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by 사포갤러리







SDC11800.JPG Watercolor on Paper/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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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가나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사실이나 허구나 자기 내부의 직접, 간접적인 경험을 우려내서 간필해야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글쓰기는 정말 어려워.

더구나 현실에서 다시 바라보게 되는 자신의 경험은 무엇이나 칭찬은커녕 질책하기가 쉽지.

오늘도 튀어 나오는 책망을 억지로 두드리고 구겨 집어 넣으며...



난 살면서 두 번

"오늘 내 생일이야."란 말을 안 써도 될 뻔했어.

무슨 말이냐고?

죽을 뻔했단 말이지..

한 번은 당신도 그 사실을 십 년쯤 뒤에야 안 사실이지만

쎄코날 50알에 약효를 배가 시키기 위해서 술과 카페인을 먹고 스스로 가려했던 일이고,

또 한 번은 당신도 알다시피

아이를 낳고 원인불명으로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지며 머리를 박살 나게 박아

아주 잠시 유체이탈까지 겪으며 심폐소생술까지 갔던 일이지.

부웅 떠서 웃으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하늘을 날아가는데

어찌 좋았던지 작별인사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그걸 아는 친구들은 아주 오오 오래 살 거라고 저주를 퍼붓던데.

살면서 가끔씩

이런 생각을 했어.

"18! 태어날 자유가 없으면 돌아 갈 자유는 있어야 할 것 아냐?"라고.




당신을 보내고

다시 수 십 년 전의 아네스로 돌아와 성당에 가서

"잘못했어요." 고백성사를 하고 난 다음

죽음은 하나도 슬픈 일 아니라는 그들과 그들 속의 내가

서로의 평화를 빌기 시작했어.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

아직 죽지 않은 자에게 평화는 그만큼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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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기 있는 신부님이 설교 중에 사람들에게 물었어.

"우리, 죽어요? 안 죽어요?"

사람들은 뻔하고도 황당한 질문에 예의 바쳐 무엇을 답해야 하나? 생각하며 빨리 답을 못하니까

신부님이 자문자답을 했지.

"안 죽는다고 했잖아요.

죽도록 산다고 했잖아요."라고.




세네카가 말하길

인간은 자연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살하는 것이다... 했어.

신이 데려가는 죽음은 결코 없다고 보는 것도

맞는 말일지 몰라.

우리는

스스로 죽어도,

죽으려고 하지 않아도 결국

스스로

죽는다는 말이지.

죽느냐? 사느냐?

그런 질문을 왜 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인간은 신 앞에 불쌍하고...

신은 인간에게 무심하다... 는 생각이 들어.




20151007_131918[1].jpg Watercolor on Paper/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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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죽고

죽도록

살자.

가을이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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