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역동'중심. 우리말로, 미술 심리치료라고도 하지요.
제가 영국에서 공부한 아트 테라피는 영어로 ‘Art Psychotherapy’로, 흔히 ‘미술 심리치료’라고 해석돼요. 사람들에게는 언어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나 내면의 상태가 있어요. 이것을 예술 활동 중 주로 미술 활동을 통해 안전하게 표현하고 인식하도록 심리치료사가 도와주는 것을 아트테라피라고 해요. 심리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담자의 ‘내면의 힘’을 기르도록 도와 행동을 교정하기도 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하는 거예요. 꽤 복잡하죠?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아트 테라피는 미술 치료사가 내담자의 그림을 보고 마음 상태를 진단하는 것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어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어렵겠지만, 그래도 제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설명해볼게요.
저는 영국에서 정신분석과 역동이라는 심리치료를 중심으로 미술 심리 치료를 전공했어요. 미술 심리 치료실에서 내담자는 정해진 시간 동안 정기적으로 미술 심리 치료사를 만나,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수용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강한 애착 관계를 경험해요. 이로써 라포르(rapport; 치료사와 내담자 사이의 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내담자는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것을 언어와 미술로 자유롭게 표현해요. 여기에서 심리치료사는 내담자의 지난 경험에 준해 드러날 수도 있는 무의식을 함께 탐구해요. 상담 치료사에 의해 관찰된 내담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생각의 정해지고 반복되는 과정이나, 무의식적 행동 언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자신의 또 다른 생각과 욕망이나 원함에 의한 상상(상담 치료실에서 쓰는 말로 ‘판타지'라고도 해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드러나지 않은 의식과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이를 인식할 때 부정하거나, 또 다른 감정으로 표현되거나, 합리화하는 등의 저항을 관찰하기도 하고요.
정신역동에서는 두 가지 형태로 이것을 표현하도록 해요. 하나는 어떤 주제도 없이, 의식적 그리고 무의식적 선택과 흐름에 맡기고 자유롭게 언어로 또는 예술 활동의 형태로 자기 생각과 느낌을 표현해 보게 하는 거예요. 또 하나는 ‘00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를 표현해 보세요.’처럼 주제를 제시하거나 다양한 재료를 제공하고 최대한 자신의 선택에 의해 자유롭게 표현해 보게 하기도 해요.
영국에서 공부할 때 아트 테라피 수업 중 매우 흥미롭게 생각했던 것이 있어요. ‘Dance movement therapy’ (무용 동작 치료)과 학생들과 함께 수업했던 것이요. 물론 ‘Art psychotherapy(미술 심리 치료)’가 ‘미술 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우리가 움직이는 움직임,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 그러면서 내는 호흡과 움직임의 소리,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심상,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반응과 결과물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하며 반응한다는 것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도 있었지요. 여기서 볼 수 있는 미술 치료의 특성은, 그림을 그려낸 도화지를 보고 그 사람의 생각이나 무의식을 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이 나오는 거의 모든 감정과 이성 그리고 행동의 변화 ‘과정’ 또한 포함한다고 생각해요. 이에 덧붙여, 아트 테라피에 대한 저만의 정의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예술은 진정한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상처에 직접적으로 약을 바르는 것 같은 의료적 방법인 ‘치료’라는 말보다 나의 삶에 예술을 가까이하고 나의 삶을 곧 예술로 의식하여 삶의 기저에 깔린 부정적 태도를 전환하는 ‘치유’의 뜻으로 쓰고요.
그리고 치유는, 자유롭게 나 자신을 표현하고 그로 인한 충만한 느낌을 만끽하는 것이고요. 이렇게, 병리적이고 심리학적으로도 그 의미를 탐색해 볼 수 있지만, 여러분도 여러분 나름대로 미술이 여러분에게 의미하는 바와, 그로 인해 치유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지금은 미술치료가 꽤 대중화되기도 했지만, 제가 한국에 와서 아트 테라피를 할 때는(2016년) 아트 테라피는 꽤 낯선 것이었어요. 치료 상담에 오셔서도, 정형화된 커리큘럼이 없이 연상되는 것을 말하고 표현하는 것에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았고요. 아직도 사람들이 인식하는 ‘심리치료’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무척 무거운 것 같아요. 그래서 도움을 받고 싶어도 선뜻 오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아직도 아트 테라피라는 것이 대중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고, 아트 테라피를 경험해 보지 않은 분들도 많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 때문에 저는 치료실에서 내담자를 만나고 있기도 하지만, 아트 테라피의 심리적 이론을 근거로 하되, 무겁지 않게 전략적으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최소한의 틀 안에서 유연성 있게 사고하고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아트 테라피를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서 집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내서 직접 그림을 그려보며 경험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보는 것에 사람들은 누구나 어려움을 느낀다고 생각해요. 사실 생활에서 무거워진 감정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떤 불편함이 생긴다면 의료진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겠지요. 하지만 매번 상담사를 찾아가기 어렵고, 시간도 여의치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브런치를 통해 우선 우리 안에 잠들어있는 밝은 부분부터 찾아보고, 그림으로 꺼내어 보기를 제안하려고 해요. ‘나를 긍정으로 데려다 놓고 싶은 원함’에 먼저 집중하는 거예요. 즉, 긍정적 삶의 태도와 목적을 우선으로 두고 우리의 감정 탐색을 시작해요. 누구나 어려움에 처하고 힘든 마음을 가지지만, 또 한편 그 힘든 마음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을테니까요. 이것을 저의 경험과 더불어 풀어내볼게요.
내가 좋아하는 색을 칠하고, 손이 움직이고 종이에 물감이 묻은 선을 그으며 느껴지는 감각들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 그렇게 나의 감각과 감정에서 만난 나 자신을 발견하고 안아주는 아트테라피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라요. 제가 소개하는 아트테라피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에 어쩐지 어려움을 느끼셨던 분들에게 특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