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에서 느끼는 시드니 커피맛 <another room>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들이 있다고 한다. 아주 예전에는 스타벅스가 생겨난 시애틀 같은 동네였지만,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다양한 도시들이 커피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고 포틀랜드, 도쿄, 베를린, 런던, 코펜하겐, 오슬로 그리고 최근에 가장 핫하다고 하는 상해도 이 도시 중 하나이다. 오늘은 그중에서 호주 시드니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 이야기이다.
호주라는 나라는 커피 하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성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멜버른과 시드니를 중심으로 발달한 커피 문화에 대한 동경이 그 주된 이유이다. 호주 하면 다른 상징적인 아이콘들이 떠오르겠지만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가장 많은 월드 챔피언 바리스타를 보유한 나라이다. 그만큼 커피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라이고 커피를 대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남다르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어서 주변에 호주에서 접한 커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밥 먹고 나서 마시는 음료 또는 잠이 올 때나 아침에 잠을 깰 때 카페인을 빠른 시간 안에 주입하려는 용도 정도에 머물러 있는 커피지만, 호주에서는 식전, 식사 중에 그리고 식후에 마시는 커피가 나뉘어 있을 정도로 커피가 세분화되고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고 한다. 하나 개인적인 느낌으로 약간 재미있었던 것은 시드니와 멜버른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약간은 라이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마치 epl의 Liverpool과 Manchester Utd. 와 같은 느낌이랄까? 두 지역의 커피가 모두 상당한 수준인데 서로를 약간은 아래로 인식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건 나중에 직접 두 지역에 가서 커피를 마셔 볼 경험을 하게 되면 꼭 직접 그곳의 바리스타에게 물어보고 싶은 내용이다.
아무튼 오늘은 먼저 시드니의 커피 맛을 볼 수 있는 생긴 지 1년 정도 된 신상 카페인 연남동 <another room> 소개하려고 한다. 연남동에 상당히 많은 카페들이 있지만 어나더 룸의 차별점이라고 하면 호주에서 유명한 Normcore 로스터스의 원두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요즘 국내에서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조금씩 확대되면서 개인적으로 좋은 건 해외의 유명 로스터스의 원두를 국내에서 정식으로 수입하고 맛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아지고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아주 예전 이야기이지만, 5-6년 전 스페셜티 커피가 처음 한국에 전파되기 시작할 무렵 미국 3대 스페셜티 원두라고 알려진 스텀프 타운, 인텔리젠시아, 블루보틀의 원두도 직접 가져와서 파는 카페들이 몇몇 있었지만 커피 한 잔에 6,000원이 넘어가는 가격에 대한 진입장벽이 있었고 수익성이 안 나와서 시장에서 밀려난 적이 있다. 이 중 블루보틀은 작년에 직접 한국에 들어와서 매장을 열었지만 스텀프 타운 원두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곳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인텔리젠시아 원두는 esteem 커피에서 맛볼 수 있는데 카페의 접근성이 약간 애매하다는 느낌이다. 결국은 시장성의 문제인데 좋은 원두를 가져오려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 아직은 이 시장이 더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나도 그러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하나이다.
다시 어나더 룸 카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곳은 ‘Damn Good Coffee’를 슬로건으로 가지고 있는 호주 시드니의 normcore 로스터스의 공식 한국 디스트리뷰터로 싱글 오리진 원두에서부터 에스프레소 블랜딩 원두는 물론 시즌별로 다양한 원두를 맛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별로 바뀌는 싱글 오리진도 좋았지만 에스프레소 블랜딩 원두의 발란스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적절한 산미와 기분 좋게 달콤하면서도 오래가는 단맛 그리고 거칠지 않지만 느낌을 잡아주는 쓴맛까지 이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한 메뉴들이 모두 좋았던 기억이다. 그리고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의 인테리어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오픈바 형식으로 되어 있는 바리스타의 작업공간이 매장 한가운데 설치되어 있어서 바리스타 뒤쪽에 있는 자리에 앉으면 커피를 만드는 모습을 말 그대로 오픈해서 볼 수 있다. 아마도 이런 바리스타와 손님과의 벽을 허물고 더 좋은 호스피탈리티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호주식 커피 문화를 가져온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메뉴판도 커피 메뉴는 Black, White, Filter 이렇게만 적혀 있어서 약간 당황할 수 있는데 이것도 호주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너무 당황해하지 않아도 된다. 항상 친절하고 꼼꼼하게 설명을 해주는 그리고 오픈바에서 멋지게 커피를 만들어주는 바리스타분이 있으니 주저 말고 본인이 어떤 맛의 커피를 좋아한다고 하면 이에 맡게 추전을 해줄 것이다. 아직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최근 이곳도 트렌드에 맞춰 디저트 메뉴로 크로플을 출시했다고 하는데 반응이 상당해서 커피보다는 크로플 맛집으로 소문이 나고 있다고 하니 연남동에 간다면 꼭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다음은 라이벌 멜버른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그전까지 시드니의 맛을 즐기시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