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스무 살

by 사포갤러리










53.jpg Watercolor on Paper/Life(12호)






매일 잠 안 오는 사발시계의 똑딱 똑딱 소리가 지겨워서..

그럴 땐 습관처럼 잠자려던 자세를 고쳐 앉아 TV를 켜고 여행 스토리를 부러운 듯 보곤 했어.

저 따위 바보상자를 들여다 보느니

간단히 연필 드로잉을 하자고 결심을 했건만

늘 생각으로 숨이 찬 시간이라 마음을 가다듬기 힘들었어...




그러던 어느 날

두 번째 스무 살이란 TV주말극을 마주치게 되었지.

모든 연속극은 그 허상이 주는 화면과 생활과의 모순이 지겨워서

쳐다 보는 것 자체가 삶을 사기당하고, 시간을 강탈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보기를 죄악시 하듯 했지만...




신기한 듯 나의 불우했던 학창 시절과 오버랩되며

순간적으로 동화되었어.

그리고 가슴 한쪽이 찡해지며

내가 지금 비록 현실에 두텁게 퇴적되어

매일매일 눈물과 씨름하며 꼬박꼬박 옛 풍경과 씨름하지만

당신처럼 아무런 통고나 이유없이

결국 나도 몇 일자의 사망 진단서를 받게 될 테지..

그런 생각.






사진 010.jpg Watercolor on Paper/Life(12호)





청춘의 한 복판에 아무런 각본 없이 섰던 당신과 나.

무정하게 한순간 이별을 고하고 그렇게 떠나니

그 여자는

그 여자의 왼편과 오른 편을 잃고 나서

빈 공간에 들어 찬 미련의 중독성에 어쩔 줄 몰라했는데...




난 앞으로 잘만 하면

세 번째 스무 살이 되겠네.

20, 풋풋함을 넘고 40, 산천의 역동을 겨우 누르고

60이면 자꾸 흑백으로 변해가는 기억의 멍석일지 몰라도

그래...

내 컷은 20, 40 컷이 아니고

60 컷이니...

그 의미는 더 노련한 삶의 제본술이 필요하다는 말일 거야.



그렇게 떠나고

앞으로의 행복한 장면을 상상도 못하게 모조리 지워버린 당신의 의미를

세 번째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잘 생각해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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