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만만치 않은 길을
초록색 장화를 신고 '벤허'를 보러 갔다.
영화 중반까지도 주인공 아우라가 내게 배어 들지 않아
자꾸 흐리멍텅해지며 잠이 오기까지 했다.
무려 사십 년 만이라서 줄거리조차 가물가물하지만
눈물을 훔치며 보았던 찰톤 헤스톤의 표정에서 나오는 진실의 불멸감을 생각하니
정녕 재현 자체가 위태롭기만 할 뿐이었다.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겪어 버린 시간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내 삶의 간도 이렇게 싱거워질까?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모쪼록...
마지막은 종이처럼 날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