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술이야..

by 사포갤러리







SDC11786.JPG Watercolor on Paper/ Life(12호)






귀도 레니의 그림에 나오는 아기 바쿠스보다는 덜 어리지만

나의 음주는 주전자 들고 아버지 술 심부름하던 때부터 장난이 아니었던 것 같아.

들판을 걸어 건넌 마을에 있던 새마을 양조장엘 가서 막걸리 사오라고 주전자와 돈을 쥐어주면

사가지고 오는 길이 너무 무료하기도 하고

대체 어떤 맛이길래 저리 매일 마셔댈까... 궁금하기도 했어.

그래서 오는 길에 주전자 주둥이로 몇 모금씩 마시다가

나중엔 장난 아니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이놈의 얌체 같은 양조장이 갈수록 박하게 준다고 따지러 가는 통에

절제를 하곤 했지.

사실 사람들은 내가 어리니까 가다 출출 쏟은 걸로 오해했지만.





SDC11772.JPG Watercolor on Paper/Life(12호)






오늘도 경건하게 약간의 공복으로 미사를 갔어.

난 미사를 드릴 때마다 옛날부터 물어볼 수 없는 의문이 생겨...

"신부님. 매회 미사 때마다 마시는 포도주의 맛은 같은가요?

감질나서 미사가 끝나면 폭풍흡입하시지는 않나요?

왜 우리는 빵만 주고 포도주는 안주는 건가요?

진짜 술 드실 때 포도주는 식상하시죠?"


하지만 나는 참는다.

왜?

오늘도 미사 끝나고 비 오는 거리를 달려와 곧장 술을 입에 댈 테니까...




다 좋은데

왜 술을 못 끊냐고 당신이 늘 말했었지.

글쎄...

막막한 잠에 취한 것과 똑 같다고 말해야 하나?

차갑고 따뜻하고, 차갑고 따뜻하고

지그재그로 가야

내 마음 궁극적 평화가 온다고 말해야 하나?

늘 얼버무리던 내가

오늘에서야 시원찮은 대답을 하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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