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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Jul 10. 2020

알수록 신기한 커피 추출 방식들..

커피 어디까지 추출해 보셨나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래서인지 세상에는 다양한 커피 추출 방식이 나오고 있다. 커피의 오랜 역사만큼 예전부터 지금까지 사용이 되고 있는 고전적인 방식에서부터 기술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합쳐진 새로운 추출방식과 도구까지 이를 보는 재미도 나름 솔솔 하다. 봉지 뒤에 있는 조리법이 있음에도 수많은 방식으로 라면을 조리하는 방법을 개발해 내듯이 어떻게 하면 맛있는 걸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같은 의미에서 이런 발전을 만들어 낸 게 아닐까 한다.


 커피의 추출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커피 추출이라는 게 어떻게 일어나는 건지 간단히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커피의 추출은 커피 원두 안에 있는 향미 성분 중 물에 녹아서 나올 수 있는 수용성 성분을 물을 사용해서 뽑아내는 과정이다. 원두 로스팅 이야기를 하면서 잠깐 언급했듯이 원두는 로스팅 과정을 통해서 향미 성분을 추출하기에 좋은 다공성 구조로 변화한다. 이 다공성 구조 안을 이산화탄소가 채우고 있고 구조의 안쪽 벽에 커피의 향미 성분들이 붙어 있는 것이다. 추출의 과정은 물이 이산화탄소를 다공성 구조에서 밀어내고 그다음 물이 이 구조 안쪽을 흐르면서 향미 성분들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이 과정을 다양한 추출 도구를 사용해서 진행을 하는데 오늘은 이 다양한 추출 도구와 방식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근데 왜 이런 다양한 추출 도구와 방식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걸까 의문이 들 것이다. 커피를 어느 정도 마셔본 사람이면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만 그 이유는 각각의 방식에 따라서 커피의 맛과 질감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원두로 커피를 내리더라도 추출 방식에 따라서 맛이 차이가 어마어마해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다면 아마도 같은 원두라는 걸 모를 정도로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어떤 원두에는 특정한 추출 도구가 더 맛있게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어서 바리스타들이 항상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똑같은 선수 라인업이어도 감독이 바뀌면 그 팀의 색깔이 확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손흥민이 있는 토트넘처럼 말이다.


 기본적인 구분은 침출식, 가압식, 여과식 등의 추출 방식에 따른 분류이다. 조금은 용어가 낯설을 수 있어서 여기서는 매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 중심으로 설명을 하려고 한다.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방식은 가압식 추출 도구이다. 말 그대로 압력을 가해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인데 매장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가압식 추출의 대표적인 예이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함께 많이 알려진 가압식 추출 도구로는 모카포트가 있다. 에스프레소하면 떠오르는 이탈리아의 ‘비알레티‘ 회사에서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위해 집에서도 쉽게 에스프레소를 만들 수 있도록 개발한 기구라고 한다. 추출 원리는 아래 부분에 담긴 물에 열을 가하고 이 물이 증기가 되어 위로 올라가면서 압력을 만들어 커피를 통과하는 방식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는 9 기압으로 추출이 진행되지만 이 방식으로는 3 기압 정도까지 압력을 만들 수 있어서 머신으로 추출할 때처럼 쫀쫀한 에스프레소의 질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수십 년간 이 방식이 사랑받는 건 이 기구만의 독특한 맛의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새로 오픈하는 카페 중에 컨셉추얼 하게 모카포트로만 카페를 오픈하는 곳도 있지만 모카포트로 내린 커피를 처음 맛본다고 하면 역삼동에 있는 파스쿠찌 매장을 추천한다.

[에어로프레스(좌), 모카포트(우)]
[flair에스프레소(좌), Rok 에스프레소(우)]

 새로운 추출 기구는 예전부터 계속 나오기는 했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나온 추출 도구 중 카페 씬에 영향을 준 건 에어로프레스(Aeropress)이다. ‘프리스비’라는 공원에서 던지고 노는 원반 모양의 놀이기구로 유명한 에어로비 회사에서 만든 추출 기구이다. 주사기처럼 실린더 안쪽이 커피 원두와 물을 넣고 한쪽에 필터로 막은 다음 주시기처럼 눌러서 압력을 가해 추출하는 방식이다. 사용의 편리성, 관리의 용이함도 있지만 커피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재현성도 좋아서 매장에서도 최근 많이 보이고 있다. 성수동에 터줏대감 같은 카페인 메쉬 커피에 가면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에어로프레스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레시피가 다양한데 여기에서 착안해서 에어로비사에서는 매회 에어로프레스 추출 방식과 맛을 겨루는 세계대회를 열고 여기에서 우승한 레시피를 유튜브와 SNS에 공개하고 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꼭 한 번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길 추천한다.

