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하루는 24시간이던가요?
제겐 25시간도 넘어 보이는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저녁이 오면 홀로 향내 나는 촛불을 켜서
그 어른거림에 따라 그림구상도 하고
대책 없는 하루의 여백을 없애기 위해 억지로라도 자연스럽게 바쁜 척 시간을 흘리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전혜린도
산다는 일이
호흡하고 말하고 미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나도 신발 벗고 적극적으로 그렇게 사는 일에 나서고 싶었습니다.
가을은 깊어져 스러져 가고
그 사람과 헤어진 시간이 차츰 멀어짐에 따라
저는 정말 많이 솔직해져 갑니다.
미운 사람이건 좋은 사람이건...
내가 알고 있는 그들...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쩌면 평생 한이 많은 내게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베풀어준 최선의 삶의 방책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합니다.
늘 내 집을 찾아 오던 시간에 내 집을 찾아 와
간간이 다른 이를 만나면 반갑게 마주 하려니 악수도 하기 미안한 차가운 손을 데워 보려고
보온 팩에 끓는 물을 채워 손을 싸매고 허리 찜질도 시작하고
그 사람 옆에 하던 내 자리에 누워 옛일이나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친구는 제게
절대로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재는 일은 하지 마라 하더군요.
그것은 현재를 무시하는 일이라고 요.
넌 현재만 지키기도 힘들다고요.
하지만
나중에 생각하자...
그런 일이 제겐 참 어렵습니다.
선생님.
무엇이든 살다가 믿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물어 보라 하셨죠?
전 궁금하지는 않습니다.
단, 의심스럽습니다.
벌이나 축복이나 시험이나 계명 같은 것들은
신의 경지가 따로 있나요?
아무리 아무리 그분의 책을 읽고 생각해 봐도
인간인 내가 겪고 이해한 것은
바로 내 삶에서 얻은
그런 것들 뿐인데요.
나는 벌인데 신은 축복이고
신은 벌인데 나는 기쁨이었던 경우는
암만 생각해도 기억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날이군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