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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Aug 08. 2020

영화를 보며 생각한 것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마이클 빈딩 레픈의 <Only God Forgives>가 떠오르는...

 영화를 많이 봐서인지 아니면 요즘 나오는 영화들이 흥행을 위서 확실한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는 건지 정확히 판단이 서지는 않지만 공교롭게도 최근 관람한 한국 영화들이 계속 다른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최근 개봉한 황정민, 이정재 배우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보면서 든 생각들을 적어 본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10년 전 영화인 <아저씨>였다. 직선적인 스토리와 장르의 전형성과 클리세에 기대어 여러 등장인물의 설명을 최대한 간략하게 하고 장르적 쾌감에 충실하려는 모습에서 그리고 주인공의 직업과 모티브가 가장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런 점을 비틀기 위해서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인 이정재 배우가 맡은 캐릭터의 스토리가 섞이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니콜라스 빈딩 레픈의 <Only God Fogives>가 불현듯 떠올랐다.

 우리나라에는 <Drive>라는 영화로 많이 알려진 니콜라스 빈딩 레픈 감독의 후속작인데 그다지 큰 흥행을 하지 못한 작품이다.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독특한 미장센으로 주목을 받은 감독으로 라이언 고슬링과 함께한 <Drive>로 본인의 스타일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본인의 장점인 스타일리시한 화면과 레트로 한 느낌의 미장센과 음악 그리고 라이언 고슬링 배위의 고독함이 어울려서 최고의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전작의 성공을 기반으로 스타일의 끝을 보여주겠다고 라이언 고슬링과 또 한 번 작정하고 만든 게 <Only God Forgives>라는 작품인데 스토링보다 스타일리시 한 미장센을 좋아한다면 보기를 말리지는 않겠다. 아무튼 <다만 악..>에서의 이정재 배우의 캐릭터는 이 영화의 라이언 고슬링을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도 방콕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라이언 고슬링이 동생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서 끝까지 가는 역할 그리고 심지어 태국 갱의 보스도 <다만 악...>에서 나온 그 태국 배우 분이 그대로 나온다.


 많은 영화들이 어느 정도의 레퍼런스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만 악...>을 본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칭찬하는 액션의 스타일 부분도 10년 전 <아저씨>보다 새롭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미 마블 영화의 액션 씬에서 사용을 했던 타격감을 더 주기 위한 편집 방법도 그리고 액션의 감정을 실으려는 슬로우 모션도 새롭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총격신도 올해 넷플릭스로 공개된 <Extraction>의 액션 시퀀스와 비교해서도 너무나 밋밋한 느낌이다. 특히 이 영화도 동남아시아 배경이어서 이런 느낌이 더 드는 것 일수도 있겠다. 만약 아직 <Extraction>을 보지 않았다면 10분 가까이 되는 원 테이크로 찍은 듯한 이 영화의 액션 시퀀스를 꼭 찾아보길 바란다.


 여러 기시감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막지한 악역을 연기한 이정재 배우의 아우라는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아마도 나는 이 캐릭터를 응원했을 것 같다. 연출자도 이런 이유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킬러처럼 무자비한 악역으로만 그린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의미로 이정재 배우는 본인 연기 커리어에 남을 또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었고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꼭 봐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처음부터 오리지널 한 예술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기생충>도 그 원형에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원형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한국영화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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