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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Aug 27. 2020

영화를 보며 생각한 것들... <테넷>

엘리자베스 데비키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요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영화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을 보면서 든 생각들을 몇 가지 적어 보려고 한다. 아마도 영화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수많은 영화 리뷰 유투버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 같아서 내용 설명은 굳이 하지 않으려 한다. 영화에 대해서는 간략한 느낌만 몇 자 적자면 ‘시간’이라는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끝없이 탐구를 하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시간을 잘게 쪼개서 합치는 실험에서 더 나아가 시간을 초월하는 또 다른 확장을 시도했다는데 이 영화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시간을 초월하는 이미지를 CG나 블루스크린을 사용하지 않고 올드한 방식으로 구현해서 관객들에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적 경험을 하게 해 준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시간의 축을 확장하다가 놀란 감독 자신만의 시간에 갇힌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이건 영화를 관람한 분이라면 공감을 하지 않을까 한다. 이 영화를 한 번 보고 100%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관람한 이후 이 장면이 어느 시간 때의 누구의 시점인지 몇 시간을 곱씹어서 생각해서 이해한 부분이 몇 있었다. 암튼 영화 내용에 대한 설명은 수많은 영화 리뷰 유투버들이 할 예정이니 이번 글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테넷>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사소한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먼저 검색을 통해서 ‘열역학 제2법칙’을 한 번 읽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를 보는데 조금이나마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영화 제목인 TENET에 대한 이야기인데,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같은 단어인 이 제목은 원래는 폼페이에 발견된 ‘Sator Square’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5x5 퍼즐에서 나온 SATOR, AREPO, TENET, OPERA, RATOS 이 다섯 단어 중 하나인데 옆으로 읽어도 아래로 읽어도 같은 단어 조합을 만드는 퍼즐에서 나오는 단어들이다. 영화에서는 악역을 맡은 캐네스 브레너의 배역 이름이 ‘Sator’인 것처럼 영화 내용 중에 다섯 단어가 골고루 등장하니 이걸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Sator Square]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Kat’ 역할을 맡은 엘리자베스 데비키(Elizabeth Debicki)의 연기였다. 물론 주연을 맡은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보여주는 독특한 바이브(아마도 아버지인 덴젤 워싱턴에게 물려받지 않았을까)와 인디영화에 출연하면서 연기력을 갈고닦아 다시 메이저 영화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준 로버트 패티슨도 좋았다. 하지만 주연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영화 속 여러 캐릭터에 대한 설정이 너무 없어서 극에 몰입하기가 어려운 영화이다. 영화에서 두 남자 배우는 설정 때문에 캐릭터 설명을 최소화했다고 이해는 가지만, 그래서인지 유일하게 캐릭터에 대한 배경이 확실한 ‘Kat’ 역할을 맡은 데비키의 연기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여기에 압도적인 신체 조건으로 이런 도드라짐은 극대화가 된다.

 엘리자베스 데비키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처음 인지가 된 것은 아마도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마블 영화 시리즈 중 하나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에서 맡은 배역일 것 같다. 너무나 과한 분장임에도 압도적인 신체 조건으로 첫 등장에서부터 시선을 집중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이후 출연한 영화들은 국내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기2 Ayesha 포스터]

 이번 영화의 뒷이야기지만 원래 캣 역할은 나이가 조금 많은 배우를 생각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8년에 개봉한 영화 <Widows>에서 데비키의 연기를 본 놀란 감독의 와이프가 (TENET의 공동 제작자) 놀란 감독에게 강력하게 추천을 해서 배역의 설정도 바뀌게 되었고 결국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엘리자베스 데비키 배우를 인상적으로 본 건 <The Night Manager>라는 미니시리즈에서였다. 스파이 장르 소설의 대가인 존 르 까레 작가의 원작을 드라마 한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는 닥터 하우스로 유명한 휴 로리와 마블 시리즈의 로키로 알려진 톰 히들스턴이 주연을 맡은 6부작 미니 시리즈이다. 너무나 재미있는 드라마이지만 해외 드라마의 인기가 이제는 많이 줄어서 국내에는 거의 소개가 되지 않아 아쉬운 작품이다.

 <테넷>을 보면서 이 미니 시리즈가 계속 떠올랐는데 영화의 주된 축을 이루는 설정이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놀란 감독이 여러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는 본인이 어릴 때 부터 좋아했던 007 영화 같은 스파이물로 컨셉을 잡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데비키라는 배우의 연결 고리가 있어서 그런지 <The Night Manager>와 비슷한 설정이 많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무기 거래를 하는 악당과 그의 와이프 그리고 그 와이프를 통해서 접근하는 스파이의 구조가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라면 이 드라마에서는 불법 무기 거래 시장의 거물을 잡기 위해서 신분을 위장한 스파이 톰 히들스턴의 모습과 이를 도와주는 엘리자베스 데비키의 모습이  모든 장면에서 패션지의 화보와 같은 아름다움을 준다는 거다. 특히 스페인의 멋진 휴양지에 촬영을 해서 두 배우의 압도적인 비주얼이 배경과 어우러져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많은 배우기 본인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외형적으로 압도하는 느낌을 주면서도 연기도 잘하는 배우는 드물다. 예를 들면 봉준호 감독과 지속적인 연을 맺고 있는 영국 배우 틸다 스윈튼이 대표적인 예일 것 같다.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독특한 예술적 아우라와 압도적인 피지컬로 스크린에서 그 빛을 더 발휘하는 유형의 배우들 말이다. 엘리자베스 데비키는 이번 <테넷>을 통해 더 많은 성장을 하지 않을까 하고 앞으로 유명한 감독들의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만약 <테넷> 영화를 보고 이 배우에게 관심이 생겼다면 <The Night Manager>를 꼭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테넷> 영화를 보고 난 이후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영화의 대사처럼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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