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5일 / 목요일 / 날씨:
매일
받는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은
편지를 쓰고 있는 기분이 든다.
주소를 쓰지 않아도
어디론가 배달되는 편지를
성실히 우체통에 넣는 일
의미 없어 보이지만
그래서 의미가 가득한
아이러니한 일
안부를 묻는
답장을 주고받는
편지를 보내지 않게 된 건
꽤 오래된 일이다.
편지는 대개
돌아오지 않는다.
몇 년 전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간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50g도 안 되는 가벼운 엽서 한 장이
중간에 떨어지거나
바람에 날아가버리거나
물에 젖어 번져버리거나
잘못된 곳으로 분류되거나
반대쪽 우편함으로 들어가는 일 없이
그 멀리까지 제대로 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우체국에서 수납을 하는 내내 말이다.
8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이곳에서 쓴 편지를
8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그곳에서 읽는다는 건
기적 같은 일처럼 느껴졌다.
결국 조바심을 이기지 못하고
우체통을 확인하라는 문자를 보냈었다.
편지가 잘 가려나-하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편지가 언제쯤 올까-하고
우체부의 방문을 기다리는
평범한 일상이
유난인 낭만이 된 지금
조금은 쓸쓸하다.
하지만 그땐 이렇게
모르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수는 없었을 테니
하나를 잃은 대가로
하나를 얻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