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물아홉

by 사포갤러리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만만치 않은 길을

초록색 장화를 신고 '벤허'를 보러 갔다.

영화 중반까지도 주인공 아우라가 내게 배어 들지 않아

자꾸 흐리멍텅해지며 잠이 오기까지 했다.

무려 사십 년 만이라서 줄거리조차 가물가물하지만

눈물을 훔치며 보았던 찰톤 헤스톤의 표정에서 나오는 진실의 불멸감을 생각하니

정녕 재현 자체가 위태롭기만 할 뿐이었다.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겪어 버린 시간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내 삶의 간도 이렇게 싱거워질까?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모쪼록...

마지막은 종이처럼 날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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