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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Sep 03. 2020

내가 좋아서 가는 카페 소개 (7)

멜버른의 ST.ALi(세인트 알리) 커피를 맛볼 수 있는 합정동 <멜브>

 코로나로 인해 카페에 가기 어려워진 시기에 카페 소개 글을 쓰는 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다. 하지만 갈 수 없는 마음을 달래보고 싶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에서 호주 멜버른의 대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ST.ALi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를 소개하려고 한다.


 전에도 짧게 언급한 적이 있는데 커피를 하는 사람들이게 성지처럼 여겨지는 도시가 몇 군데 있다고 한다. 그중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바로 호주의 멜버른이다. 아마도 커피 문화가 가장 발달된 그리고 커피를 대하는 자세가 남다른 곳이 멜버른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는 와인이 식사 할 때 식전, 식사 중, 식후에 따라 다르게 서빙이 되듯 것 처럼 멜버른에서는 커피가 그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멜버른을 비롯해서 시드니까지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카페들이 호주의 커피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중 1세대라고 불릴 수 있는 곳이 ST.ALi이고 지금까지도 멜버른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스페셜티 커피의 모토에 걸맞게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좋은 원두를 재배하는 농장들과 다이렉트 트레이딩을 통해서 이런 가치를 계속 활성화하고 있다. 오늘 소개하려는 멜브(정확히는 MEL.b espresso bar)는 ST.ALi와 연계해서 호주식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이다.


  호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커피 메뉴 중 하나로 플랫 화이트(Flat White)가 있다. 플랫 화이트가 호주와 뉴질랜드 두 나라 중 어디에서 처음 시작되었는지 의견이 달랐던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호주로 정리가 되는 분위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많은 카페에서도 볼 수 있는 메뉴가 되었다. 밀크 베버리지를 좋아하지만 라떼에는 우유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서 커피의 향미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메뉴가 아닐까 한다. 6~8온즈 사이즈의 잔에 에스프레소 더블을 넣고 스팀 밀크의 거품을 최대한 고르고 조금만 내서 푸어링을 해서 만드는 메뉴이다. 우유 거품을 잘게 그리고 조금만 내서 카푸치노나 라떼와 비교해서 표면이 평평하고(flat) 밀크 베버리지여서 white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호주 커피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멜브’에서는 ST.ALi의 가장 대표 에스프레소 블랜드인 orthodox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와 롱 블랙 그리고 플랫 화이트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멜브를 소개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플랫 화이트가 아닌 호주에서만 마셔볼 수 있는 ‘Magic’이라는 메뉴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플랫 화이트 보다 더 진한 느낌의 메뉴 ‘매직’]

 멜브의 친절한 바리스타 분의 설명으로는 멜버른 카페에 가더라도 메뉴판에서는 볼 수 없는 메뉴가 매직이라고 한다. 바리스타에게 직접 주문을 해야만마실 수 있는 메뉴가 바로 ‘매직’이다. 만드는 과정도 그리고 잔에 담겨 나오는 모습도 플랫 화이트와는 큰 차이가 없지만 매직에는 리스트레토(Ristretto) 더블 샷이 들어가는 게 다르다. 리스트레토는 일반적인 에스프레소보다 더 짧게 추출해서 산미와 단맛 그리고 쫀득쫀득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음료이다. 에스프레소는 투여된 원두의 1.5~2.5배의 커피를 30초 안에 추출을 하는데, 예를 들면 18g 원두를 포터 필터에 담아서 36g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것을 말한다. 리스트레토는 1.5배보다 더 적은 양의 에스프레소를 빠른 시간에(20초 이내) 추출하는 것을 말한다. 에스프레소는 추출 단계에 따라서 향미와 질감이 조금씩 다른데 초반에는 신맛이 강하고 무거운 바디감의 느낌이 나오고 중반에는 신맛이 줄어들거 단맛이 주를 이루면 약간의 쓴맛과 미디엄한 바디감을 후반에는 산미와 단맛의 향미는 거의 없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향미와 쓴맛 그리고 묽은 바디감을 보여준다. 리스트레토는 이런 에스프레소의 추출 단계를 중간에서 마무리해서 산미와 단맛 그리고 무거운 바디감을 느끼는 음료이다. 하지만 추출이 잘못되면 너무 강한 산미만 느껴져서 마시기 불편한 리스트레토가 될 수 있다. 추출 시간도 워낙 짧기 때문에 맛을 컨트롤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에스프레소 센서리가 훌륭한 바리스타 분이 내려주는 리스트레토가 아니라면 마시는 걸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ST.ALi의 대표 블랜드인 orthodox의 기분 좋은 산미와 다크 초콜릿의 단맛이 잘 조화된 리스트레토 더블샷으로 만든 멜브의 매직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플랫 화이트다.


 싱글 오리진 필터 커피도 ST.ALi에서 직접 농장과 거래해서 가져오는 좋은 원두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이 날은 콜롬비아의 워시드 프로세싱 원두를 마셨는데 컵 노트에 적혀 있는 향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클린 컵이 좋은 커피였다. 다른 좋은 싱글 오리진 원두들도 시즌에 따라 계속 준비가 되고 있으니 꼭 마셔보기를 권하고 싶다.

 멜브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구별된 테이블이 아닌 중앙에 사각형의 큰 테이블이 있고 그 주변에 둘러앉아서 마실 수 있는 인테리어이다. 호주 커피 문화를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것이 바리스타와 그리고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성수동에서 멜버른 또 하나의 유명 커피 브랜드인 ‘마켓 레인 커피’를 소개하고 있는 카페인 ‘모멘토 브루어스’도 매장 안에 테이블 자체가 없고 바리스타 분들이 바 뒤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매장 안의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커피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도 이런 모습이 호주 멜버른의 커피 문화 중 하나여서 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한다.


 아직 외출이 그리고 카페에 가기가 자유롭지 않은 시기이지만 날씨가 조금 더 선선해지고 지금의 상황이 개선이 될 때쯤 호주 멜버른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멜브(MEL.b)를 찾아가 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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