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의 다양한 색을 표현하는 <coloured bean>...
로스팅 이야기를 하면서 원두가 로스팅 단계별로 색이 변하는 과정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생두 상태의 초록색을 띈 원두가 로스팅기 안에서 열을 받으면서 엘로우, 시나몬, 브라운, 그리고 2차 크랙이 지나고 나서는 검은색에 가까운 색으로 변화하는 모습 말이다. 이렇게 원두는 로스팅 과정에서 색이 변하면서 각 단계마다 향미가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최근 연희동에 오픈한 <coloured bean> 카페는 원두가 가지는 다양한 색의 맛을 표현한다는 모토를 가진 곳이다.
개인적인 기분일 수 있지만 요즘 들어 연희동에 좋은 카페들이 많이 생기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동네를 자주 찾게 되는데 그런 와중에 새로 생긴 카페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마 전 처음 방문을 하게 되었다. 카페를 보고 든 첫인상은 건물이 상당히 독특하다는 것이었다. 가정집을 리모델링한 건물 옆에 멀리서 보면 교회 느낌의 건물이 보이는데 ‘음 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고?’하는 생각이 들 때 즈음 건물 앞에 <coloured bean>이라는 작은 간판이 보인다. 1층은 바리스타의 공간과 로스터 그리고 작은 테이블이 하나가 있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건물의 층고를 잘 느낄 수 있는 높은 천장이 돋보이는 공간이 있다. 옆에 리모델링 중인 가정집은 아마도 레스토랑이나 베이커리가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면 왠지 카페와 시너지가 있을까 해서 하는 추측이다)
이 곳은 호주에서 브루잉 컵 대회에 수상한 경력이 있는 바리스분이 오픈한 카페로 호주의 커피를 경험하신 분 답게 너무나도 편안한 응대를 해 주신다. 최근 카페 업계, 특히 스페셜티 커피 쪽은 호스피탈리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인데 이곳의 그 호스피탈리티는 마치 그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객을 기분 좋게 한다.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카페의 경우, 처음 이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원두에 대한 설명부터 커피 맛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의 커피를 잘 선별해서 추천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커피를 마시기 전에 이런 것들이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스페셜티 커피는 그냥 산미만 강한 커피로 기억에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다. 처음 스페셜티 커피를 접할 때 좋은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 진입 장벽은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도 카페의 호스피탈리티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coloured bean>에서는 두 가지의 블랜딩 원두를 에스프레소 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나는 일반적인 다크 로스팅을 기반으로 한 다크 초콜릿 향미와 바디감을 느낄 수 있는 블랜딩을, 다른 하나는 산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 플로럴(floral) 향미를 가진 블랜딩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에스프레소 용으로 두 가지 블랜딩 원두를 쓰는 곳은 많지만 플로럴 한 향미를 가진 블랜딩은 흔치 않은 경우이다. 물론 싱글 오리진 원두로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곳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바리스타분은 꼭 밀크 베버리지에는 이 산미와 플로럴 향미가 있는 원두를 추천해 주는데 우유와 섞이면서 달콤함이 극대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제 이 원두로 만든 플랫 화이트는 기존에 마셔본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단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특별한 우유를 사용하는지, 예를 들면 당 성분이 추가되거나 수분 함량을 줄인 것을 사용하는지 문의드렸는데 일반 서울우유를 사용하신다는 답변을 주셨다. 원두가 가지고 있는 신맛과 플로럴 한 향미의 영향으로 밀크 베버리지가 더 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추가로 맛을 비교해 보라고 다크 초콜릿 향미의 무거운 바디감이 느껴지는 원두로 플랫 화이트 한 잔을 더 내어 주셨는데 이 또한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다크 초콜릿과 어울려 고소한 맛과 무거운 바디감과 섞여서 쫀득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플랫 화이트였다.
필터 커피 또한 다양한 원두를 직접 선별해서 로스팅을 진행하는데 당일 가장 맛이 잘 표현되는 좋은 원두를 추천해 주신다. 어떤 컵 노트의 원두인지 친절히 설명해 주어서 추천 원두를 마시는 것도 좋지만 너무 겁먹지 말고 추천하는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의 커피를 주문해도 된다. 필터 커피는 추출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그리고 커피가 가지고 있는 향미를 섬세하게 가져오는 작업이라 항상 경험이 많은 바리스타에게 서빙을 받기를 권하는데 이곳의 필터 커피 역시 컵 노트에 있는 향미를 잘 느낄 수 있었다. 계속해서 바리스타의 호스피탈리티를 언급하는데 가능하다면 1층 자리에 앉아서 바리스타 분과 대화를 나눠보기를 권하고 싶다. 카페라는 공간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한 곳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커피를 마시고 커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하기 때문에 바리스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점을 또 하나 들자면 디저트 메뉴가 따로 없고 오로지 음료 특히 커피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커피는 꼭 디저트와 같이 마셔야 한다는 분들도 방문을 망설일 필요는 없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바리스타분이 외부에서 사 온 빵이나 케이크, 디저트를 편하게 같이 먹을 수 있게 접시와 실버웨어를 준비해 두어서 커피와 같이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연희동에 들릴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한 번 다양한 커피의 향미를 보여주려는 카페 <coloured bean>에 방문해 보길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