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E와 원두 거래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커피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커피를 맛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이전 글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현재 한창 C.o.E(Cup of Excellence)가 나라별로 진행 중이다. 그리고 여기서 순위에 오른 원두들이 거래가 진행되고 있고 이제 몇 개월 후면 카페에서 이 새로운 원두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이번에는 새로운 원두들이 어떻게 선별이 되고 거래가 돼서 커피 애호가들이 맛을 보게 되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원두도 그 생산 시기에 따라서 부르는 명칭이 조금씩 다른데 1년 이내의 원두를 뉴 크롭(new crop), 1~2년 사이의 것을 패스트 크롭(past crop), 2년이 넘은 것은 올드 크롭(old crop)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원두란 1년이 되지 않은 뉴 크롭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금 한창 진행이 되고 있는 C.o.E는 이 뉴 크롭을 대상으로 하는 생두 경연 대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더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 (ACE)라는 비영리 단체에 매년 진행을 하는 가장 큰 생두 경연 대회가 C.o.E이다. 1999년에 처음 브라질에서 시작이 되어서 조금씩 국가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15개국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C.o.E에는 아프리가의 에티오피아가 처음으로 참여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생두 경연 대회는 나라 간의 경쟁이 아닌 나라별로 그 나라의 원두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원두를 찾아내는 것이다.
C.o.E는 총 5회 이상의 블라인드 커핑을 통해 점수와 순위를 메기고 상을 주는 대회이다. 그리고 86점 이상을 받은 생두들은 C.o.E 커피로 인정을 받고 옥션을 통해서 판매가 진행이 된다. C.o.E가 점점 확대가 되는 이유는 커피를 재배하는 소규모 농장들이 좋은 커피를 재배해서 대회에 참여하고 높은 점수를 받으면 그에 맞는 좋은 가격으로 원두가 판매가 되기 때문이다. 이전의 소규모 농장들에서 이러한 합리적인 유통 방식이나 농장을 마케팅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농장을 닫거나 대규모 커피 재배 농장에 흡수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C.o.E를 통해서 좋은 커피가 제대로 된 가격을 받고 판매가 되면서 다시 이 수익을 농장에 투자해서 더 좋은 원두와 가공 방식을 개발해 가면서 커피 농장이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원래의 스케줄 대로라면 이미 2020년의 나라 별 C.o.E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옥션이 진행이 되어서 국내에서도 뉴 크롭의 커피를 맛볼 수 있었을 텐데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일정이 약간씩 미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C.o.E에 대한 일정이나 원두에 대한 정보가 더 알아보고 싶다면 ACE 홈페이지를 찾아보길 권한다. 대회에 참가한 원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과 농장 정보 등이 자세히 공개가 되어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C.o.E 대회가 끝나면 그다음 진행되는 것은 생두에 대한 옥션이다. 옥션에 참여할 사람이나 업체들이 신청을 하게 되면 C.o.E 원두 샘플을 200g씩 진공 포장을 해서 보내 준다. 그러면 이 원두 샘플을 가지고 각자 샘플 로스팅을 진행하고 커핑을 해서 본인이 경매에 참여할 원두를 정하고 가격을 생각해서 비딩에 참여하게 된다. 위의 사진은 얼마 전에 끝이난 C.o.E 과테말라 2020 옥션 결과 중 일부인데 표를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제일 왼쪽의 숫자는 C.o.E 에서의 순위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1a, 1b라고 표시된 건 다른 순위의 원두들은 해당 비딩에서 최고 가격을 낸 사람이나 업체에서 그 농장의 원두를 모두 구입을 하게 되는데 1위에 오른 원두의 경우, 좋은 커피는 더 많은 곳에서 맛을 볼 수 있도록 두 업체에서 나눠서 가져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a, b로 표기한 것이다. 올해도 과테말라에서 1위를 차지한 원두는 두 업체에서 나눠서 가져가는데 표 제일 오른쪽에 Company Name이 그 업체의 이름들이다. 표를 더 자세히 보면 1b의 원두를 차지한 업체인 Jooyeon Selection은 아마도 작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을 차지한 전주연 바리스타가 만든 원두 회사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고, 2위 차지한 원두의 회사들 중에도 한국 업체가 있고 4위 원두를 가져가는 회사들은 한국의 여러 커피 관련 업체나 카페들이다. 성수동의 터줏대감 같은 lowkey coffee도 있고 Peear coffee의 이름도 보여서 살짝 반가운 느낌이다. 한 곳 회사가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렇게 여러 곳이 같이 참여를 하는 것은 한 농장의 원두를 모두 구매하는 것이어서 해당 원두를 작은 업체들은 구매한 원두를 다 소비하기에 무리가 있어서 같이 옥션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가격의 부담도 나눠 갖는 것이기도 있지만 여러 카페들이 자본을 모아서 다양한 나라의 C.o.E옥션이 참여하고 이를 통해 다양하고 신선한 원두들을 카페에 지속적으로 소개하려는 전략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옥션까지 마무리가 되면 농장에서는 파치먼트 상태의 원두를 도정하고(딱딱한 씨앗 형태를 벗겨서 그 안의 생두를 꺼내는 작업) 생두 상태로 포장을 해서 보내주게 된다. 보통 배를 통해서 전달이 되는데 도정부터 포장 준비 그리고 운송 과정을 다 합치면 약 3개월 정도가 지나야 매장에서 이 커피들을 만나 볼 수 있다고 한다. 7월부터 C.o.E 옥션이 나라별로 진행이 되고 있으니 선선한 바람이 부는 10월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원두들을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가끔 커피를 그렇게 많이 좋아하지 않는 분들과 카페에 가면 ‘이렇게 비싼 커피를 왜 마시냐’는 말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사람마다 돈을 지불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마다 커피에는 이 정도까지 지불할 수 있다는 심리적인 맥시멈 금액이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는 6천 원 선이 필터 커피는 7천 원 선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위에 있는 옥션의 가격들을 조금만 더 관심 있게 보면 매장에서 마시는 커피의 가격이 그렇게 비싸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인 가격선을 생각해서 수익이 많이 나지 않더라도 가격을 갑자기 올리지는 않는 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일단 좋은 커피에 대한 인식이 점점 늘어나야지 지속적으로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이게 추후 좋은 커피에는 그에 맞는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인식으로 바뀔 거라는 생각에서 인 것 같다. 물론 이건 그냥 커피 애호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부분이고 여전히 싼 가격에 쓰고 카페인을 섭취하는 느낌을 확실히 주면서 양도 많은 커피로 만족하는 분들이 더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다양한 커피가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고 커피를 더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확대되길 기원하면서 새로운 원두로 내린 커피를 음미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