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에 관한 상념 2

by 사포갤러리









20151015_093457[1].jpg Sappho-Metaphor/Mixed Media







사람 중에

돈이 없는 가난에 돈을 쥐어 주면

개 먹이 따르듯 모든 것을 팽개치고 달려올 것이라 생각하는 개부류가 존재해.

생활전선에 일찍이 뛰어 들어 피하고 싶은 인간들을 좀 만났지.

요즘에야 알바도 너무 다양해서 폼만 잡거나 먹어보는 알바도 있다더라만.

칼라 TV가 겨우 나오던 시대에 대학생이면

아이들 가르치는 과외가 대부분이었잖아.



어느 달은

한 달 과외로 생고생해서 3만 원을 받으니

의료보험도 없던 시절에 비타민 부족인지 피로 때문인지 눈꺼풀에 난 뾰루지 수술비로

그달치 알바비 3만 원 주고 나니 정말 허기가 목까지 차더군.



한 번은 아버지가 은행장이고 어머니도 온화한 성격으로 가정적이며

아이들도 무난한 집에 아이 둘을 가르치는 알바를 가게 되었어.

그 어머니의 사과 깎는 기품에 난 넋을 놓고 보곤 했지.

사과를 기절시켜 돌려 깎는 것만 봤던 나는

그때 4등분을 통해 심과 껍질을 제거하고 8등분으로 가는 방법을 인상 깊게 봤어.

어느 날 가니 어머니가 안 계시고 아이들 눈이 마구 불안해 보였어.

가르치는 도중에 알게 되었는데 부부가 심히 다투고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다더군.

그렇게 온화하고 자상해 보이던 부부도 모르는 무엇이 있던 모양이야.

불안한 아이들을 다독이고 있는데 아버지가 아이들과 같이 있던 나를 불렀어.

그 아버지 말인 즉

결혼 상대자를 구해야겠다고.

구하는데 도와달라고.

어린 나를 두고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니

한마디 더 하더라.

대학생도 괜찮다고...



그날로 아이들이고 뭐고

한 달치 급료도 안받고, 아니 못 받고 나왔는데

돈이 없는 나로서는 끝까지 찾아가 받아야 하지만

도저히 갈 수가 없었어.

사람에게 헛구역질이 나서.

다른 곳을 구할 때까지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에 없어.



그런 저런 나를 부모보다 잘 알던 당신은

살면서 한 번도 내 것을 사는데 대해 태클을 건 적이 없지.

너는 잘 살 자격이 있다며...

네가 원하는 것에 너의 에너지를 소모하면 될 뿐이라고...

항상 당신의

내가 있잖아...로우린 통했지.



가능성이 무한할 때를 돌이켜보면

나의 가능성은 당신으로 온전했다는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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