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

editor A

by 아트필러

한 줄 감상평


"말끔하게 정돈된 문장 대신 늘 모호하고,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의 파편들을 던진다."

-더 웨일-


"누군가의 혼란스러운 인생을 정리된 문장으로 접하는 흥미로움과 쓸쓸함이 교차한다."

-자기 앞의 생-


두 작품 다 삶에서 펼쳐지는 관계의 역동을 그려낸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그리고 스쳐가는 사람들.

그들 모두가 상처받은 존재다.


그렇지만 주인공을 동정하게 만들지도,

주인공에게 냉담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처음 나는 그들과 거리를 두었다.

나와는 다른 삶이라고.

하지만 끝내 인정해야 했다.

우리 모두가 상처받은 존재라는 걸.


나도 지금껏 이런 생각을 수백 번은 더 했으니까.


'누가 나를 인생에 끼워 넣고 싶겠어.'


'기분이 별로였다. 그럴 때면 맛있는 것이 더욱 맛있어졌다. 여러 번 그런 적이 있었다. 죽고 싶어질 때는 초콜릿이 다른 때보다 더 맛있다.'


'내 생활은 매일이 똑같기는 했지만, 때로 다른 때보다 훨씬 기분이 안 좋은 때가 있었다. 아픈 데는 하나도 없는데 딱히 이유도 없이 팔다리가 다 떨어져 나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있어야 할 건 다 있는데도 그랬다.'


결국 모두 나와 같은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였다.


찰리와 엘리,

로자 아줌마와 모모의 관계도

서로 닮아 있다.


애증으로 가득한,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지만,

가장 솔직하지 못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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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관계에서

찰리와 로자 아줌마는 '거북한' 사람이다.


'거북하다'의 사전적 의미

몸이 찌뿌드드하고 괴로워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자유롭지 못하다.

마음이 어색하고 겸연쩍어 편하지 않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다.

마음이 아파서, 몸이 아프고.

몸이 아파서, 마음이 아프다.


두 사람을 고통 속에 주저앉힌 건 무엇이었을까.

그건 분명 한때 화창했던, 지금은 악몽이 되어버린 과거가 아닐까.

심장이 뛰는 이유였던 바로 그 순간이 비수가 되어 심장을 찌른다.

아무리 아름다웠던 추억도,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부패한다.

곰팡이가 피며, 악취를 풍기고, 벌레들이 모여든다.


실체가 없으니 영원할 수도 있다고 믿지만,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역겨움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미련을 내려놓기 더 어렵게 만든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관계란

조건이 아닌 시기에 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사랑도, 종교도 한 인간을 구원할 수 없으니까.

찬란하게 빛났던 사랑이 찰리와 로자를,

용서받기 위해 찾아간 종교가 앨런과 토마스를,

간절히 바랐던 부모의 사랑이 엘리와 모모를,

결국 구원하지 못했듯이.


그러니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는 오만도,

아무도 구할 수 없다는 절망도 의미가 없다.


하지만 구원은 때때로 정말 일어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상상도 못 한 방식으로.


그래서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구원할 수 없지만

다만, 구원의 순간을 기다리는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바로, 손에 닿는 관계가 나를 살게 한다.

욱하면서도 늘 찾아오는 친구, 안부를 묻는 피자 배달원, 감상에 빠진 사이비 선교사, 분노로 가득 찬 딸.

매춘부의 자식들, 양아치 같은 뚜쟁이, 위층 이웃 형제들, 치매 노인, 입원을 권하는 정신과 의사.


그 관계가 좋든, 나쁘든.

그 관계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계에 공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현실의 만족스럽지 않은 관계들에서 도망쳐 과거에서 살기를 선택한다.

과거를 근사하게 만들어 그리워하기도 하고,

과거를 끔찍하게 만들어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익숙한 행복과 불행을 꽉 쥔 채 꼼짝도 못 한다.


모모가 로자의 시신 곁에서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이미 내 말을 들을 수 없는 존재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삶의 막바지에 두 사람은 더 큰 두려움을 마주한다.

엘리가 자신처럼 후회하면서도, 파멸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외로운 길을 선택하게 될까 봐.

모모와 떨어져 병원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거대한 살덩이로 삶을 마치게 될까 봐.


그래서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서,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리고 그 끝이 죽음이더라도, 분명 그럴 가치가 있었다.

결국 스스로, 그리고 함께 구원의 순간을 맞이했으니까.


찰리는 눈앞에 서 있는 엘리에게 온 힘을 다해 걸어간다.

로자는 곁에 남은 모모와 함께 지하실로 내려간다.


엘리와 모모에게 그 순간은 이제 과거가 된다.

다른 만남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모모의 마지막 말에 생략된 단어는 '지금'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바로, 당장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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