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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Jan 27. 2021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아서 뭐하게요.

 아직 1월인데 봄바람이 불어왔다. 일주일 전에는 매섭게 춥더니만 날짜가 한참이나 지난 것 마냥 따뜻해졌다. 봄바람에 이어 봄비와도 같은 비까지 내렸다. 우산을 쓰고 거리를 기분 좋게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놀랐네. 비오는 날에 나가는 걸 누구보다도 싫어했었던 나였기 때문에. 얼마 전 폭설이 내렸을 때는 공원에 나가 눈 쌓인 풍경을 사진에 담고 한참을 걷다 들어왔다. 출근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겨울 내내 눈이 왔으면 했다. 출근길을 걱정하지 않는 즐거움.      

 갖은 고생을 해 가며 내 노동력을 다 갈아 넣어야만 하는 일은 이젠 하고 싶지 않다. 그 일이 설령 미친 듯 좋아하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비난을 받을지 모르지만 그냥 편하게 돈 벌고 싶다. 노력대비 고효율? 사실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왔으면 좋겠어. 


 옛 남친이 그랬었다. 많은 남자들의 로망 역시 돈 잘 버는 약사 와이프를 만나 아침저녁으로 셔터를 열고 내려 주는 일만 하며 사는 거라고. 그 말을 듣고 빵 터졌던 기억이 난다. (그럼 살림은 도맡아 잘 할 수 있어? 이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토를 달지는 않았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어 본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 책을 읽고 나면 놀면서 돈 벌고 싶다는 생각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 부호 워렌 버핏, 짐 로저스, 빌 애크먼과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을 통해 막대한 부를 얻은 건 아니었다. 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비결은 투자였다. 부동산과 주식투자와 같은 ‘투자’ 말이다. (특히 주식투자!) 투기라고 해도 좋다. 어쨌든 그들은 ‘투기’를 통해 큰 재산을 일구고 지금도 계속해서 불려 나가고 있다. 

 물론 그들도 빈손이었을 때엔 자신의 노동력을 갈아 넣어 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건 계속 그렇게 살지는 않았다는 거다. 어느 시점에서 수익의 방식을 ‘시스템 구축’과 ‘투자’의 방향으로 턴했을 거라는 것.      

  문제는 내가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취업을 해 일하는 중에도 어느 누구도 나에게 이런 금융지식을 얘기했던 사람이 없었다는 거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봤던 교과서에는(심지어 경제 교과에도) 살면서 가장 필요한 금융지식이 한 줄도 없었다. 기업 시스템, 동산과 부동산 투자와 같은 재테크, 이런 금융지식 말이다. 사람들이 투기라고 치부하는 그것!  한국에서 부동산 투자 없이 몇 백 되지도 않는 월급의 잔재를 착실하게 10년간 저축한다고 해서 그 돈으로 요즘 집 한 채나 살 수 있나?      

 

 정규교육에서 아이들에게 금융지식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를 책에서는 약간 이런 뉘앙스로 얘기하고 있다. 정부는 세금을 가장 정확하고 철두철미하게 걷을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 이 대상에 가장 명확하게 포함시킬 수 있는 그룹이 바로 월급쟁이와 어떤 특정 상품을 생산하는 자영업자와 같이 자신의 노동력을 통해서만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기업가와 투자자들에게는 세금을 걷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고 이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일도 한계가 있다. 정부는 국민들이 자신의 각 분야에서 착실하게 일하고 노동력을 통해 번 돈의 일정액을 또 착실하게 지급할 수 있는 월급쟁이와 자영업자가 대다수여야만 국가를 운영하는 자금이 많아지는 것이다.      

 뉘앙스만으로는 여전히 다 이해하기 어렵다. 왜 나에게 아무도 금융지식 같은 건 알려주지 않았냐고. 난 힘들게 노동하지 않을 거다. 욕해도 좋아. 주식에 계속 투자할 거고 금, 은 투자를 알아볼 거다. 아파트 투자는 이제 욕심 부리기도 힘드니 상가투자, 토지투자를 공부해서 복부인, 투기꾼이 될 거다, 어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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