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이네요.
이렇게 편지로 인사를 하게 되다니...
당신이 있을
그곳은 어떤지요?
여긴 그야말로 봄이 천지를 모르고 가물거리고 있습니다.
해마다 사람들이 '뭐야? 봄이 있기나 한 거야?'하며
그 짧음을 불평하니 그 입막음을 확실히 하려는 듯 너무 아른거려 눈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름은 '봄'이면서
못 보게 하다니.
마당의 잡초를 한꺼번에 제거하려니 온 전신이 아플 상상에
매일 아침 조금씩 뽑기로 마음먹고 나가면 어제 뽑은 잡초의 세 배가량이 자라 나와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잡초의 성장호르몬은 잡아챌 방법이 없습니다.
기가 막혀 '밟아 없앨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매일 그렇게 미련한 생각을 한답니다.
그런데 뽑아도 시원찮을 판국에 연이틀 전혀 손을 못 댔어요.
늦게 일어났냐고요?
그럴 리가요.
비도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부니 벚꽃 잎이 잔디 위에 떨어져
분홍 잔디가 되었답니다.
온통 분홍색 꽃눈에 덥힌 폭신폭신한 분홍 잔디인데
어찌 그곳을 제치고 뽑을 수 있는지요?
자연을 참으로 사랑하던 당신이 봤어도
'어쩔 수가 없네.'하며 웃는 모습이 선선합니다.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과 벗하며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네요.
이맘때쯤 꼭 비료를 사던 기억이 나는데
사기나 사면 어디에 뿌려야 하는지 물어나 둘 것을...
후회되네요...
'맨땅에 헤딩'이라고 어찌 되겠지요...
매년 둘이서 심하게 봄을 기다렸는데
이제 혼자서... 기다릴 사이도 없이
성큼성큼 내 옆을 지나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