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소심한 내게 자주 말했지.
자신(pride) 있는 작가는 늘 자신(self)이 있고
자신 없는 작가는 늘 자신이 없다고...
pride로 부터의 도피는 self로부터의 도피라고.
배가 내게 밥 때라고 알려줄 때
유독 빈 속 배의 꼬르륵 소리가 여느 때보다 머리를 때리 듯이.
마음의 가난함은 결국 예술기운의 퇴화와 같으니
가슴의 따뜻함을 비우지 말라고....
그래...
이 따뜻해 보이는 가방도
갤러리를 막 오픈하고
그 따뜻한 말을 듣고 만들었었지.
못쓰는 옷의 등판을 오려 내가 좋아하는 오페라 색으로 물들이고
갤러리의 이름도 바느질하고...
꾀죄죄한 나의 대리변신이랄까?
아뭏든 당신 말을 들으면 내 안에 될까? 안될까?
반신반의는 별로 없었어.
세우면 가늘게, 눕히면 굵게 그려지는 뭉툭한 만년필처럼
지금 나는 내 안의 자세를 가늠할 수 없네...
어떻게 해도
손을 놓는 즉시 번져서
얼룩덜룩해질 것 같아.
그 이유는 당신이 잘 알고 있겠지만
어제 한 달 너머만에 조성된 묘소에서
당신을 놓고 내 손으로 한줌 흙을 덮는 순간
나도 알 수 있었어.
내 안에 사는 당신의 방향지시등.
죽음은 삶과 그리움에서의 해방이 아니라
아마도 삶의 엇박자인 듯한 또 다른 삶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