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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Aug 08. 2020

생각보다 섬세한 Brewing Coffee 이야기(1)

TDS와 추출 수율 그리고 커피의 맛...

 만약 에스프레소 커피와 브루잉 커피(Brewing Coffee) 중에 어느 것을 더 좋아하는지 질문을 받는다면 짜장면과 짬뽕 중 뭐를 먹을지 고민하는 것만큼 힘들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예를 들면 비 오는 날은 짬뽕이 더 당기는 것처럼 이 둘도 그때의 느낌에 따라서 더 좋은 게 있을 수는 있겠지만 둘 중 뭐가 더 좋다고는 말하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커피를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에스프레소 커피보다 브루잉 커피가 더 좋아진 건 사실이다. 커피의 향미에 대한 지식이 늘고 더 다양한 향미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취향이 조금은 변화된 게 아닐까 한다. 브루잉 커피는 추출 시간이 긴 만큼 다양한 향미를 섬세하게 추출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섬세한 만큼 원두에서 항상 최고의 커피를 추출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쉽게 생각하면 적당한 양의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아서 드립퍼에 필터를 넣고 원두를 담아 물을 부어 내리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하나하나의 과정이 바리스타의 경험과 센서리 능력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그 과정을 알게 되면 매장에서 마시는 필터 커피에 지불하는 돈이 너무 적다고 느낄 수도 있다.


 브루잉 커피를 배울 때 가장 많이 보는 그림은 1950년대 만들어진 ‘coffee brewing control chart’라는 도표이다. 커피에 관심이 많았던 Ernest Lockheart박사님이 만든 도표로 브루잉 커피가 어떤 상태일 때 가장 좋은 맛을 느끼는지를 조사해서 연구한 결과를 하나의 표로 정리한 내용이다. 표를 처음 보면 상당히 복잡하고 사전 지식이 없을 경우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 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TDS(total dissolved solids, 총 용존 고형물)과 Extraction(추출 수율)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TDS는 그래프의 Y축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Strength로 표현되고 커피의 강도를 나타내는 수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TDS는 Total Dissolved Solids의 약자로 우리나라말로 번역하면 ‘총 용존 고형물’이라고 표현하는데 쉽게는 농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커피에 녹아 있는 커피 성분의 총량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서 TDS가 1.25%인 커피 100g이 있다고 하면 이 커피에는 커피 성분이 1.25g이 녹아있고 98.75g은 물이라는 이야기이다. SCA에서 가이드로 정한 TDS는 1.15%~1.35%인데 이 수치로 보면 커피 녹아있는 커피의 성분은 생각했던 것보다 적고 나머지는 모두 물이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른 글에서 따로 언급을 할 예정이지만 커피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커피를 추출할 때는 꼭 올바른 물을 사용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수돗물을 사용한다거나 더 신경 쓴다고 에비앙 같은 고급 생수를 사용하면 정말로 다른 맛의 이상한 커피를 마시게 된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별로로 더 자세히 이야기하려고 한다.

 Extraction은 그래프의 X축에 해당하는 지표로 우리나라 말로는 추출 수율이라고 부른다. 커피 원두에서 커피의 성분을 어느 정도 뽑아냈는지를 의미하는 수치이다. 커피를 약을 다리듯이 해도 커피 원두에서 뽑아낼 수 있는 커피의 성분은 30%가 최대라고 한다. SCA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추출 수율은 18%~22% 사이이다. TDS와 Extraction의 SCA 가이드의 조건을 만족시키면 그래프 상의 'IDEAL'이라고 표기된 부분에 들어간 커피가 된다. 이 그래프는 미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커피를 마셔보고 맛있다고 느낀 커피를 표본으로 해서 연구한 표이기 때문에 아까 언급했듯이 1950년대 연구 결과이고 미국 사람의 입맛이기 때문에 절대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커피의 맛을 수학적으로 해석한 내용이어서 아직까지도 하나의 가이드로 삼고 많은 바리스타들이 참고하고 있는 자료로 그 의미가 있다.


