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공부하게 되면서 든 생각들...
어느 순간부터 커피를 좋아하게 됐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커피맛을 처음 인상적으로 느끼게 되었는지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도 커피의 2nd Wave가 불고 있을 때,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미국 시트콤이 한창 인기를 끌고 이 영향으로 대학생들 사이에 스타벅스 커피를 테이크아웃 잔에 들고 다니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였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2nd Wave는 커피의 유행을 단계별로 나눠서 부르는 말 중 하나이다. 인스턴트커피를 통해서 커피의 소비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 가기 시작한 것을 1st Wave, 스타벅스라는 미국의 커피회사를 통해서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한 커피숍들이 전 세계의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을 2nd Wave, 그리고 지금은 Specialty Coffee라는 개념으로 더 좋은 커피 소비하고 지속 가능한 커피 산업을 고민하고 있는 3rd Wave의 단계라고 한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하기로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개인적으로 처음 마셔본 스타벅스 커피는 그다지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기존의 마시던 커피보다 더 진한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베버리지들이 있다는 정도였다. 커피맛을 맛본다고 하는 것보다는 그냥 시대의 유행을 소비한다는 느낌이 더 컸던 기억이다. 이 시기에 종로에 있는 시네마테크에 자주 다니던 나는 그 날 영화 프로그램 사이에 뜬 1시간가량의 시간을 메우기 위해서 카페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그날도 역시나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고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다른 카페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우연히 들어가게 된 곳이 바로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는 종로의 카페 뎀셀브즈였다. 지금은 공연장으로 바뀐 시네코어라는 극장 바로 옆에 있는 이 카페는 시네코어에 영화를 보러 갈 때마다 궁금해했던 곳이었지만 선 듯 들어가 보지는 못했던 장소였다. 그 날은 무슨 동인이 생겼는지는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일단 들어가서 당시 즐겨 마시던 카페라떼를 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나온 라떼를 처음 마셨을 때 나는 너무나 인상적인 맛을 느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쓴맛과 단맛, 신맛이 적절히 느껴지는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단맛이 발란스를 이룬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느껴지는 에스프레소의 기분 좋은 신맛과 쓴맛은 그동안 커피를 마시면서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나오는 라떼들은 처음에만 잠깐 커피의 맛이 살아있다가 바로 우유의 맛이 그것을 다 집어삼키는 다르게 표현하면 따뜻한 커피우유 맛이었다고 할까. 그리고 음료가 식을수록 이런 맛의 느낌이 더 강해졌는데 그 날 처음 마신 카페뎀의 라떼는 마지막 한 모금까지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맛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나에게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을 한 이후 나는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소문이 난 유명한 소규모 카페들을 찾아다녔고 커피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커피를 배우기 시작한 지 1달이 조금 지나가고 있다. ‘왜 커피를 좋아하나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이때 느꼈던 새로운 맛의 경험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라고 답을 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시간을 내서 커피에 대해 더 배우고 맛있다는 커피를 찾아가서 마시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앞으로 어떤 내용을 쓰게 될지는 잘 예상이 안되지만 그동안 배우고 마셨던 커피에 대해서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커피라는 맛의 세계로 안내하기 위해서 먼저 내가 가지고 또 알고 있는 커피에 대한 여러기지 경험과 생각을 잊어버리기 전에 글로 남기는 게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씩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좋아하는 것 중에 커피를 그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계속 적어보려고 한다.
*사진 Summit Culture의 Signature 메뉴인 Paramount