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 사장은 질 좋은 고기를 먹지 않고
과일가게 주인은 반듯한 과일을 먹지 않듯이
나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갈고 물을 끓이고 내리는 동시에 씻어야 할
그릇이 세개나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게으른 것은 아니다.
오늘도
이유를 열심히 생각해 봤는데
아마
'궁핍으로인한 결손이 빚은
오랜 세월의 자기 인격 모독의 아류'가 아닐까 싶다.
너무 긴가?
치료 방법은 지치지 않는, 상습적인 자기대접이다.
나는
벌떡 일어나 커피를 갈기 시작했다.
최고의 인간은
먹고 싶다. 자고 싶다. 놀고 싶다. 가고싶다...
순간순간 무언가 갈구하는 인간이다.
다음은
먹기 싫다. 자고 싶지 않다. 하기 싫다. 만나고 싶지 않다.
마이너스가 될지언정 매사를 부정하는 인간이다.
역대 꼴찌는
먹고 싶은 건지, 눕고 싶은 건지, 놀고 싶은 건지...
두고두고 생각하다 끝나는 인간이다.
1위에서 꼴찌로
2위에서 꼴찌로 향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자꾸 생겨나는 것만 같다.
나는?
두 말하고 싶지 않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