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몸의 병이 마음의 병이 된다 하고
누구는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 된다고 하는데
몸이고 마음이고 따질 것 없이 온전히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병이 있는가 하면
마음으로 시작된 병도 아니면서
마음을 귀찮게 시달리도록 한 다음
마음 구석구석 늘 서늘한 보따리를 방관해두는 병이 있다.
예를 들자면
탈모증이나 자고나니 입이 돌아간 와사증이나
얼굴부위의 백반증 피부병이 그런 것 같다.
난 그런 것에 다행히 걸리지는 않았지만
가끔 걱정스럽게 상상한 적이 있는데
머리카락이 다시 나거나 입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이상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며 대화하는 일은
피할 것 같다.
낫기에 심히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신은
다양한 병의 그물로 인간의 자만에 족쇄를 채웠다.
불행이 없으면 인간의 사전에 감사함이란 없다.
먹고, 자고, 싸고...
그 단순한 동물의 본성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변하지 않는 진리일지 모르겠다.
굉장히 복잡한 이성의 동물이
몹시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