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잠 안 오는 사발시계의 똑딱 똑딱 소리가 지겨워서..
그럴 땐 습관처럼 잠자려던 자세를 고쳐 앉아 TV를 켜고 여행 스토리를 부러운 듯 보곤 했어.
저 따위 바보상자를 들여다 보느니
간단히 연필 드로잉을 하자고 결심을 했건만
늘 생각으로 숨이 찬 시간이라 마음을 가다듬기 힘들었어...
그러던 어느 날
두 번째 스무 살이란 TV주말극을 마주치게 되었지.
모든 연속극은 그 허상이 주는 화면과 생활과의 모순이 지겨워서
쳐다 보는 것 자체가 삶을 사기당하고, 시간을 강탈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보기를 죄악시 하듯 했지만...
신기한 듯 나의 불우했던 학창 시절과 오버랩되며
순간적으로 동화되었어.
그리고 가슴 한쪽이 찡해지며
내가 지금 비록 현실에 두텁게 퇴적되어
매일매일 눈물과 씨름하며 꼬박꼬박 옛 풍경과 씨름하지만
당신처럼 아무런 통고나 이유없이
결국 나도 몇 일자의 사망 진단서를 받게 될 테지..
그런 생각.
청춘의 한 복판에 아무런 각본 없이 섰던 당신과 나.
무정하게 한순간 이별을 고하고 그렇게 떠나니
그 여자는
그 여자의 왼편과 오른 편을 잃고 나서
빈 공간에 들어 찬 미련의 중독성에 어쩔 줄 몰라했는데...
난 앞으로 잘만 하면
세 번째 스무 살이 되겠네.
20, 풋풋함을 넘고 40, 산천의 역동을 겨우 누르고
60이면 자꾸 흑백으로 변해가는 기억의 멍석일지 몰라도
그래...
내 컷은 20, 40 컷이 아니고
60 컷이니...
그 의미는 더 노련한 삶의 제본술이 필요하다는 말일 거야.
그렇게 떠나고
앞으로의 행복한 장면을 상상도 못하게 모조리 지워버린 당신의 의미를
세 번째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잘 생각해 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