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림은...
내가 무엇을 하든지 헷갈리지 않고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보루였다.
또한
아무리 멀어지려 해도 멀어질 수 없고
아무리 싫어하려 해도 싫어할 수 없다.
내가 가장 모범적이었을 때는
내려가는 가지로 나를 유인하기도 했었고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때는 아주아주 먼 어둠 속의 빛처럼
조그맣게 길을 열어 주었다.
슬플 때는 슬픈 응어리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기쁠 때는 더한 기쁨으로 그 마음을 열어 주었다.
외로울 때는 옆에 있다... 는 존재감만으로도 적적함 덜어가 버리고
아플 때는 왜 일어서야 하는지, 치유의 목적이 되어 주었다.
혼나야 한다... 고 수천 번 생각한다.
내게서 그를 데려간 일은.
생쥐나 생각하는 짓이다... 고 수천번 생각한다.
내게 그림만 달랑 남겨 준 일은.
끝도 없이 매일매일 마음은 나락을 향해 곤두박질 치지만.
혼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마저 자존심 상해 고개를 돌리곤 하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일어나
하늘을 본다.
전깃줄에 앉은 새의 빈곤한 눈과 마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