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여섯

by 사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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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이네요.

이렇게 편지로 인사를 하게 되다니...

당신이 있을

그곳은 어떤지요?

여긴 그야말로 봄이 천지를 모르고 가물거리고 있습니다.

해마다 사람들이 '뭐야? 봄이 있기나 한 거야?'하며

그 짧음을 불평하니 그 입막음을 확실히 하려는 듯 너무 아른거려 눈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름은 '봄'이면서

못 보게 하다니.


마당의 잡초를 한꺼번에 제거하려니 온 전신이 아플 상상에

매일 아침 조금씩 뽑기로 마음먹고 나가면 어제 뽑은 잡초의 세 배가량이 자라 나와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잡초의 성장호르몬은 잡아챌 방법이 없습니다.

기가 막혀 '밟아 없앨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매일 그렇게 미련한 생각을 한답니다.

그런데 뽑아도 시원찮을 판국에 연이틀 전혀 손을 못 댔어요.

늦게 일어났냐고요?

그럴 리가요.

비도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부니 벚꽃 잎이 잔디 위에 떨어져

분홍 잔디가 되었답니다.

온통 분홍색 꽃눈에 덥힌 폭신폭신한 분홍 잔디인데

어찌 그곳을 제치고 뽑을 수 있는지요?

자연을 참으로 사랑하던 당신이 봤어도

'어쩔 수가 없네.'하며 웃는 모습이 선선합니다.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과 벗하며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네요.

이맘때쯤 꼭 비료를 사던 기억이 나는데

사기나 사면 어디에 뿌려야 하는지 물어나 둘 것을...

후회되네요...

'맨땅에 헤딩'이라고 어찌 되겠지요...



매년 둘이서 심하게 봄을 기다렸는데

이제 혼자서... 기다릴 사이도 없이

성큼성큼 내 옆을 지나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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