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Brewing Coffee를 만드는 요소들...
지난번 Brewing Coffee 글에서는 TDS(총 용존 고형물, 커피에 녹아있는 커피 성분)과 Extraction(추출 수율, 커피 원두에서 커피 성분을 추출한 정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과학 시간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여서 그리고 실제 카페에서 TDS를 측정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없기 때문에 조금은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실감이 안 가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Brewing Coffee 이야기는 좀 더 실질적인 요소들을 다루어 보려고 한다.
Brewing Coffee의 맛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 원두와 물의 비율이다. SCA에서 기준으로 하는 것은 운두 50g~65g/물 1L이다. Brewing Control Chart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50g에서 65g을 나타내는 직선 그래프들이 ‘IDEAL’ 영역을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IDEAL 영역은 TDS 1.15-1.35%, Extraction 18~22% 사이를 말한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이 영역에 든다고 해서 무조건 맛있는 커피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바리스타들은 이것 이외에도 관능평가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일단 브루잉 커피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설정하는 것이 원두와 물의 비율이라는 걸 말해두려 한다. 예를 들어 맛있는 라면을 끓이려면 면과 물의 양을 가장 먼저 잡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원두와 물의 비율 다음으로 중요한 건 원두의 분쇄도이다. 원두의 분쇄도는 커피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기본적으로 원두의 분쇄도가 가늘어질수록 물과 접촉할 수 있는 원두의 표면적이 늘어나고 굵어질수록 그 표면적이 줄어든다. 표면적이 늘어나면 물과 접촉면이 늘어난 만큼 커피 추출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 반대로 표면적이 줄어들면 추출도 더 더디게 진행된다. 그래서 추출 시간이 짧은 추출 도구인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할 때는 원두를 가늘게 갈아서 포터 필터에 담는 것이다. 브루잉 커피의 경우 추출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원두를 에스프레소보다는 굵게 갈아서 준비를 한다. 브루잉 커피를 추출하고 마셔본 후 본인이 생각하는 커피의 맛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가장 먼저 조정하는 게 원두의 분쇄도이다. 예를 들어 커피에 신맛이 너무 두들어지고 단맛과 바디감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커피에 있는 성분이 제대로 추출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위의 그래프로 설명하면 Extraction(추출 수율)이 낮은 커피인 상태이다. 이런 상태라면 커피 성분이 더 잘 추출될 수 있도록 원두의 분쇄도를 가늘게 조정을 하는 과정을 거쳐서 단맛과 바디감을 더 줄 수 있게 추출을 진행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너무 쓴맛과 텁텁한 느낌의 커피가 추출이 되었다면 추출 수율을 줄이기 위해서 분쇄도를 더 굵게 조정을 해야 한다. 이렇게 커피의 맛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원두의 분쇄도이기 때문에 카페에서도 많은 금액을 투자해서 좋은 그라인더를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브루잉 커피(필터 커피 또는 핸드 드립)를 판매하는 곳에 가면 아래 사진의 EK43 그라인더를 (짧은 버전은 EK43s)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은 판매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300만 원이 조금 넘는 고가의 그라인더이다. 이 그라인더의 경우 디자인이 독특하고 이뻐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이 그라인더가 보이는 곳이라면 어느 정도 커피의 맛에 신경을 쓰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이니 다음에 카페를 방문하게 되면 그라인더를 확인해 보길 바란다.
다음으로 부루잉 커피 맛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추출하는 물의 온도이다. SCA 기준으로는 92~96도의 물을 추천하고 있다. 물의 온도가 중요한 이유는 온도가 낮을 경우 커피 안의 향미 성분들을 제대로 추출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이유로 원두의 초반부에 추출되는 향미인 강한 신맛과 풀 맛 그리고 다소 떫은 느낌의 마우스 필을 줄 수 있게 된다. 반대로 100도에 가까운 너무 높은 온도의 물로 추출할 경우 추출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진행이 되어서 생각한 것보다 더 쓴맛과 텁텁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물의 온도를 93도에 맞추서 브루잉 커피를 추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온도는 여러 바리스타들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물의 온도이니 참고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근데 실제 이 온도를 어떻게 확인하는지 궁금해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물을 끓이는 포트가 있고 여기에서 100도의 물을 핸드 드립을 하는 포트로 옮기는데 매번 온도계로 물의 온도가 93도인지 체크하는 것이 번거로워서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얼추 93도로 물의 온도가 떨어지게 추출 루틴을 세팅을 한다.
