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6일 / 금요일 / 날씨: 흐릿흐릿
고집스럽고 끈질기게
AI를 쓰지 않고 있다.
사실 쓰지 못하고 있다 쪽에 더 가깝긴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지는 버틸만하다.
AI를 쓰는 게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논쟁은 점점 더 무의미해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로 인한 변화를
영원히 거부할 수 없다는 건
역사를 슬쩍 들춰만 봐도 알 수 있다.
인간은 늘 같은 걸 새롭게 반복하며 살아간다.
다만 그런 변화가
그냥 웃픈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두 사람의 러브레터 대필을 맡아서
혼자 편지를 주고받게 되는 상황처럼 말이다.
더 멋지게 마음을 전하고 있다고 믿겠지만
더 유려해질수록 그건 허상에 불과해진다.
게다가 그건 상대가 대필을 쓰고 있다는 걸
모르기에 유지되는 설렘이 아닐까.
인간이 AI를 통해 생각하고, 대화하기 시작하면
결국 그 뒤의 사람은 조금씩 지워지기 마련이다.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AI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묻지만
막상 상대가 나와의 대화에서 한 말들이
모두 AI가 만들어낸 문장이라고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예전에
일하면서 AI를 쓰다가
복잡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생각하는 걸 회피하고
AI부터 떠올리는 자신이
섬뜩해져서 그때부터는
결과물이 별로라도
꾸역꾸역 어떻게든 직접 썼다.
누가 AI한테 물어봐-
AI 한번 돌려봐-라고 조언해도
흥-하고 코웃음 쳤다.
그렇다고 내가 AI보다 뛰어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AI에게 속도와 완성도 측면에서 뒤처진 지는 오래다.
게다가 인간 중에서도 확연히 뛰어난 편은 아니니까.
내가 하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AI가 하면 더 빠르고 정확하고 완벽하지만
인간이 느리고 부정확하고 불완전하게 하는 일이다.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그럴 뿐이다.
다행히 아직 그 정도의 자유는 남아있다.
러브레터의 한 구절을
고심하다 맞이한 새벽을
고집하고 싶은 밤이
아직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