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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Aug 25. 2020

화려함의 끝 파나마 게이샤 이야기..

스페셜티 커피 업계를 선도하는 에이스 원두

 최근에 Brewing Coffee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만약 커피 한 잔을 마셔야 한다면 어떤 원두의 Brewing Coffee를 추천할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원두가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아마도 파나마 게이샤를 선택하지 않을까 한다. 그 이유는 파나마 게이샤가 지금 스페셜티 커피 문화에서 끼치는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필터 커피를 어느 정도 마셔본 분들은 이 원두를 직접 접해 보았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금 3rd wave라고 하는 스페셜티 커피의 흐름을 가장 대변해 주고 있는 원두가 이 파나마 게이샤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 파나마 게이샤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 ‘Best of Panama’(파나마 커피 농장을 대상으로 한 원두 대회)의 올해 대회가 끝나고 경매도 진행 예정이라고 해서 오늘은 이 파나마 게이샤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게이샤(Geisha)는 커피 품종 중 하나이다. 이 품종이 발견된 에티오피아의 마을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아래 이미지에서 보듯이 구글 지도로 검색을 할 때는 Gesha라고 해야 나오는 곳인데 에티오피아의 여러 부족 언어들의 발음이 조금씩 달라서 게샤(Gesha)라고 표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게이샤(Geisha)로 불린다.

 근데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게이샤 품종이 왜 파나마에서 꽃을 피운 게 된 것일까? 이 품종은 케냐를 거쳐 코스타리카를 통해 중남미 대륙으로 들어가서 파나마에 전파가 되었다. 처음 파나마에서는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구하려고 들여왔다고 하는데 너무나 키우기 힘든 품종이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파나마 정부와 농부들이 이 원두의 독특한 향에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수년의 노력을 거쳐서 지금의 파나마 게이샤의 명성을 이루었다고 한다.

[파나마 게이갸를 대표하는 농장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

 파나마 게이샤가 커피 업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매년 열리는 베스트 오브 파나마를 통해서였다. 파나마 커피 농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원두 경연 대회로 2004년에 열린 이 대회에서 우승한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 원두가 경매를 통해서 파운드 당 250달러 정도에 판매가 되면서이다. 보통 CoE를 통해서 경매가 되는 최고급 원두들이 파운드당 50달러 정도에 거래가 되던 시기에 무려 5배 정도의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된 이 원두가 무슨 맛인지 여러 업계 관계자들에게 그리고 커피 애호가에게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요즘 카페에서도 이 농장의 원두를 파는 곳이 종종 있는데 일반적으로 필터 커피 가격이 15,000원이 넘는 게 기본이다. 물론 무조건 게이샤 원두라고 비싼 건 아니지만 이 농장의 원두는 기본적인 가격이 높아서 이런 가격을 형성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파나마 게이샤 원두의 향미는 화려한 꽃향기, 풍부함 과일의 향과 단맛, 깔끔한 마우스필이지만 묽지 않은 바디감 그리고 기분 좋게 남는 꽃과 과일의 애프터 테이스트와 커피가 식어도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스페셜티 커피가 추구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신의 커피’라고 불리는 게 과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다면 매일 마시고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많은 카페에서 게이샤 원두를 수입해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코스타리카라든지 에티오피아 게이샤도 자주 보이곤 한다. 물론 이 곳의 게이샤도 좋은 맛을 보여주지만 아직은 파나마 게이샤에는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그동안 이 품종을 재배하고 가공을 해온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파나마 농부들의 능력 그리고 파나마의 화산질 토양과 높은 고도에서 숙련된 농부들의 섬세한 재배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커피 원두 설명 중에 고도에 대한 내용이 들어간걸 가끔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고도가 높을수록 일교차가 큰 재배 환경이 조성되고 그러면 커피 체리가 천천히 자라면서 제일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원두의 밀도가 더 단단해지고 많은 향미를 품게 된다. 고도가 높은 만큼 산비탈에 농장이 자리 잡고 있어서 농부들이 일일이 재배를 할 때 관리하기도 힘들고 손으로 직접 원두를 따야 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파나마 게이샤가 유명해진 또 다른 요소는 매년 열리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에 참가하는 수많은 바리스타들이 대회용 원두로 파나마 게이샤 원두를 사용한 영향도 있다. 다양한 향미를 품고 있는 이 원두에서 바리스타들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향미를 추출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어서 대회용 원두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커피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를 일일이 챙겨보고 커피를 마시지는 않지만 스페셜티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트렌드를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곳이기에 대회가 끝나고 나면 업계에 그 영향력은 그대로 반영이 된다. 단적인 예로 바리스타 맷 퍼거가 대회에 가지고 나온 EK43이라는 그라인더가 그 이후 거의 모든 스페셜티 커피 매장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셌는데, 올해도 얼마 전 베스트 오브 파나마 진행이 되었고 각 부문별 우승자와 순위에 오른 결과들이 공유가 되었다. 이 원두들에 대해서 9월 중순쯤에 옥션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얼마나 높은 가격으로 낙찰이 될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어느 업체가 어떤 원두를 들여올지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이런 공개 옥션 이외에도 이미 명성이 높은 파나마 농장의 경우 자체 옥션을 진행한다. 베스트 오브 파나마를 몇 해 동안 우승을 했던 라 에스메랄 농장이 대표적인데 이 곳은 이제 베스트 오브 파나마에 참가하지 않고 자체 옥션을 진행하고 매년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는 파운드 당 거의 1,000달러까지 기록했다고 하는데 재미삼이 러프하게 계산을 해보면, 커피 한 잔에 20g의 원두가 사용된다고 할 때 한 잔에 커피 원두만 거의 5달러 정도/약 6,000원이 원 재료 값이 된다. 보통 판매 가격의 20~30% 사이에서 원 재료 값으로 설정을 하는데 물이나 바리스타의 서비스를 다 제외하고 원두 재료값만 6,000원을 기준으로 판매 가격을 계산해 보면 2만 원 이상의 어마어마한 커피가 된다.


 커피 가격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이야기기 다른 방향으로 너무 나아간 것 같다.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파나마 게이샤가 가지는 업계 의미를 생각해 보자면 이 커피의 등장으로 스페셜티 커피의 개념을 가장 직접적으로 커피 애호가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2nd wave를 이끌었던 스타벅스가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를 흉내 내서 다크로스팅으로 커피의 쓰고 구수한 맛을 널리 퍼트렸다면 재배 환경과 원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향미를 즐기는 3rd wave의 스페셜티 커피의 대명사로 이 파나마 게이샤가 인식을 전환시켜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영향은 많은 매장에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직 파나마 게이샤를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꼭 한 번 마셔보기를 권하고 싶다. 가격에 대한 진입 장벽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신의 커피’라는데 한 번은 마셔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한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 다들 즐거운 커피 생활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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