 X, Y축을 담당하는 TDS와 Extraction을 실제 추출된 커피를 통해서 확인할 수가 있다. 실제로 마셔보고 어느 정도 감을 잡는다는 사람도 있다고는 하지만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구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시절 처음 농도에 대해서 배울 때 소금물에 열을 가해서 물을 다 증발시켜 소금물 속에 녹아 있는 소금의 양을 측정했던 것을 기억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커피의 TDS도 이론적으로는 같은 방식으로 측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커피를 연구하는 연구실에서나 사용하는 방식이고 실제 매장에서는 농도가 다른 유체 사이에서 빛이 굴절하는 원리를 사용한 TDS 측정기를 사용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 ‘Mojo to go’에서 나온 것인데 가끔 카페에서 이 기계를 사용해서 TDS를 측정하고 커피의 퀄리티를 체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주 자그마한 기계이지만 상당한 가격의 제품이어서 10만 원 정도 하는 샤오미의 전극식 TDS 측정기로 대체하는 곳도 있다. TDS가 측정이 되면 Extraction을 구하는 공식을 사용해서 추출 수율을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한 수학 공식이지만 매번 일일이 계산을 하는 게 복합하고 요즘 같은 스마트 시대에 맞게 다양한 앱들이 있어서 추출에 사용한 원두의 양, 총 추출한 커피의 양 그리고 TDS 수치를 입력하면 알아서 추출 수율을 계산해 주는 걸 사용한다.

[Mojo to go의 VST TDS축정기]

  추출 수율을(Extraction)을 공식이나 앱을 통해서 정확히 수치를 내는 방법이 있지만 Brewing Control Chart를 통해서도 대략적으로 추정을 할 수도 있다. 표에서 서로 기울기가 다른 직선 그래프를 여러 개 볼 수 있는데, 이 그래프들의 끝을 보면 55g, 60g, 65g 등의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수치는 물 1L를 기준으로 사용되는 원두의 양을 표기한 것이다. 각각의 그래프는 TDS가 올라가면 정비례해서 추출 수율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물 300ml에 원두 18g(물 1L에 원두 60g 비율)로 커피를 추출했는데 이 커피의 TDS측정 수치가 1.30%라고 하면 Y축의 1.30에서 수평으로 선을 그어 60g을 나타내는 직선 그래프와 만나는 곳을 찾아서 그 지점에서 수직으로 내려와서 X축과 만나는 곳을 찾으면 19%라는 추출 수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수치로는 SCA에서 정한 IDEAL 영역에 들어가는 커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프를 보면 이런 직선 그래프가 IDEAL영역을 지나가는 게 몇 개로 정해졌는데 이 기준으로 SCA에서는 1L 물에 원두를 50-65g 비율로 사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이런 과학 시간이나 수학 시간에 들을 법한 TDS나 Extraction을 길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브루잉 커피의 맛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TDS라고 불리는 농도의 경우, 너무 낮으면 밋밋한 느낌의 연한 커피가 너무 높으면 진한 커피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진한 느낌이라는 건 커피가 쓰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닌 바디감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쓴맛은 오히려 추출 수율과 관계가 있다. 너무 낮은 추출 수율을 보일 경우 풀냄새와 같은 풋내와 견과류 껍질의 안 좋은 향이 느껴질 수 있고 산미만 두드러져서 마시기에 안 좋은 커피가, 추출 수율이 너무 높을 경우 쓴맛이 너무 강하고 입안이 텁텁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커피를 추출할 때 커피 안에 존재하는 향미 성분이 초반, 중반, 후반에 따라서 다르게 나오게 된다. 초반에는 산미와 다양한 향미가 나오고 중반에는 단맛이 그리고 후반에는 쓴맛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추출 수율에 따라서 다른 맛이 더 많이 두드러지게 되는 것이다. 추출 수율에 관해서 과소 추출, 과다 추출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표현을 지양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모두가 생각하는 아이디얼 한 이상적인 또는 입맛에 맞다고 생각하는 커피의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TDS든 Extration이든 본인이 생각하는 맛있다고 느낀 커피의 맛을 기준으로 추출이 덜 되었든지 아니면 더 되었는지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런 베이스가 없이 무조건 과소, 과다 추출이라는 용어와 판단이 난무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서 그렇다.


 어쩌면 간단해 보이는 브루잉 커피(또는 필터 커피)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바리스타들은 TDS와 Extraction을 고민하면서 추출을 한다. 마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내 입맛에 맞으면 그게 TDS가 어떻든 Extraction이 어떻든 상관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 입맛에 맞는 커피가 어는 정도의 TDS와 추출 수율을 가진 건지 확인하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길지만 이 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혹시 이 부분에 관심이 생겼다면 자주 가는 아니면 맛있는 커피를 마셨던 카페에서 바리스타 분에게 TDS와 추출 수율을 물어보기를 권해본다. 아마도 두 가지 반응 중 하나일 텐데 하나는 바리스타 분이 상당히 당황을 하거나 다른 하나는 너무나 반갑게 커피에 대해서 더 많은 그리고 재미있는 설명을 해줄 것이다.


 너무나 긴 장마이지만 이번 주말도 즐거운 커피 생활을 모두가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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