또 다른 요소 중 하나는 물의 흐름이다. 영어로는 turbulence라고 설명이 되는데 이를 우리나라 말로 번역을 하면 ‘난류’이다. 하지만 이 단어가 물이 불규칙적으로 흐른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물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트렌드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Hario회사의 V60을 예로 들면 아래의 사진에서 보이 듯이 나선형의 굴곡(rib)이 이런 turbulence 물의 흐름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다른 표현으로는 와류(소용돌이 흐름)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은데 물이 드립퍼 안의 원두와 고르게 접촉을 해서 다양한 향미를 균형감 있게 가져오는 과정을 의미한다. 에스프레소 추출을 이야기할 때 채널링 현상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브루잉 커피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만약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면 추출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보다 맛에 영향을 더 줄 수가 있다. 이런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 브루잉 커피를 내릴 때는 ‘사전 적심’이라는 과정을 진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뜸 들이기’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원두 안에 들어있는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뽑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위의 그림처럼 필터 안에 담긴 원두에 물을 부으면 분쇄된 원두 안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물이 밀어내면서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분쇄된 원두는 2배의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필터 안에 담긴 원두의 2배의 물을 부어서 뜸 들이기를 진행한다. 이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분쇄된 원두의 격자무늬 구조 안에 이산화탄소를 물이 밀어내고 격자무늬 벽면에 붙어 있는 커피의 향미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서 물이 흐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뜸 들이기 과정은 30초 정도를 기준으로 하는데 예를 들면 20g의 원두를 사용했다면 40g의 물로 필터 안에 담긴 원두가 골고루 적셔질 수 있도록 고르게 부어서 30초 동안 기다리면 된다. 기다리는 동안에 위의 그림의 오른쪽처럼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뜸 들이기가 끝난 이후 필터의 중심을 기준으로 고르게 물을 부어주면 추출을 하게 된다. 이런 뜸 들이기 과정을 요즘은 교반 과정과 섞어서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초반에 뜸 들이기 정도의 물을 필터에 붓고 나무로 된 스틱이나 스푼을 사용해서 물과 분쇄된 원두를 저어 주는 과정을 말한다. 이런 교반 과정을 거치면 물과 접촉하는 과정에 외부의 물리적인 힘을 주어서 물이 더 원두에 고르고 잘 스며들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커피의 맛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데는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이는 숙련된 바리스타가 자신만의 레시피와 루틴을 가지고 했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매년 열리는 브루잉 챔피언쉽에 나오는 많은 바리스타들이 뜸 들이기 과정 대신 교반 과정을 활용한 시연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추출을 해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커피의 향미를 더 잘 뽑아낸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는데 재현성에서는 숙련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다음 중요한 부분은 적절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번 글에 잠깐 언급했지만 커피를 추출하는데 아무 물이나 사용하면 그 맛이 예상한 것보다 너무 크게 달라지게 된다. 단적인 예로 집에서 커피를 마실 때 수돗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돗물 안에 포함된 염소 성분이 커피의 맛을 가장 다르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파는 카페에서 원두를 구매해서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많이 나오는 질문이 카페에서 마시던 맛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마시는 커피의 맛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원인은 그라인더의 차이이다. 이전 글에도 한 번 언급을 했지만 홈 카페를 꾸린다면 가장 많은 자본을 투여해야 하는 곳은 그라인더이다. 그 이유는 이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커피의 맛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분쇄도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분쇄도라는 게 내가 원하는 크기의 분쇄도로 그라인더를 설정하더라도 그라인더의 성능에 따라서 원두의 분쇄 분포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좋은 그라인더일수록 내가 원하는 분쇄도에 맞게 분쇄가 되지만 이걸 실제 홈 카페를 꾸리는 사람들은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의심을 해봐야 하는 부분은 적절한 물을 사용했는지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 그렇겠지만 수돗물을 사용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수돗물에 있는 염소 성분이 커피의 맛을 변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물을 끓이면 염소 성분이 날아가겠지 하고 생각하겠지만 끓인다고 해도 여전히 염소 성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절대로 수돗물은 사용하면 안 된다. 그래서 꼭 커피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들을 걸러 낼 수 있는 정수된 물을 사용해야 한다. 매장에서는 쉽게 볼 수 없지만 카페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은 수돗물에 정수 필터를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다. 반대로 조금 더 생각을 해서 좋은 물을 사용한다고 값 비싼 생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는 다른 의미로 설명이 필요하다. SCA 가이드에는 물의 경도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물속에 녹아 있는 미네랄 성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속에 미네랄이 너무 적게 있으면 연수라고 하고 너무 많이 있으면 초경수라고 이야기한다. 커피 속에 있는 향미 성분도 하나의 화학 성분이어서 추출을 하는 데 사용하는 물이 미네랄로 가득 차 있는 경우 커피 속에 있는 성분이 물속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반대로 물속에 미네랄이 너무 없는 경우 커피 속에 있는 성분이 너무 잘 물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환경이 돼서 추출을 컨트롤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단적인 예로 비싼 생수인 에비앙으로 커피를 내려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는데 에비앙은 다른 일반 생수들보다 미네랄 함량이 많아서 이 물을 사용해서 커피를 추출하면 커피 속에 있는 성분들이 제대로 추출이 안돼서 정말로 밋밋한 커피를 맛보게 된다
너무 장황하게 설명을 한 것 같은데 커피를 집에서 내려서 마시는 입장으로 간략하게 정리를 하면
1. 원두와 물의 비율 정하기: 원두50g~65g / 물 1L
2. 원두의 분쇄도 정하기
3. 물의 온도는 92~96도 사이
4.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조건 만들기
- 뜸 들이기는 원두의 2배, 시간의 30초
- 모든 원두가 골고루 적셔지게 물을 붓기, 아니면 스푼으로 저어서 충분히 교반 하기
5. 물은 수돗물은 절대 쓰지 말고 일반 생수를 사용하기
이 정도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집에서 브루잉 커피를 연습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 기본이 되는 것은 추출된 커피를 마셔 보고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판단하는 것인데 가장 먼저는 분쇄도 조절이고 여기에 더 추가한다면 좋은 그라인더를 구매하는 거 정도가 아닐까 한다. 이게 귀찮다면 브루잉 커피를 잘하는 카페에서 마시는 걸 추천하고 그곳에서 바리스타에게 위에 언급한 내용들을 물어본다면 바리스타 분이 정말로 신이 나서 설명을 해 줄 것이다.
긴 장마가 끝나고 뒤늦은 폭염이 올 것 같은데 이런 시기 정말로 맛있는 싱글 오리진 아이스 필터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가 있다면 꼭 한 번 마셔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