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배

by 사포갤러리








포도.jpg Watercolor on Paper/Life






비가 온 후라 이제 제 기능을 다해 열매를 키우지 못하는

고추나무를 뽑아 버리기에 어렵지 않았어.

그래도 아쉬워서

덜자라고 맺혀 있는 자그마한 것들은 따서 바구니에 담고...

모조리 다 뽑았어.

6년 동안 한 번도 감을 열지 못하고 가을이 깊어지면

이파리만 떨구어 잔디밭을 폭싹 쏟아져 내린 황폐지로 만드는 우리 집 감나무에 비하면

고추나무에겐 정말 미안했지.



오랜만에 쌀을 씻어 담고 물을 부으니 밥 익는 소리가

"치카치카..."들렸어.

밥이나 빵은 익을때 냄새의 도취를 불러 일으키는 것 같아.

그 냄새는 향수나 추억보다 더 숨통과 직결된 것인지라

향이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냄새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겠지만

그 냄새는 '난 누구를 기다린다'는 신호역할을 주로 했었지.

그래...

누구를 기다린다.

그리고

빛바랜 작은 램프를 켜고

빈 벽에 기대어 하모니카를 불었어.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 살 떠다니겠지.


연못에다 띄워 논 나뭇잎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살랑살랑 바람에 소곤거리는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겠지.'




같이 종일 놀다가

연못에 떠다니도록 버려 둔 나뭇잎배에게

못내 미안한 나머지

살랑살랑 바람 부는 갈잎 새에 떠다니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



잘 있겠지...

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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