 사진의 하단에 있는 추출 도구는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인데 모두 전기 없이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서 사람의 힘으로 에스프레소 머신과 같은 9 기압에 가까운 압력을 만들어 커피를 추출하는 기구이다. 두 추출기구 모두 에스프레소 머신과 거의 같은 느낌의 질감을 표현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태국 치앙마이 여행 중에 Rok에스프소머신으로 만 된 Roxpresso 매장에서 처음 마셔보고 상당히 놀랐던 경험이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 기구를 사용해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매장을 만나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한 잔을 내릴 때마다 많은 준비가 필요한 기구의 특성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전기가 없어도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홈카페를 만드는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추천하고 픈 제품이다.


[Hario V60드리퍼(좌), 사이폰(우)]

 다음은 여과식 추출 방식이다. 이 또한 많은 카페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추출 방식이다. 여과라는 말 그대로 여과지를 사용해서 거르는 과정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드립 커피라고도 하고 filter 또는 brewing coffee라고도 부른다. 여과에 사용되는 필터의 종류에는 메탈, 종이, 천(융)으로 구분이 되는데 메탈의 경우 망이 촘촘히지 않아서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종이와 천(융)을 주로 사용하는 경향이다. 종이 필터의 경우 기름까지 걸러지기 때문에 기름은 거를 수 없는 융으로 된 천 소재의 필터보다 더 깔끔한 질감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여과식 추출에 사용되는 드립퍼도 종류가 다양하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 사진에 있는 Hario 회사가 만든 V60드립퍼이다. 칼리타 드립퍼라든지 고노 드립퍼 등 여러 종류의 드립퍼가 있지만 커피가 추출되는 속도나 맛은 안정성 등을 고려했을 때 Hario의 V60가 선택된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담으로 고노 드립퍼의 경우 커피가 나오는 추출구가 커서 물을 부으면 너무 빠르게 물이 흘러서 제대로 커피 향미를 가져올 수 없기에 물을 붓는 속도에 주의해 가면서 드립을 진행해야만 한다. 일본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방식인 이런 방법은 물을 한 방울 한 방울씩 붓는다고 해서 업계에서는 ‘점 드립’이라는 말로 부르기도 한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점 드립으로 필터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들의 능력을 높이 사던 때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특별한 맛이 추출된다고 여겨지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이제는 많이 보이지 않게 됐다. 추출 방식은 간단하다. 드립퍼에 여과지를 넣고 필터 커피에 맞는 분쇄도로 간 원두를 담은 다음 물을 부어서 여과된 커피를 서버로 받는 방식이다. 필터 커피는 천천히 물을 부어서 진행되기 때문에 커피 안의 향미 성분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스페셜티 커피에서는 주로 다양한 향미를 즐길 수 있는 싱글 오리진 커피의 경우 필터 커피로 추출을 한다. 하지만 맛의 재현성이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 매장에서 같은 원두와 레시피로 드립을 하더라도 사람이 물을 붓는 방식이나 물의 높이 등이 미세하게 달라져도 다른 뉘앙스에 커피가 추출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일정하게 드립을 하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연습을 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여과식 추출 도구는 사이폰인데, 더 정확히는 진공 여과식이라고 불리는데 어떤 곳에서는 침출식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중간에 여과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여과식으로 구분하려고 한다. 최근 한 방송 출연자가 집에서 이 도구를 사용해서 커피를 내려마시는 장면이 방송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게 된 추출 도구이다. 아래쪽에 있는 구형의 플라스크에 물을 담아서 가열을 하고 물이 끓기 시작할 즈음 원통 모양의 위쪽 플라스크를 연결하면 물이 끓면서 위쪽 플라스크로 올라가게 되고 물이 차 있었던 아래 구형 플라스크 안은 진공 상태가 되는 것이다. 위쪽 플라스크에 물이 다 올라오면 분쇄된 원두를 넣고 잘 저어주면 된다. 어느 정도 커피가 추출이 되었다고 판단이 되면 열원을 제거하고 진공 상태였던 구형 플라스크의 압력으로 위에 커피가 교반 된 물을 아래로 끌어내리고 원형 플라스크 중간에 천 필터(또는 여과지)를 거쳐서 다시 아래의 플라스크로 여과된 커피가 담기는 방식이다. 실제 이 추출 과정을 보면 과학 실험실에서 실험 도구를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의 신기함이 있어서 시각적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 맛의 특성은 높은 온도의 물에서 긴 시간 물과 분쇄된 원두를 접촉시켜서 추출을 하는 영향으로 특정 향미가 도드라지는 경향을 가진다. 예를 들면 산미가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거나 다크 초콜릿의 단맛이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 듯이 말이다. 물이 위쪽으로 올라갔을 때 분쇄된 원두를 투입하고 어떻게 교반을 하느냐와 어떤 타이밍에 열원을 제거하고 여과를 시키느냐가 맛을 결정하는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전적으로 사이폰을 다루는 바리스타의 영역이라 맛있는 사이폰 커피를 마시려면 사이폰을 잘 다루는 좋은 바리스타를 만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이폰으로 추출하는 분들을 '사이포니스트'라고도 부른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연희동에 생긴 Default Value를 추천하고 싶은데 우리나라에 거의 유일한 사이폰 추출 세계 톱랭커가 있는 곳으로 좋은 사이폰 추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솔직히는 아직 사이폰으로 추출한 커피의 매력이 정확히 무언지 잘 모르는 단계라서 일단 좋은 바리스타를 찾아서 자주 마셔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제 마지막으로 침출식으로 불리는 추출 도구인데 간단하게 물속에 커피를 담가서 녹아 나오는 커피 향미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매장에서는 자주 보이지는 않는 방식이지만 집에서 즐기기에는 여러 장점이 있는 추출법 중 하나이다. 일단 특별한 추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어서 누구나 쉽게 사용이 가능하고 같은 이유로 맛의 재현성이 뛰어나다. 다만 물속에 그냥 담가서 추출하는 방식이라 선명한 향미를 구현하기는 어렵다. 필터 커피와 같이 다양한 향미를 선명하게 추출해서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단점도 확실한 추출방식이다.

