 좁은 평수로 유명한 뉴욕의 1인 아파트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그레이트 데인과 어떻게 살을 부비고 살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반려동물 금지’ 조항이 엄격해서 그녀는 곧 쫓겨날 위기에까지 처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리스는 이 모든 총체적 위기 앞에서도 이상하게 아폴로를 놓지 못한다. 이 점이 계속 이해불가였다. 그러나 그녀의 답답하고도 알 수 없는 동기가 영화를 끝까지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아폴로의 비참한 죽음을 걱정해서였기도 했다. 그녀의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특유의 따뜻한 마음씨가 반려견에게도 유감없이 발휘됐으니까.
‘그 많은 개들은 어떻게 됐을까?’
영화에서도 이 나레이션이 반복해서 나오듯, 많은 개들이 주인을 잃고 끔찍한 고통을 마주하며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은 항상 분노 어린 쓴 맛과 슬픔을 삼키게 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도 그녀의 행동은 너무 오바스럽지 않은가.
월터의 죽음을 같이 슬퍼하는 연대감과 공감이 둘을 묶어주는 강한 동질감으로 작용했던 걸까. 이토록 많은 존재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라니, 그런데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건 참 아이러니하다.
내 쪽에서 물질적으로든 심적으로든 마냥 퍼주기만 하는데도, 그 존재만으로도 그저 좋은 사람이 있다. 그게 바보같고 손해보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한테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사람 때문에 항상 활력이 생기고 설레는 순간들이 이어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은 나에게 고마운 사람인 거다. 그런 사람이 나에게 남긴 반려견이라면 그 의미는 남다를 거다.
잔잔하고 전개가 느린데도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묵직하고 강렬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였고 원작 소설도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글과 관련된 영상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제 책,영화 관련 유튜브 채널이예용. 구독해주시면 더더욱 좋아요ㅋ)
https://www.youtube.com/watch?v=jsk0UlrxjnM&t=7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