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에 시간을 쓰지 않는, 내 친구들을 위한 잔소리 #01
나는 메모에 하루 최소 45분, 길게는 3~4시간을 쓴다. 3~4시간을 쓰는 경우, 며칠 혹은 몇 주간 기록을 하지 않아, 밀린 키워드가 대부분의 원인이다.
꾸준히 메모를 하고 정리를 하면 쓰는 시간이 짧다. 그렇지 않다면 생각을 짜내는 것부터 기록을 하는 행동까지 번거로움이 커진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니 당연하다.
메모의 개념은 생각과 느낌의 물리적 전환 이다. 생각과 느낌이라는 '추상(抽象)'은 반복되는 생각으로 맴돌기도 하고, 기발한 기분만 남겨놓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것을 종이 위에 흔적으로 남길 때 큰 사건이 일어난다. '구상(具象)'이 시작된 것이다.
메모는 추상적 사고가 구체화되는 과정이다. 상당히 신비로운 과정이며, 사고체계와 신체적 행위로 행하는 놀랍고 위대한 과정이다.
메모는 글을 쓰는 동작 이상의 행위이다. 물론, 메모라는 행위에는 글이나 그림 등 물리적 기록을 하는 시간도 필수다. 그러나 메모의 시간은 대부분 생각하는데 쓰인다. 상황을 떠올리고, 언어화하는 시간인 것이다. 손이 움직이거나 멈추는 것과 관계없다. 생각을 구체적 어휘로 발생시키는 과정 중 끄적임도 있고 정지화면 아님 수준의 멈춘 상태에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보저장을 위한 업무나 노동으로 인식되면 메모의 가치는 떨어진다. 사고에 대한 반응은 수동적 대응에 그치게 된다. 그리고 메모를 물리적 행동이라는 개념에 머무른다면, 메모에 대한 동기를 자극할 수 없다. 메모를 능동적으로 하고 싶다면, 메모에 대한 관념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메모는 명상과 유사하다. 생각을 물리적으로 변환하는 과정은 기억 속 상황에서 느낌을 자각하고 배설하며 이루어진다. 자신이 느끼는 감각을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것이 메모와 명상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메모도 명상처럼 환경을 주의 깊게 이야기한다.
메모의 장소와 시간은 생각의 환경이다. 그러나 종종 사람들은 생각의 환경을 놓치곤 한다. 생각에 시간과 공간을 할당하지 않는다. 호흡 한 번을 가다듬는 순간조차 일상의 촉박함을 이유로 간과한다. 이것이 메모를 어려워하는 이 들의 특징이다.
초심자일수록 메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정돈된 곳이 좋다. 시간은 한 시간 정도. 차 안이든, 독서실이나 화장실이든 조용히 정돈된 곳에서 수첩과 펜이면 된다. 어디든 언제든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적합한 환경에서 한다. 명상을 하듯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다.
필자는 위빠사나, 요가, 마음챙김 등 명상의 여러 종류 중 하나로 메모하기 라는 명상을 포함하고 싶다.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마음과 현실을 눈여겨 살펴볼 수 있는 지혜가 동행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