[프렌치프레스(좌), 클레버(우)]

 대표적인 침출식 추출 도구로는 많이 봤을 만한 프렌치프레스가 있다. 아마도 베트남 여행을 가본 사람들은 이 기구로 커피를 마셔 본 경험이 한두 번 있을 것이다. 아주 간단히 추출 도구로 물을 부은 다음 약간은 굵기 분쇄된 원두를 넣고 원두가 서서히 가라앉기를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나서 뚜껑에 달려있는 레버를 내려서 메탈 필터의 높이를 커피 원두가 커피를 따를 때 나오지 않도록 맞춰주면 끝이다. 클레버는 이보다는 나중에 나와서 더 간편하고 좋은 맛을 보여주는 도구이다. 기본적으로는 필터 커피에 사용하는 도구인 Hario V60과 비슷한 모양이다. 클레버 안에 사이즈에 맞는 필터를 장착하고 분쇄된 원두를 넣은 다음 레시피에 맞게 물을 골고루 부어주면 된다. 물과 커피가 고루 섞이게 하기 위해서 교반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추출이 진행된 것으로 판단이 되면 클레버를 서버에 올려놓으면 아래의 추출구가 자동으로 열리면서 커피가 여과지를 통과해서 나오는 방식이다. 과정에서 보이듯이 침출과 여과가 적절하게 합쳐진 방식인데 일단 물속에 원두를 담그는 방식으로 추출을 하기 때문에 침출식 도구로 구분이 된다. 클레버의 경우, 집에서 필터 커피를 드립 하는 게 기술이 필요해서 약간 부담이 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추출 도구이다. 이 외에도 가장 오래된 추출 방식인 끓여서 커피를 추출하는 터키식 커피 도구 체즈베도 있고 반복 여과를 하는 퍼콜레이터 등의 다양한 추출 도구가 있지만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어서 추출 도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알아보는 것으로 하자.


 다양한 커피 추출 도구를 이야기하면서 살짝살짝 언급했지만, 각각의 추출 방식/도구마다 약간씩 차이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차이와 특징을 잘 인지하고 있어야 각각의 원두에 어울리는 추출 도구를 결정해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추출 도구로 추출한 커피들을 마셔보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카페들이 주변에 있다면 한 번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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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거운 날이다. 여기에서 너무 고생을 하셨으니 그곳에서는 편히 쉬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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